보도자료 · 성명/논평
[보도자료] 집행유예자 선거권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청구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3-02-18 12:41:59  |   icon 조회: 8413
보/도/자/료

집행유예자 선거권 박탈하는 공직선거법 헌법소원 청구


1. 18일, 집행유예 선고를 받았다는 이유로 지난해 12월 대통령선거에서 선거권을 박탈당한 사람들이 공직선거법에 대한 헌법소원을 청구했습니다. (※별첨1.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 현행 공직선거법 제18조 제1항 제2호는 “(선거일 현재)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집행이 종료되지 아니하거나 그 집행을 받지 아니하기로 확정되지 아니한 자”의 선거권을 박탈하고 있습니다. 여기에 해당하는 경우는 △형이 확정되어 교도소에 수용된 수형자 △집행유예자 △가석방자 등입니다.

3. 이번 헌법소원에는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 과정에서 업무방해 등으로 2011년 징역 1년 6월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강동균(강정마을회 회장) △제주해군기지 반대 활동 과정에서 폭력행위등처벌에관한법률위반 등으로 2012년 징역 10월에 집행유예 2년을 선고 받은 홍기룡(제주 군사기지 저지와 평화의 섬 실현을 위한 범도민대책위원회 집행위원장) △용산참사 진상규명 요구 집회와 관련하여 일반교통방해 등으로 2011년 징역 3년 1월에 집행유예 4년을 선고 받은 박래군(용산참사진상규명위원회 집행위원장)과 징역 2년에 집행유예 3년을 선고 받은 이종회(진보네트워크센터 대표)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여주 이포댐 기둥 상단에서 41일간 캠페인을 진행한 후 자진 철수했다가 업무방해 등으로 2012년 징역 6월에 집행유예 1년을 선고 받은 염형철(환경운동연합 사무총장)과 박평수(고양환경연합 집행위원장) △장애인교육권 쟁취, 안마사 생존권 수호, 사회복지시설 비리 척결, 장애인 복지 예산 확보 촉구, 장애인 차별 철폐, 장애인 수용시설 반대와 탈시설 권리 쟁취, 탈시설 자립생활 쟁취, 국가인권위 독립성 훼손 시도 중단, 장애인 예산 삭감 규탄 등을 요구하는 여러 집회와 관련하여 일반교통방해 등의 혐의로 2012년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의 형이 확정된 박경석(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상임공동대표) 등 집행유예 선고를 이유로 선거권을 박탈당한 7명이 참여했습니다.

4. 집행유예자의 선거권을 제한하는 공직선거법은 입법목적 자체가 정당하지 않습니다. 보통선거 제도는 사회적 신분ㆍ인종ㆍ성별ㆍ종교ㆍ교육 등을 요건으로 하지 않고 일정한 연령에 달한 모든 국민에게 선거권을 인정하고 있습니다. 공직선거법도 선거가 국민의 자유로운 의사, 민주적인 절차에 의해 공정히 행해지도록 하고 선거의 부정을 방지하고 이를 통해 민주정치의 발전에 기여하는 것이 목적이며, 이러한 공직선거법의 입법 목적과 집행유예 기간 중에 있는 자의 선거권 제한은 아무런 관련이 없습니다. 한편, 선거권 제한의 입법목적으로 흔히 범죄 예방과 준법의식의 함양이 거론됩니다. 하지만 선거권 박탈이 마치 범죄 억지력이 있다는 식의 주장은 설득력이 없습니다. 형사책임을 지는 것과 시민으로서 주권을 행사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인 것입니다.

5. 게다가 공직선거법은 △신념, 양심을 거스를 수 없어 현행법상 처벌대상이 되는 양심범 △중죄가 아닌 경죄를 저지른 자 △실수로 범죄를 저지른 과실범 △단기형을 선고 받은 사람들 등을 가리지 않고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는 이유만으로 일률적으로 선거권을 제한함으로써 기본권 침해의 최소성 원칙도 위반하고 있습니다.

6. 빈민, 흑인, 여성들의 참정권 투쟁으로 일구어 진 보통선거의 원칙은 선거권자의 재산, 성별, 사회적 지위 등에 상관없이 누구나 당연히 선거권을 가진다는 원칙입니다. 이번 헌법소원의 청구인들과 같은 집행유예자는 물론이고 수형자도 인간으로서 존엄과 가치를 지니고 있으며, 한 시민으로서 주권자로서 기본권의 주체로 대우받아야 합니다. 수형자나 집행유예자, 가석방자도 형벌에 불가피하게 수반되는 자유박탈 이외에는 이른바 ‘일반인’과 동일한 권리를 가집니다. 단지 징역형 또는 그 집행의 유예를 선고 받았다는 이유만으로 국민이라면 누구나 향유해야 할 가장 기본적인 권리인 선거권의 행사를 부정당해야 할 합리적 이유는 없습니다. 오히려 선거권 박탈은 이들을 ‘사회구성원으로서의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고 배제함으로써 사회적 낙인효과를 극대화하고 있습니다. 선거권 박탈은 이른바 ‘범죄자’를 시민으로 인정하지 않겠다는 낡은 시대의 유물일 뿐입니다.

7. 과거에는 유죄판결을 받은 사람을 ‘시민법상 사망한 자’(civil death)로 간주하고 재판청구권, 계약권, 연금수혜권, 혼인할 권리 등과 함께 선거권도 박탈해 왔습니다. 하지만 점점 시민권 박탈의 범위는 축소되었고 현재는 집행유예자 뿐만 아니라 수형자도 선거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인식이 전 세계적으로 확장되었습니다. 이미 2005년 유럽인권재판소는 수형자의 선거권을 일률적으로 제한하는 영국의 국민대표법에 대해 유럽인권협약에 위반된다고 결정했습니다. 캐나다 최고재판소도 1992년 모든 수감자에 대해 선거권을 박탈하는 법규정을 만장일치로 위헌이라고 선언한데 이어, 징역 2년 이상의 수감자에 대해서만 선거권을 제한한 개정 법률에 대해서도 2002년 거듭 위헌 결정을 내놨습니다. 한국의 헌법재판소는 2004년 기각 7인, 위헌 1인으로, 2009년 위헌 5인, 기각 3인, 각하 1인으로 거듭 합헌결정을 내놨지만 2009년 결정에서는 과반수인 5명의 재판관이 위헌 의견을 낸 바 있습니다.

8. 지난해 4월 총선 직후 우리 위원회를 포함한 10개 인권사회단체들은 위 공직선거법 해당 조항에 대해 헌법소원을 청구한 바 있습니다. 당시 헌법소원에는 양심에 따른 병역거부로 수감된 수형자 2명과 집행유예 선고를 받은 장애운동 활동가 1명이 참여했습니다. 하지만 법무부는 1년 가까이 흐른 현재까지 의견서조차 제출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5월 중앙선거관리위원회가 ‘의견없음’이라는 공문 한 장만을 헌재에 제출했을 뿐입니다. 우리 위원회는 집행유예자 뿐만 아니라 수형자 및 가석방자 등 부당하게 선거권을 박탈당하고 있는 사람들이 선거권을 되찾을 수 있도록 헌법재판소가 공직선거법에 대해 위헌 결정을 내릴 것을 요구합니다.

9. 이번 헌법소원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많은 취재와 보도를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헌법소원심판청구서
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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