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보도자료]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과 CCTV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3-03-11 14:33:18  |   icon 조회: 9440
[보도자료]
경찰서 유치장 개방형 화장실과
CCTV에 대한 국가배상청구 소송 제기
2001년 위헌 결정난 개방형 화장실 아직도 유지
자살 우려 따지지 않고 유치인 감시하는 CCTV는 현행법 위반
피해자 45명, 21개 경찰서 상대 위자료 청구


1. 경찰서 유치장에 설치된 개방형 화장실과 CCTV에 대해 국가배상청구 소송이 제기되었습니다. 2013년 3월 11일, 2010년 이후 경찰서 유치장에 수용되었던 피해자 45명이 각각 50만원씩 모두 2250만원의 위자료를 청구하는 소송을 서울중앙지법에 제기했습니다. 소송 대상이 된 경찰서는 서울청 산하 12개 경찰서 등 전국 6개 지방청 산하 21개 경찰서입니다. (별첨1. 소송 대상 경찰서)

2. 피해자들은 유치장에 수용되었다가 유치실 구석에 설치된 화장실이 사방이 막힌 밀폐형이 아니라 미닫이문만 있는 개방형임을 확인했습니다. 이에 따라 자신이 용변을 보는 모습과 소리, 냄새가 같은 유치실에 수용되어 있는 유치인뿐만 아니라 감시하는 유치인보호관(경찰관)들에게도 노출되어 수치심을 느꼈습니다. 또한 유치인보호관이 감시하는 곳에서 유치실을 향해 CCTV가 설치되어 있어 용변을 보는 모습이 감시 및 녹화될 수도 있음을 확인하고 충격을 받았습니다. [그림1]


[그림1] 부산 동부경찰서 유치장 화장실 (실제 수용되었던 원고 중 한 명이 기억에 따라 그림)


3. 헌법재판소는 2001년 차폐시설이 불충분한 화장실 설치 및 관리행위가 유치인들의 인격권을 침해했다며 이미 위헌 결정을 한 바 있습니다. 당시 결정에서 헌재는 “일반적으로 유치인들의 동태에 대한 감시가 필요하다 하더라도 이러한 감시가 가능하면서도 덜 개방적인 다른 구조의 시설 설치가 불가능한 것도 아니다”라며 “예를 들어서, 하체를 가려줄 만한 높이의 하단부 차폐벽 위에 반투명한 재료를 사용한 차폐시설을 설치하여 어느 정도 그 행동을 감시할 수 있도록 하면서도 신체부위의 노출과 냄새의 직접적 유출을 막고, 용변을 보는 자로 하여금 타인으로부터 관찰되고 있다는 느낌을 보다 덜 가질 수 있는 독립적 공간을 만들 수 있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헌재 2001. 7. 19. 선고 2000헌마546 결정).

4. 헌재 결정 취지에 따라 2006년 경찰청은 1미터 높이의 차폐막만 있던 개방형 화장실을 밀폐형으로 바꾸기로 했다고 발표했습니다. 이 시기에 ‘유치장 설계 표준 규칙’이 전면 개정되어, 화장실 차폐막은 화장실 바닥으로부터 1미터 이하는 불투명한 재질로, 1미터 이상은 견고하고 투명한 재질의 밀폐형으로 설치하여 소음 및 냄새를 차단하는 구조로 하도록 했습니다. 또한 경찰청은 유치실 배치를 감시편의에 초점을 둔 부채꼴형에서 일자형으로 개선[그림2]하여 유치인의 초상권을 최대한 보호하겠다고 밝혔습니다. (별첨2. 2006년 경찰청 보도자료)


[그림2] 부채꼴형 유치장과 일자형 유치장의 평면도


5. 그러나 경찰청 발표는 제대로 이행되지 않았습니다. 지난해 8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유치장이 있는 전국 112개 경찰서 중 70개(62.5%)가 밀폐형 화장실이 하나도 없습니다. 또한 전체 화장실 925곳 중 밀폐형 화장실은 116곳(12.5%)이고 나머지는 모두 개방형 화장실입니다. 모든 화장실이 밀폐형 화장실로 개선된 경찰서는 서울청 1개(도봉서), 부산청 1개(동래서), 인천청 2개(남동서, 서부서), 대전청 1개(동부서), 충남청 1개(천안동남서) 등 전국적으로 6개에 불과합니다. 2001년 헌재 결정 이후 10여년이 지났고 2006년 경찰청이 개선 방침을 밝힌 이후 7년이 지났는데도 대부분의 경찰서에서 개방형 화장실이 유지되고 있는 것입니다. 한편, 유치실 배치가 일자형으로 개선된 곳은 112개 경찰서 중 15곳(13.4%)에 불과했습니다. (별첨3. 2012년 8월 경찰청 정보공개자료)

6. 한편, 유치장 CCTV는 현행법에도 어긋나게 설치되어 있습니다. 현행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아래 형집행법) 제87조는 “경찰관서에 설치된 유치장은 교정시설의 미결수용실로 보아 이 법을 준용한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2007년 구 행형법이 형집행법으로 전면 개정되면서 CCTV 설치의 법적 근거가 추가되었으나 “다만, 전자영상장비로 거실에 있는 수용자를 계호하는 것은 자살등의 우려가 큰 때에만 할 수 있다”(제94조 제1항)고 제한하고 있습니다. 대다수 경찰서의 유치장 CCTV는 자살 우려 등을 따지지 않고 유치실 내부의 모든 유치인을 감시하도록 설치되어 있어 현행법을 위반하고 있는 것입니다.

7. 유치장 CCTV가 자살 등의 방지를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도 있지만, 이미 경찰이 유치장 안에서 24시간 교대로 근무하면서 대면계호를 하고 있으므로 유치인들을 지켜보고 있는 경찰이 자살 등을 방지할 수 없다면 CCTV가 있다고 해서 자살 등을 방지할 수는 없습니다. 또한 대면계호와 CCTV가 별 차이가 없다는 주장도 있지만, 대면계호는 인간의 불완전한 기억 속에 보관될 뿐이고 재현될 수 없는 반면 CCTV로 녹화된 내용은 얼마든지 재생이 가능하고 복사되어 유포될 수 있으며 원하는 특정부분을 정밀하게 촬영하거나 확대할 수 있고 편집이 가능합니다. 이처럼 유치장 CCTV는 설치 목적도 부당할 뿐만 아니라 유치인의 프라이버시를 필요 이상으로 침해한다는 점에서 허용되어서는 안 됩니다.

8. 특히 여성 유치인의 경우 유치장 공간이 여성 영역과 남성 영역으로 분리되지 않은 상황에서 대다수가 남성인 유치인보호관의 감시를 받음에 따라 더 큰 불쾌감과 수치심을 느끼고 있습니다. 지난해 10월 천주교인권위원회가 경찰청으로부터 받은 정보공개자료에 따르면, 매년 10만 명 안팎의 유치인 중 여성이 약 1만 명에 이르는데도 여성 유치인보호관은 전국적으로 105명에 불과합니다. 게다가 강원청, 충북청, 충남청, 전남청 산하 경찰서에는 여성 유치인보호관이 한 명도 없는 실정입니다. (별첨4. 2012년 10월 경찰청 정보공개자료)

9. 지난해 9월에는 국민권익위원회가 남녀 혼용 유치장 구조를 개선할 것을 경찰청에 권고하기도 했습니다. 당시 보도자료에 따르면, 전국 112개에 달하는 모든 유치장이 남녀 구분 없이 한 공간 안에 철창으로만 나눠져 있으며, 대부분의 유치실이 부채꼴 형태로 배치되어 양쪽 끝에 위치한 유치인들은 서로 마주볼 수밖에 없어 화장실 사용과 수면 등 일거수 일투족이 다른 유치인에게 노출되는 구조였습니다. 권익위가 접수한 고충민원 중에는 △젊은 여성 유치인의 경우 생리대 등 여성용품을 남성 유치인 보호관에게 요구하지 못하거나 △남성 유치인 보호관이 다른 사람이 보는 가운데 생리대를 전달하는 행위 △유치인이 하절기에 덥다는 핑계로 상의를 벗거나 팬티 차림으로 여성 유치실을 바라보는 행위 등이 있었습니다. (별첨5. 2012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10. 지난 2월 6일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표한 광역유치장 3곳에 대한 방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일부 광역유치장의 경우 유치실 내 화장실의 높이가 1미터의 여닫이 문으로 되어 있고, 밀폐되어 있지 않아 냄새 및 소리를 차단할 수 없는 것으로 드러났습니다. 국가인권위는 “이는 경찰청이 자체적으로 마련한 ‘유치장 설계 표준규칙’에도 위배되는 것”이라며 경찰청장에게 시설 개선을 권고했습니다. (별첨6. 2013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11. 이번 소송에는 △2011년 희망버스를 기획했다는 혐의로 구속되거나 체포된 송경동·정진우·김혜진·정기선 씨 △한진중공업 2011년 정리해고자 박영제 씨 △2011년 한미FTA 저지 시위에서 연행된 이강실 목사(한국진보연대 상임대표) △2010년 쌍용차 정리해고 반대 집회에서 연행된 김정욱 조합원(쌍용차지부) △2012년 대구시지노인병원 투쟁으로 구속되었던 임성열 본부장(민주노총 대구본부) △2011년 국민기초생활보장법 개정 촉구 집회 건으로 2012년 2월 영장실질심사에 출석했다가 유치장에 수용된 김병용 사무국장(전북장애인차별철폐연대) △2008년 광우병 촛불집회로 1년 8개월 동안 수배되었다가 2010년 체포된 강민욱 전 의장(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2011년과 2012년 6.15청학연대 관련 국가보안법 위반 혐의로 홍제동 보안수사대에 연행된 유승재·이희철·유선민 씨 △2010년 노조 투쟁 중 체포영장이 발부되어 연행된 정연재 지회장(발레오만도) △2010년 4대강 사업의 진실을 알리기 위해 41일 간 이포댐 기둥 상단을 지켰던 염형철 사무총장(환경운동연합)과 박평수 집행위원장(고양환경연합) △2011년과 2012년 강원도 골프장 반대 활동 중 체포된 박성율 공동집행위원장(범도민대책위원회)과 조승진 부위원장(강릉 구정리 대책위원회) △2010년 중앙대 구조조정 철회를 요구하며 서울 한강대교 남단 아치를 점거했던 김창인 씨(대학생) △2011년 3월 자본주의연구회 사건 연행자 면회를 요구하다 홍제동 보안수사대 앞에서 연행된 대학생들 △2010년 노동자대회에서 연행된 대학생들 △2011년 반값등록금 집회에서 연행된 박자은 전 의장(21세기 한국대학생연합) 등 대학생들 △2012년 4월 국무총리실 민간인 사찰 규탄 시위에서 연행된 대학생 △2012년 420장애인차별철폐투쟁 결의대회에서 체포된 대학생 등이 원고로 참여했습니다. 우리 단체들은 이번 소송을 통해 원고들의 피해 배상은 물론, 전체 경찰서 유치장 화장실이 개선되고 위법하게 설치된 CCTV가 철거되는 계기가 마련되기를 기대합니다.

12. 이번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됩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별첨7.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소송 대상 경찰서
2. 2006년 경찰청 보도자료 (별도 파일)
3. 2012년 8월 경찰청 정보공개자료 (별도 파일)
4. 2012년 10월 경찰청 정보공개자료 (별도 파일)
5. 2012년 9월 국민권익위원회 보도자료 (별도 파일)
6. 2013년 2월 국가인권위원회 보도자료 (별도 파일)
7.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1. 소송 대상 경찰서


지방청 (개수)
경찰서
서울 (12)
중부, 종로, 용산, 성북, 성동, 강북, 관악, 강동, 구로, 양천, 송파, 은평
부산 (1)
서부
대구 (1)
북부
경기 (2)
수원서부, 여주
강원 (3)
춘천, 강릉, 홍천
경북 (2)
경주, 포항북부




※별첨7.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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