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도자료 · 성명/논평
[취재요청] 밀양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3-12-09 12:03:48  |   icon 조회: 7802
기자회견 취재요청서

‘밀양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



0. 수신 : 언론사 사회부 및 사진부
0. 발신 : 밀양전국대책회의 / 1130 밀양희망버스 기획단
0. 내용 : ‘밀양주민을 죽음으로 내모는 송전탑 공사 즉각 중단하라’ 기자회견의 건
0. 일시 : 2013년 12월 9일(월) 10시
0. 장소 : 삼성동 한전본사 앞
0. 문의 : 김덕진 016-706-8105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지난 12월 2일, 밀양 송전탑 공사에 반대하시던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유한숙 어르신께서 음독을 하시고 병원에서 투병을 하시던 중, 12월 6일 새벽 3시 50분경, 가족과 이웃 주민들의 소생을 우한 간절한 기도에도 불구하고 “살아서 그것(송전탑)을 볼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말씀을 남기고 세상을 떠나셨습니다.

3. 그러나 어르신이 돌아가신 다음날인 7일 아침에도 한전과 경찰의 공사를 강행했고 주민들을 강제로 끌어냈습니다. 유족들이 장례식장에서 출상을 하여 밀양역에 분향소를 차리고 밀양시민들과 전국에서 달려올 조문객들을 맞기 위한 분향소를 차리려고 하였으나 경찰은 밀양시청, 밀양역, 한전 밀양지사, 밀양관아 등 모든 공간을 사전에 경찰병력을 동원하여 차단하였고 영남루 근처 공터에 어렵게 마련한 분향소를 부수고 천막을 강탈해 갔습니다. 밀양주민들과 밀양대책위 활동가들을 노상에 분향소를 차리고 노숙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4. 여기에 경찰은 보도자료를 내어 마치 유한숙 어르신의 죽음에 ‘송전탑 공사 강행’ 외에 다른 이유가 있는 것처럼 호도하며 고인과 유족들을 모독하고 있습니다. 유한숙 어르신께서 마지막 순간에 남기신 “송전탑을 볼 수 없다.”는 뜻을 무참히 짓밟고 송전탑 공사를 강행하고 있는 한전과 경찰의 만행은 용서 받을 수 없는 일입니다.

5. 이에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는 12월 9일(월) 10시, 삼성동 한전 본관 앞에서 고인의 유지를 이어받아 송전탑 공사 중단을 요구할 것을 요청하는 기자회견을 개최하고, 같은 날 저녁 7시에는 대한문에서 추모문화제를 개최하고자 합니다. 많은 관심과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2013. 12. 9.
밀양송전탑 전국대책회의 / 밀양희망버스 기획단
더는 안 된다 제발 안 된다
정부와 한전은 죽음의 송전탑 공사를 멈춰라



밀양 76만 5천 볼트 송전탑 공사를 반대하시며 세상을 떠나신
밀양 상동면 고정마을 주민 故 유한숙 어르신의 명복을 빕니다.


기어이 또 한 분의 목숨이 끊어지고 말았습니다. 뭐라 해도 듣지 않고 무얼 해도 멈추지 않는 정부와 한전의 밀어붙이기 공사는 기어이 밀양에 다시 죽음을 가져왔습니다. 故 이치우 어르신의 분신 이후 2년, 다시 희망을 되찾으려는 수많은 이들의 수많은 노력과 몸부림에도 불구하고 밀양 주민들의 마음에는 또 한 번 피멍이 들고 말았습니다.

고인은 평소 송전탑 반대 운동에 행동으로 적극 참여하기보다는 키우시던 돼지를 송전탑 마을 대책 모임에 후원하는 식으로 밀양 76만 5천 볼트 송전탑 공사에 대한 반대의 뜻을 함께 하던 분입니다. 그러다 지난 11월 한전 직원 등이 고인의 집을 방문하여 송전탑에 대해 설명하는 과정에서 자신의 집과 농장에서 매우 가까운 장소에 송전탑이 세워진다는 것을 알게 되시면서 크게 낙심하셨습니다. 신고리-북경남 76만 5천볼트 송전선로가 건설될 경우, 고인의 자택과 농장은 117~118번 송전탑에서 불과 200여 미터 떨어진 지점에 자리하고 있다고 합니다. 고인은 또한 아끼던 양돈 농장을 처분하기 위해 1,300여 평 땅을 부동산에 내놓았지만, 송전탑 경과지라는 이유로 찾는 이도 거래도 없어 더욱 낙담하셨다 합니다.

고인은 이러한 상황과 인식의 변화로 최근 밀양 상동면 송전선로 경과지 4개 마을 주민들이 한마음으로 함께 하고 있는 도곡 저수지의 주민 농성에 참여하기 시작하셨고, 그 자리에서도 자신의 절망스러운 마음을 자주 토로하셨다고 합니다. “나는 솔직히 데모에도 자신이 없고, 앞으로 이것을 어떻게 막겠느냐, 앞으로 살 길이 막막하다, 나는 다 살았다, 한전 놈들이 죽이고 싶을 정도로 밉다”면서 괴로워하셨답니다.

또한 고인은 음독이후 병상에서 의식을 찾으셨을 때, ‘송전탑 대책위 사람을 만나보고 싶다’고 하시어 대책위 대표인 김준한 신부와 곽빛나 간사가 함께 한 자리에서, “나는 28년간 돼지 키우면서 열심히 일해서 아이들 공부도 시키고 결혼도 시켰다. 그런데 11월경에 한전 과장 1명과 또 다른 1명이 찾아와 송전선로에서 얼마나 떨어져있는지 알게 되었다. 150m인지 200m인지 가까이에 철탑이 들어선다는 사실을 알았다. 철탑이 들어서면 아무 것도 못한다. 살아서 그것을 볼 바에야 죽는 게 낫겠다는 생각을 하였다. 그래서 송전탑 때문에 농약을 마셨다”는 말씀을 하시며 본인의 뜻을 전하셨습니다.




왜 아니 그렇겠습니까. 정부와 한전은 도무지 요지부동입니다. 도대체 이 명분 없는 공사를 어쩌면 저리도 밀어붙일 수 있답니까. 이것은 도무지 설명할 수 없는 공사입니다. 전국적인 반대 여론도, 스스로 공사 강행의 명분으로 밝혔던 신고리 3호기 준공의 유예도, 모두 하나같이 이 공사를 멈추라 이야기했지만 정부와 한전은 한겨울 공사를 매일 밀어붙였습니다. 특히 지난 10월부터 시작된 공사 강행은 3천 명이 넘는 경찰 병력이 동원된 직접적인 국가폭력이었습니다. 무엇으로도 바꿀 수 없을 것이라는 절망, 평생 경험해보지 못한 어마어마한 국가폭력, 이것이 결국 고인을 죽음으로 몰고 간 것입니다. 정부와 한전, 경찰 중 누구도 이 죽음에 대한 책임을 피할 수 없습니다.

기가 찬 것은 고인의 음독 이후 경찰이 보여준 태도입니다. 경찰은 죽음을 목전에 둔 가족들로부터 최초 진술을 받을 때부터 밀양 송전탑과의 연관성을 부인하기 위한 유도질문을 던지며 사고의 의미를 왜곡하는 데 급급했습니다. 그러더니 급기야 고인이 운명하신 7일에는 고인의 음독이 술, 돼지값 하락과 축사 처분 문제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것이라는 보도자료를 발표하며, 유족들에게 크나큰 상처를 남겼습니다. 더욱이 이와 같은 경찰의 발표는 죽음 직전 고인이 남긴 유지를 전해들은 상태에서 나온 것입니다.

또, 경찰은 유족들과 밀양주민들이 더 많은 시민들의 조문을 위해 공개 분향소를 차리려고 하는 것을 사전에 원천 봉쇄하였고 유족들과 주민들이 어렵게 마련한 분향소를 부수고 천막을 강탈하여 노상에 영정을 모시고 분향소를 마련하여 운영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경찰의 태도는 고인을 두 번 죽이는 것이며, 슬픔으로 가득한 유족들과 밀양의 주민들을 마음과 자존심을 짓밟는 행위입니다. 국민에 대한, 생명에 대한 예의도 존중도 없는 경찰과 한전의 태도에 경악을 금할 수가 없습니다.

우리는 분노와 슬픔을 담아, 정부와 한국전력과 경찰에 촉구합니다.

1. 정부와 한국전력과 경찰은 고인의 죽음에 깊은 책임감을 느끼고, 명분 잃은 밀양 송전탑 공사를 공권력을 앞세워 강행한 것에 대해 고인 앞에 애도하고 사죄하라!

2. 정부와 한국전력과 경찰은 밀양송전탑 공사를 지금 즉시 중단하고, 고인의 뜻을 받들어 밀양 송전탑 공사의 타당성, 주민의 재산과 건강상의 피해, 그리고 주민들이 요청한 대안을 검토하라!

3. 경찰은 마지막까지 고인의 죽음을 왜곡하는 반인륜적 행태를 즉각 중단하고, 고인과 유족 앞에 머리 숙여 사죄하며, 책임자를 처벌하라!



‘2013년 12월 9일
밀양 송전탑 전국대책회의 / 밀양 희망버스 기획단

2013-12-09 12:0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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