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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도자료] 보안관찰법 헌법소원 제기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14-01-27 00:19:12  |   icon 조회: 7582
[보도자료]
보안관찰법 헌법소원 제기
출소 후에도 사생활 감시, 전향 강요…사상·양심을 거듭처벌하는 ‘심정형법’
보안관찰처분 갱신 횟수·최대기간 없어 무제한 갱신 가능
법무부가 재범 위험성 판단…사법부 관할 원칙 위배


1. 평화의 인사를 드립니다.

2. 지난 24일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처벌을 받았다는 이유로 출소 후에도 감시의 족쇄를 채우는 보안관찰법에 대한 헌법소원이 제기되었습니다. (별첨1. 헌법소원심판청구서)

3. 보안관찰제도는 1975년 박정희 정권이 제정한 사회안전법이 1989년 보안관찰법으로 전부개정되면서 보안감호처분은 폐지되었지만 보호관찰처분은 보강되어 신설되었습니다.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등으로) 금고 이상의 형의 선고를 받고 그 형기합계가 3년 이상인 자로서 형의 전부 또는 일부의 집행을 받은 사실이 있는 자”를 ‘보안관찰처분대상자’(제3조)로 규정하고 있습니다. 대상자는 출소 전과 출소 후 7일 이내에 △가족 및 교우관계 △입소전의 직업·본인 및 가족의 재산상황 △학력·경력 △종교 및 가입한 단체 △출소후의 거주예정지 및 그 도착예정일 등을 거주 예정지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법무부장관은 보안관찰처분대상자 중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인정할 충분한 이유가 있어 재범의 방지를 위한 관찰이 필요한 자”(제4조)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의 의결을 거쳐 보안관찰처분을 결정할 수 있습니다.

4. 이렇게 피보안관찰자가 되면 3개월마다 △주요활동사항 △통신·회합한 다른 보안관찰처분대상자의 인적사항과 그 일시, 장소 및 내용 △여행에 관한 사항 등을 관할 경찰서장에게 신고해야 합니다. 또한 주거지를 이전할 경우 △이전예정지 △예정일 △이전사유 등을, 국외여행의 경우 △여행대상국 △여행목적 △여행기간 △동행자 등을, 10일 이상 국내여행의 경우 △여행목적지 △여행목적 △여행기간 △동행자 등을 미리 신고해야 합니다(제18조). 이러한 신고를 하지 않으면 2년 이하의 징역 또는 1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5. 2013년 국정감사에서 법무부가 서기호의원(정의당)에게 제출한 자료에 따르면 지금도 2000여명의 보안관찰처분대상자와 40여명의 피보안관찰자가 있습니다.


연도
구분
2008
2009
2010
2011
2012
2013.8
처분대상자 수
3,184
2,962
2,773
2,593
2,383
2,256
피보안관찰자 수
50
45
43
41
45
43


6. 보안관찰법은 △일제의 사상범보호관찰법의 제정 취지 및 법 규정 형식을 계승한 법으로 △그 대상범죄가 국가보안법 등으로 이른바 ‘친북적’ 또는 ‘용공적’ 사상을 가진 정치범죄를 특별히 단죄하고 있으며 △시행령(제8조)과 시행규칙(제17조, 제19조)에 명시적으로 ‘전향’이라는 용어를 사용하고 있는 등 사상범에 대한 특별법입니다. 보안관찰법은 국가보안법 등 위반자를 피보안관찰자로 분류하여 이들의 사생활 전반에 관여함으로써 사상과 양심을 감시하고 통제하려는 법으로 헌법이 보장하는 양심의 자유를 침해합니다. 2003년 국가인권위원회가 발행한 ‘보안관찰대상자 인권침해 실태’ 보고서에 실린 사례에 따르면, 사상 전향을 거부했다거나 범행에 대해 반성하지 않는다는 것을 처분 결정의 요건으로 하고 있습니다. 담당 형사가 민가협 주최의 집회나 모임은 가면 안 된다고 강요한 사례, 출소 후 목장에 가서 한달 가량 일을 했는데 담당 형사가 목장 주인에게 “이 사람은 사상이 불순하고, 독침을 가지고 다니는 사람이니 조심하라”는 말을 해서 쫓겨난 사례도 있었습니다.

7. 보안관찰처분과 기간갱신을 결정하는 보안관찰처분심의위원회는 법무부 소속으로 위원장은 법무부차관인 행정기관입니다. 형벌과 마찬가지로 자유를 제한하는 처분은 사법부가 관할해야 한다는 원칙을 위배한 보안관찰법은 법관에 의한 정당한 재판을 받을 권리를 침해합니다. 한편, 보안관찰법은 보안관찰처분의 기간을 갱신할 수 있다고만 규정할 뿐 갱신 기간의 횟수나 최대한을 정하고 있지 않아 절대적 부정기 보안처분을 허용하고 있습니다. 이는 형사제재 기간의 한정을 요구하는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을 위반한 것입니다.

8. 보안관찰법에 따라 검사와 사법경찰관리는 피보안관찰자의 재범방지를 위하여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범한 자와의 회합·통신 금지 △집단적인 폭행, 협박, 손괴, 방화등으로 공공의 안녕질서에 직접적인 위협을 가할 것이 명백한 집회 또는 시위장소에의 출입 금지 △피보안관찰자에 대한 출석 요구 등을 할 수 있습니다(제19조). 이러한 조치를 정당한 이유없이 위반하면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5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해집니다. 이러한 지도 조치의 재량권이 집행기관인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에게 부여되어 있고, 회합·통신 금지의 대상자나 출입금지의 장소 등이 법정되지 않아 개별 검사와 사법경찰관리의 자의에 맡겨져 있어 죄형법정주의의 명확성 원칙에 반합니다.

9. 흔히 보안관찰처분은 형벌이 아니라 보안처분의 일종이라고 말합니다. 그러나 보안관찰처분은 보안처분으로서의 일반적인 원칙인 사법권 관할 원칙과 비례성의 원칙을 위반한 위헌적 제재입니다. 보안처분은 그 실행 여부 및 정도에 관한 결정을 사법부가 해야 하며, 보안 처분의 부과 여부 및 정도의 결정은 장래 예상되는 행위를 구체적으로 범할 개연성 등을 고려하여 행위자의 책임을 넘어서는 보안처분을 부과해서는 안 되는 바, 보안관찰법은 이러한 원칙에 정면으로 위배됩니다. 따라서 보안관찰법의 보안관찰처분은 보안처분의 기본 원칙도 갖추지 않은 채 행정청의 자의적, 편의적 판단만으로 국민의 자유를 제한할 수 있도록 규정되어 있어 매우 반인권적입니다. 또한 이미 형벌을 받은 사람에게 보안관찰처분을 병과하는 것은 헌법이 금지하는 거듭처벌금지 원칙에 위반됩니다.

10. 국가인권위원회도 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2007~2011)에서 “보안관찰처분은 위법행위로 이미 처벌받은 사람들에 대해 재범행위로 인한 처분이 아닌, 재범의 위험성이라는 내심을 추지하여 불이익을 가하는 것”으로 “재범 위험성에 대한 자의적 판단과 행정처분 형식의 결정으로 오용의 가능성”이 크다며 보안관찰제도 폐지를 정부에 요구했습니다. 이어 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 권고안(2012~2016)에서도 “보안관찰법의 즉각적인 폐지가 어려울 경우 행정담당자의 자의적 판단에 의해 남용될 수 있는 운용의 가능성을 축소하기 위하여 명확한 규정으로 개정 등 단계적인 개선이 필요”하다며 보안관찰법의 폐지 또는 단계적 완화 계획 수립을 요구했습니다.

11. 그동안 헌법재판소는 보안관찰법에 대해 거듭 합헌 결정을 해왔습니다. 1971년 이른바 ‘유학생 형제 간첩단 사건’으로 투옥되어 7년 형기를 마친 후 전향을 거부했다는 이유로 1988년까지 10년 동안 보안감호소에 수용되었다가 석방된 서준식(전 인권운동사랑방 대표)씨가 낸 헌법소원에서 헌재는 “헌법이 보장한 양심의 자유는 정신적인 자유로서 어떠한 사상․감정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내심에 머무르는 한 절대적인 자유이므로 제한할 수 없는 것이나, 보안관찰법상의 보안관찰처분은 보안관찰처분대상자의 내심의 작용을 문제삼는 것이 아니라, 보안관찰처분대상자가 보안관찰해당범죄를 다시 저지를 위험성이 내심의 영역을 벗어나 외부에 표출되는 경우에 재범의 방지를 위하여 내려지는 특별예방적 목적의 처분이므로, 양심의 자유를 보장한 헌법규정에 위반된다고 할 수 없다”며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1997. 11. 27. 선고 92헌바28 결정). 헌재는 2001년에도 출소 후 관할 경찰서장에게 출소 사실을 신고하도록 한 보안관찰법 조문에 대해 합헌 결정을 내렸습니다(헌법재판소 2003. 6. 26. 선고 2001헌가17·2002헌바98(병합) 결정). 그러나 지난 합헌 결정 이후 10년 넘게 지났고 재판관도 모두 교체되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사상이 ‘불순’하다는 이유로 개인을 감시하고 통제함으로써 사상의 자유를 보장하는 헌법을 파괴하고 있는 보안관찰법에 대해 헌재가 위헌 결정을 할 것을 기대합니다.

12. 이 사건의 청구인 김경환씨는 지난 2000년 이른바 ‘민족민주혁명당 사건’으로 징역 4년 6월을 선고 받고 복역하다가 2003년 특별사면으로 출소했습니다. 2007년 법무부 보안관찰심의위원회는 김씨에 대한 보안관찰처분을 의결했고 이후 2009년과 2011년, 2013년 7월 거듭 기간갱신을 결정했습니다. 김씨는 지난해 8월 30일 보안관찰처분 기간갱신결정 취소 청구 소송을 서울고등법원에 제기했고, 소송 계류 중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신청했다가 지난해 12월 20일 기각되자 이번 헌법소원을 제기했습니다. 한편, 같은 날 재판부는 김씨가 출소 이후 보안관찰 해당범죄와 관련되는 구체적인 활동을 하였음을 인정할 아무런 자료가 없고 직장 생활을 하면서 비교적 안정된 사회생활을 해오고 있는 등 보안관찰 해당범죄를 다시 범할 위험성이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며 보안관찰처분 기간갱신결정을 취소한다고 판결했습니다. 재판부는 “설령 원고가 국가보안법의 폐지를 주장한 적이 있었다 하더라도 이는 헌법상 보장되는 기본적인 정치적 표현의 자유 또는 양심의 자유에 속하는 것”이라고 지적했습니다. 현재 사건은 법무부장관의 상고로 대법원에 계류되어 있습니다.

13. 이 소송은 천주교인권위원회 유현석공익소송기금(이하 ‘기금’)의 지원으로 진행되고 있습니다. 기금은 평생을 실천하는 신앙인으로서, 의로운 인권변호사로서, 약자들의 벗으로서의 한결같은 삶을 살다 2004년 선종하신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유족이 고인의 뜻을 기리고자 출연한 기부금을 바탕으로 구성되었습니다. 우리 위원회는 유족의 뜻을 받아 2009년 5월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5주기에 맞춰 기금을 출범시키고, 공익소송사건을 선정하여 소속 변호사들로 하여금 수행하도록 하고 있습니다. (※별첨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14. 많은 관심과 보도 부탁드립니다. (끝)


※별첨 1. 헌법소원심판청구서 (별도파일)
2.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별첨2 : 故유현석 변호사님의 걸어오신 길

유현석 변호사님은 1927년 9월 19일 충남 서산군 운산면 거성리에서 출생하였다. 1945년 경성대학 문과을류(법학과)에 들어갔으나 1946년에 하향, 서산법원 서기로 일하면서 독학으로 1952년에 제1회 판사 및 검사특별임용시험에 합격하였다. 대전지방법원 판사로 시작해 법무장교, 육군고등군법회의 검찰관, 서울고등법원판사, 서울지방법원부장판사 등을 지낸 후 1966년에 한국최초의 로펌인 ‘제일합동법률사무소’를 열어 변호사의 길에 들어섰다. 70년대 남민전사건, 80년대 광주항쟁, 90년대 강기훈 유서대필사건 등 굵직굵직한 변론으로 인권옹호와 사회정의 실천에 분투하셨다.

1987년부터 1991년 2월까지 대한변호사협회 인권이사직을 역임했으며, 1991년 서울지방변호사회 법률실무연구회 운영위원장에 선임됐고, 1999년 대한변호사협회 총회의장으로 취임하였고, 민주사회를위한변호사모임 원로회원으로, 언제나 든든한 배경이 되어 후배 변호사들에게 큰 힘을 실어주셨다.

1950년 서산성당에서 유봉운 신부님에게 세례(세례명 사도요한)를 받은 이후, 교회 안에서도 많은 일을 하셨다. 1982년부터 1986년까지는 한국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 회장, 1988년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상임대표직을 맡아 활동하셨다. 그리고 천주교인권위원회를 창립해 후배를 키우신 선각자이자 1992년 이후에도 고문으로 재직하면서 늘 천주교인권위원회에 각별한 애정을 쏟으셨다.

또한, 1992년 한겨레신문 자문위원장을 비롯해, 1997년 경제실천시민연합 공동대표, 1999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 고문, 2002년 사단법인 언론인권센터 이사장 등 여러 사회단체의 좌장으로 신실한 신앙인이자 용기 있는 법조인으로, 지혜로운 예언자의 모습으로 한평생을 사셨다.

1993년 국민훈장 무궁화장을 받았으며, 지난 2004년 3월 노무현 대통령 탄핵소추사건의 대통령 대리인단 대표로 법정에 서신 것이 마지막 재판이 되었다.

유현석 변호사님은 2004년 5월 25일 선종하여 하느님의 품으로 돌아가셨다.
2014-01-27 00:19: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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