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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평] 대법원의 ‘공안(관련)사범 수용관리지침’ 문서제출명령마저 거부한 법무부를 규탄한다
icon 천주교인권위
icon 2020-03-23 12:24:14  |   icon 조회: 367
[논평] 대법원의 ‘공안(관련)사범 수용관리지침’ 문서제출명령마저 거부한 법무부를 규탄한다

1. 법무부가 ‘공안(관련)사범 교화지침’(아래 ‘교화지침’) 정보공개 소송에서 교화지침의 제정 전 지침인 ‘공안(관련)사범 수용관리지침(예규보일 제593호)’(아래 ‘수용관리지침’)을 제출하라는 대법원의 문서제출명령마저 거부했다. 지난 20일 열린 변론기일에서 법무부는 판결에서 불이익을 감수하고서라도 제출하지 않을지 여부를 내부에서 검토하고 있다며, 제출하더라도 법원에서만 비공개로 심사해달라고 재판부에 요청했다. 그러나 재판부는 문서제출명령 취지에 어긋난다며 다음 변론기일까지 최종 의견을 낼 것을 요구했다.

2. 형집행법 제5조는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차별받지 아니한다’고 차별금지 원칙을 천명하고 있다. 형집행법 제56조에서 수형자의 개별적 특성에 알맞은 개별처우계획을 수립·시행(제56조)하도록 규정하고 있는데, 공안(관련)사범에 대해 개별 처우계획을 수립하여 시행하더라도 정치적 의견 등을 이유로 한 차별은 금지된다.

그러나 서울구치소측은 2010년 12월부터 2011년 5월까지 국가보안법 위반으로 구속된 한상렬 목사의 일상생활을 한 시간 간격으로 엄중관리대상자 동정기록부에 기록하여 대법원에서 위법하다는 판결을 받았고, 정보공개법에 따라 법무부가 공개한 정보목록에는 ‘공안사범 특이서신 발송 보고’ 등의 제목으로 일선 교도소에서 법무부로 보낸 사찰성 보고서의 흔적이 남아 있기도 하다.

우리 위원회는 ‘공안(관련)사범 교화지침’(아래 ‘교화지침’)의 내용을 확인하기 위하여 법무부에 정보공개청구를 하였는데, 법무부는 2017년 11월 “공안(관련)사범 교화전담직원의 직무수행 상 특별한 보호를 요하여 대외비로 분류한 지침으로써,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을 현저히 해할 우려가 있거나 형의 집행 및 교정 등의 공정한 업무수행을 곤란하게 할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정보공개법 제9조 제1항 제2호와 제4호를 근거로 비공개했다. 우리 위원회는 2018년 2월 비공개 처분 취소 행정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하였는데, 서울행정법원(제11부, 재판장 박형순)은 2018년 11월 2일 교화지침이 공개될 경우 국가의 중대한 이익이 현저히 침해될 우려가 있고 공안교화전담기관의 직무수행이 현저히 곤란하게 된다고 인정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3. 그러나 1심 소송 진행 중에 법무부가 수용관리지침을 작성, 보관하였다가 2008년 12월 22일 이를 폐지하고 위 규정을 대체하기 위하여 정보공개 대상 정보인 교화지침을 작성하여 보관하고 있다는 사실이 확인되었다.

수용관리지침에 대해서는 이미 2008년 서울고등법원 제4행정부(재판장 정장오)가 서울지방변호사회가 낸 정보공개 소송에서 “평소 또는 유사시 교도직원들이나 교도기관이 준수하거나 시행하여야 할 것으로 일반적으로 예상할 수 있는 기본적이고도 원칙적인 사항들을 담고 있어 재소자들이 교도직원들의 행위를 예측하여 이에 대비하는 등의 방법으로…형의 집행, 교정업무 수행을 현저하게 곤란하게…할 것으로는 보이지 아니하”다는 원심 판결을 그대로 인용하여 원고 승소 판결을 하였다(서울고등법원 2008. 4. 1. 선고 2007누32756 판결). 이 판결은 법무부가 상고하지 않아 확정되었다.

따라서 교화지침의 공개 여부에 관해 법원이 적법·타당한 판결을 하기 위해서는 2008년 판결로 공개가 확정된 수용관리지침과의 비교 검토가 긴요할 수밖에 없다. 이에 원고가 항소심에서 수용관리지침에 대한 문서제출명령을 신청하자 2019년 5월 서울고등법원 제8행정부(재판장 이재영)는 법무부장관에게 수용관리지침을 제출하라고 명령했다. 법무부가 즉시항고했으나 2019년 9월 대법원 제3부(주심 민유숙 대법관)가 기각함으로써 문서제출명령이 확정됐다. 그러나 법무부는 대법원 결정 이후 반년 가까이 지난 현재까지도 수용관리지침을 제출하지 않다가 급기야 재판부 앞에서 문서제출명령에 응하지 않을 의사까지 내비친 것이다.

4. 우리 위원회는 2008년 공개 판결이 확정되었고 2019년 대법원이 문서제출명령한 수용관리지침을 끝내 제출하지 않으려는 법무부를 규탄한다. 이는 단지 한 사건에서 패소 판결을 피하려는 소송 기법이 아니라 반헌법적이자 법적 근거도 없는 공안(관련)사범 교화 실태를 외부에 드러내지 않으려는 속셈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볼 수밖에 없다. 법무부는 대법원의 문서제출명령을 즉시 이행하라.

2020년 3월 23일

사단법인 천주교인권위원회
2020-03-23 12:2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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