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5월 12일 국가인권위원회는 지난해 12월 31일 서울구치소 코로나19 사망 진정 사건에 대한 결정에서 법무부장관에게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의료 및 관리시스템을 개선하고 △응급상황 대응 관련 지침 및 매뉴얼이 준수될 수 있도록 관리·감독을 강화하며 △재발방지를 위해 이 사건 사례를 각 교정시설에 전파하고 △서울구치소에 기관경고하라고 권고했다. 또한 서울구치소장에게 응급상황 및 코로나19 확진자 대응 관련 조치에 차질이 없도록 관련 업무 직원들에 대하여 직무교육을 실시할 것을 권고했다. 대한법률구조공단에는 피해자·유가족의 권리구제를 위한 법률구조를 요청했다.
2. 지난 1월 우리 위원회는 교정시설 코로나19 집단 감염으로 수용자 3명이 사망한 사건에 관해 △응급 후송 계획과 사망 당일 조치 △생활치료센터로 지정된 구치소의 의료접근권 △확진 사실 등의 유족 미통보 및 사망 사실의 공개 지연에 관한 진상 조사를 요구하며 법무부장관과 서울동부구치소장, 서울구치소장을 상대로 국가인권위에 진정서를 접수한 바 있다. 국가인권위는 이 사건을 사망자 별로 3건으로 분리한 후 두 번째 사망 사건인 서울구치소 사건에 대해 이번 권고 결정을 한 것이다. 우리 위원회는 이번 조사를 통해 서울구치소의 코로나19 확진 수용자에 대한 사실상 방치, 법무부의 코로나19 대응 관련 효과적 지침 부재, 소측의 응급 상황 대응 미흡 등 총체적인 부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음에 주목한다.
3. 사망 전 역학조사에서 소측이 피해자의 기저질환 정보를 역학조사관에게 전달하지 않은 사실이 드러났다. 국가인권위 결정에 따르면, 2020년 6월 서울구치소에 입소한 피해자는 신입진료 후 고혈압과 당뇨약을 처방받는 등 기저질환이 있었고 정신과 진료를 받고 약을 처방 받기도 했다. 피해자는 2020년 12월 21일 코로나19 확진 판정을 받고 확진자 거실인 3동 상층 1실로 전방되었다. 12월 22일 ▣▣보건소 감염병 대응팀장과 경기도 역학조사관이 서울구치소를 방문해 역학조사를 실시했으나, 소측은 피해자의 주민번호와 나이만 알려주었고 기저질환에 대해서는 정보를 제공하지 않았다고 한다. 이들은 피해자를 경증으로 판단하고 교정기관 부속의원 옆 병실에 입원조치하도록 소측에 구두와 문서로 통지했다. 그러나 피해자는 사망시까지 확진자 거실에 수용되었다. 경기도 역학조사관은 국가인권위 조사에서 “피해자의 사망 소식을 듣고 기저질환이 있는 것을 알았다. 역학조사 당시 피해자의 기저질환 정보에 대해 알았다면 병원으로의 이송을 권고했을 것”이라고 진술했다.
4. 확진 수용자를 생활치료센터나 병원으로 이송하지 않고 구치소에 사실상 방치한 소측의 조치가 사망 사건의 원인 중 하나로 드러났다. 사동 근무자는 06:15경 아침 점호 시 CCTV를 보며 인터폰을 통해 피해자를 호출하였으나 대답이 없어 이상 상황이 발생했음을 보고했다고 한다. 야간에는 의무관 없이 간호직원 1명만 상주시키고, 의료전문성이 없는 사동 근무자가 1차 관리를 담당하며, 그 사동 근무자도 야간근무 시에는 1시간에 한 번 CCTV로 확진자의 상태를 점검하는데, 영상계호를 위한 CCTV의 해상도가 매우 낮아 모니터 화면으로 수용자의 상황을 파악하기에 적합하지 않았다고 한다. 또한 중앙통제실 근무자는 메인 화면 65개와 중점관리대상 17개, 징벌실 16개, 조사수용실 16개 등 총 114개의 모니터를 관찰해야 하는데, 야간근무 시 보조업무자가 있으나 실질적으로는 근무자 1인이 전체 화면을 모니터링 해야 하므로 중점관리대상자라 하더라도 실시간으로 모니터링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한다. 국가인권위는 “고위험군으로 분류된 기저질환자인 수용자는 일반 생활치료센터로 이송하여 관리 및 치료를 받도록 조치를 취하여야 하고, 부득이한 사유로 교정시설 내에서 격리, 치료를 하는 경우 일반 생활치료센터에서의 관리 및 치료에 준하여 보다 더 강화된 관리가 요구된다”고 지적했다.
5. 사건 당시 교정본부는 기저질환을 가진 확진자에 대한 대응 지침도 마련하지 않았던 사실이 드러났다. 중앙사고수습본부는 만성기저질환자(당뇨병, 만성간질환 등)를 고위험군으로 분류하고 의료기관의 병상배정을 우선으로 하되, 생활치료센터에도 입소가능하나 특수상황(고도비만, 정신질환자 등)은 제외할 것을 지침으로 하고 있다. 그러나 소측은 피해자를 외부 의료기관으로 이송하지 않고 사실상 방치한 것이다. 의료과장은 교정본부 지침에 고위험군 확진자 처리에 대한 별도 지침이 없었다고 진술했다.
6. 소측은 사망 전에 피해자의 병세가 악화되고 있음을 알고 있으면서도 신속한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정황이 드러났다. ▣▣보건소 감염병 대응팀장의 진술에 따르면, 사망 이틀 전인 12월 29일 ▣▣시 부시장이 서울구치소장과의 통화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문의하고 행정절차를 진행하면 병상 이송에 대해 협조하겠다고 밝혔고, 30일에는 의료과 직원이 피해자의 상황이 좋지 않다고 ▣▣보건소에 연락해 와서 협조하겠다고 통화하기도 했다고 한다.
7. 피해자를 구치소에 사실상 방치한 결과, 피해자가 쓰러진지 거의 1시간 후에야 교도관이 상태를 확인함으로써 이른바 ‘골든 타임’을 놓친 것으로 보인다. 국가인권위가 확인한 거실 CCTV에 따르면, 사망 당일 05:34 피해자가 화장실에서 나와 무릎을 꿇다가 앞으로 쓰러졌으나 사동 근무자가 거실 앞에서 피해자의 상태를 확인한 것은 06:31이었다. 영상계호실에 배정된 피해자를 사동 근무자뿐만 아니라 보안과에서도 CCTV로 해당 상황을 파악하지 못했으며, 중앙통제실 근무자도 피해자가 화장실에 가는 모습을 확인한 이후 이전과 다르게 거실문을 향해 머리를 두고 엎드려 있는 모습을 확인하고도 이상 상황으로 판단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8. 교도관은 피해자가 의식이 없는 상태임을 확인하고도 즉시 심폐소생술을 실시하지 않는 등 응급조치가 부재했던 사실도 드러났다. 의료과 근무자의 진술에 따르면, 06:51 스트레쳐카를 이용하여 피해자를 앰뷸런스로 옮겼는데 최초 발견자인 사동 근무자가 심폐소생술 조치를 시행한 것으로 알고 그때까지 응급조치를 하지 않았다고 한다.
9. 소측은 사망 선고 전에 이미 피해자의 생명을 포기한 것으로 보인다. 의료과장은 08:17 피해자에 대해 사망선고를 했다고 한다. 그러나 ▣▣보건소 감염병 대응팀장의 진술에 따르면, 06:57 보안과 근무자가 병상배정 요청 연락을 해왔으나 10분 후 소측 직원이 전화를 해 피해자가 사망하여 병상배정을 취소해 달라고 했다고 한다. 소측은 그런 사실이 없다고 주장했다. 의료과장은 “사망 당일 보고받기로 피해자의 상태가 맥박도 없는 등 좋지 않고 치료가능한 병원도 없다고 하여 다른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큰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였고, 그러나 할 수 있는 조치는 다 하여야하기에 계속 CPR(심폐소생술)을 하도록 지시하였다”고 진술했다. 국가인권위는 “앰뷸런스로 피해자를 옮긴 후 호흡이 없는 것이 확인되었고 병원으로 이송하는 것이 의미가 없다고 판단하여 다른 병원으로의 이송을 하지 않은 것으로 추정”된다고 판단했다.
10. 피해자는 인근 병원에서 치료를 거부하여 병상배정을 받을 때까지 앰뷸런스에서 대기하다가 사망 선고를 받았다. 감염병 확산으로 병상 배정에 어려움이 있었을 수 있으나, 소측은 사망 사건 이전에 입원 가능한 병원이 어디인지조차 미리 확인하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보안과 근무자는 당일 06:30 인근 의료기관 응급실에 연락했으나 확진자라 진료할 수 없다는 답변을 받았다고 진술했다. 그러나 다른 직원은 ▽▽▽▽대학교병원이 국가지정 감염병 전담병원이라는 사실을 몰랐으며 보건소에서 병상배정을 해야 해당 병원으로 이동할 수 있는 것으로 알고 있었다고 한다.
11. ‘COVID-19 수용자 인권 지침’(OHCHR-WHO 기관 간 상임위원회, 2020. 3. 27.)은 “국제 기준은 국가가 자유가 박탈된 사람들이 공동체에서 이용 가능한 것과 동일한 기준의 보건 서비스에 접근할 수 있도록 보장해야 하며, 이를 시민권, 국적 또는 이주민 지위와 상관없이 모든 사람에게 적용되도록 해야 한다”라고 강조하고 있다. 헌법재판소는 “구금시설에 수용되어 국가의 보호, 감독하에 있는 수용자(수형자 및 미결수용자)에 대한 국가의 의료 보호의 필요성은 일반 국민에 비하여 더 크다”라고 지적한 바 있다(헌법재판소 2005. 2. 24. 선고 2003헌마31,2004헌마695(병합) 결정). 우리 위원회는 이번 권고가 교정시설 내 코로나19 대응 제도와 관행을 개선하는 데 중요한 계기가 될 것으로 평가한다. 법무부는 국가인권위 권고를 받아들여 사망 사건에 대한 자신의 책임을 인정하고 재발 방지를 위해 노력해야 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