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남부출입국 보호실 사망사건 국가배상청구소송 제기 기자회견
“구금 속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 일시: 2024년 8월 22일(목) 오후 2시 30분
● 장소: 서울중앙지방법원 서문 앞 삼거리
● 주최: 사단법인 두루, 이주구금대응네트워크(준), 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마중
● 기자회견 순서
○ 발언1: 사건의 경과 및 쟁점 / 이한재 변호사(사단법인 두루)
○ 발언2: 고인의 유가족 대표 발언 (통역 제공) / 고인의 아내
○ 발언3: 연대 발언 / 심아정 활동가(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 연대의 노래
○ 기자회견문 낭독: 강성준 활동가(천주교인권위원회)
※ 모든 보도에 당사자 이름, 얼굴 등 신상정보가 노출되지 않도록 각별히 신경써 주시기를 부탁드립니다.
※ 기자회견 발언문 등 자료는 기자회견 장소에서 배포합니다.
발언 1
사건의 경과 및 쟁점
이한재 변호사 (사단법인 두루)
망인은 2023. 12. 15. 서울남부출입국ㆍ외국인사무소 외국인보호실에 입소하였습니다. 망인은 2024. 1. 1. 구토 증상, 코에서 이물질이 나오는 증상을 겪다가 17:26경 의식을 잃고 이화여자대학교 의과대학 부속 서울병원으로 후송되었습니다. 망인은 같은 날 18:39경 병원 응급실에서 사망하였습니다. 부검 결과 망인의 사인은 “심각한 당뇨병 상태에서의 간농양 파열로 인한 복막염”으로 밝혀졌습니다.
망인은 외국인보호실에 입소하고, 사망에 이르기까지 한 번도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했으며, 복용하던 당뇨약도 전혀 복용하지 못하였습니다. 망인의 가족들은 2023. 12. 21.부터 같은 달 29.까지 여러 차례 면회를 갔는데, 그 사이에 망인의 건강상태가 급격히 나빠지고 있다는 것이 느껴졌습니다. 마지막 면회일인 2023. 12. 29.에는 말하는 것조차 매우 버거워 했습니다. 맥없이 천천히 걸었고 말수도 급격히 줄었습니다. 대화할 때 엄청난 힘을 들여야 비로소 고개를 들거나 눈을 뜰 수 있는 모습이었으며, 황달도 보였습니다. 망인은 음식을 먹으면 자꾸 구토를 해서 식사를 할 수가 없고, 근육통도 심하다고 말했습니다.
이미 건강에 심각한 문제가 있음이 분명한 상황에서도 출입국은 아무런 의료조치를 취하지 않았습니다. 가족들은 망인에게 출입국사무소 내부에서 진료를 받을 수 없는지, 외부 병원에 내원할 수 없는지 물었는데, 망인은 ‘병원에 가고 싶다고 몇 차례 얘기해도 출입국사무소 직원들이 보내주지 않는다’고 하였습니다. 원고들은 2024. 1. 2.에 다시 면회를 오기로 하고 망인과 헤어졌는데, 2024. 1. 1. 오후에 출입국 공무원으로부터 망인이 응급실로 후송되었다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가족들이 급히 병원을 찾았을 때에는 망인이 이미 사망한 후였습니다.
당뇨는 관리되지 않을 경우 다양한 치명적인 합병증을 불러올 수 있는 병입니다. 심각한 당뇨 환자가 식단 관리는 커녕 단 한번의 투약조차 하지 못하고 사망에 이를 정도로 방치된 데에는 석연치 않은 점이 많습니다. 유족 측 정보공개청구에 대하여 출입국사무소에서 제공한 기록에는 망인의 건강상태에 관한 정보가 아무것도 기재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그런데 경찰 현장감식결과보고서에는 망인이 입소시 고혈압약 등을 소지한 사실이 확인되며, ‘출입국사무소 측 기록을 통해 망인이 입소 시 고혈압, 당뇨 투병 사실을 진술한 사실, 건강문진표상 고혈압, 당뇨가 체크된 사실이 확인된다’고 기재되어 있습니다. 만약 출입국사무소에 망인에 대한 ‘의료 관련 기록 일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면, 그 자체로 출입국 관련 법령을 위반한 것입니다.
외국인보호규칙 제6조는 외국인이 입소할 때 신체와 소지품을 검사해야 한다고 정하고 제21조 제1항은 외국인이 병을 앓는 경우 의사의 진료를 받게 하여야 하며, 담당 의사가 없는 시설에서 환자가 발생할 경우에는 외부 의사를 부르거나 외부의 의료기관으로 옮겨 치료받게 하여야 한다고 정합니다. 제4조에 따르면 이러한 환자에 대하여는 전담 공무원을 지정하고 면담하도록 해야 합니다. 만약 이러한 조치가 제대로 이루어졌다면, 당뇨 환자가 이렇게까지 방치되는 일은 막을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망인에게 단 한번의 병원 진료 기회만 주어졌더라면, 당뇨 약이라도 복용할 수 있었더라면 이렇게 허망한 죽음은 피할 수 있었을지도 모릅니다.
결국 이 사건의 본질은, 사람을 구금하기 위해 필요한 최소한의 조치가 출입국관리사무소에서 전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무원들에게 장기간 여러 차례 기회가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은 채 환자를 방치하여 사망에 이르게 한 것입니다. 이 소송을 통해 이러한 국가의 위법한 조치에 대하여 책임을 묻고, 진실을 밝히고자 합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고인의 아내입니다.
2024년 1월 1일, 제 남편이 출입국 외국인 보호실에서 사망했습니다. 멀쩡했던 사람이 왜 갑자기 목숨을 잃었는지, 저희 가족은 도저히 받아들일 수 없습니다.
제 남편은 외국인이고, 출입국 외국인 보호소에 구금되어 강제 출국을 기다리고 있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남편은 몸이 좋지 않아 병원에 가서 치료를 받겠다고 요청했지만 직원들에게 거절당했습니다. 남편은 결국 단 한 번도 의사의 진료를 받지 못한 채, 보호소에서 생을 마감했습니다. 경찰 조사 결과, 사망 원인은 남편의 지병이라는 결론이 나왔고, 출입국은 아무런 혐의가 없다는 결론으로 사건이 종결되었습니다.
남편이 보호실에 있는 동안 저희 가족은 여러 차례 면회를 갔고, 남편의 건강이 나날이 악화되고 있다는 것을 목격했습니다. 남편은 면회 때도, 그리고 저와 전화할 때도 분명히 병원에 가고싶다고 이야기했지만, 직원들에게 거절당했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경찰 조사 보고서에는 직원들이 이러한 사실을 부인했고, 남편이 이미 세상을 떠났기에 다른 증인도 없고 CCTV조차 저희에게 공개되지 않았습니다.
남편은 1월 1일 오후 5시경 혼수상태에 빠진 것으로 보입니다. 경찰이 본 CCTV에 따르면 남편은 그날 아침부터 이미 위중했습니다. 아침에 친구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이 곧 죽을 것 같다고 병원에 가고 싶다고 말했습니다. 하지만 이런 절박한 상황에서도 직원들은 그를 병원에 보내지 않았습니다. 저희 가족은 너무도 가슴이 찢어집니다. 외국인보호소가 왜 기본적인 생명권조차 지켜주지 못하는 것입니까? 몸이 아플 때 의사를 볼 권리조차 허락되지 않아, 남편은 얼마나 무력하고 고통스러웠을까요? 그리고 절망 속에서 죽어갔을까요? 이것이 과연 살인과 무엇이 다릅니까?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이런 대우를 받아야만 하나요? 공무원 여러분께 묻고싶습니다. 만약 그가 여러분의 가족이라면, 아들이나 남편, 혹은 아버지라면 이렇게 대하시겠습니까?
남편은 겨우 43세였습니다. 그이는 아직도 이루지 못한 일들이 많습니다. 아이는 아직 초등학생이고, 외동아들이며 부모님은 모두 65세가 넘으신 노인입니다. 저도 큰 병을 앓은 뒤로 건강이 좋지 않습니다. 우리 가정의 기둥이었던 남편이 이렇게 갑자기 세상을 떠났습니다. 만약 단 한 번이라도 병원에 갈 수 있었다면, 그는 죽지 않았을 것입니다.
살아있어야 할 사람이 이렇게 허망하게 죽었습니다. 제가 증거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이유만으로 그들이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것이 말이 되나요?
제가 외국인 여성에 어린 자식을 둔, 한국어도 서툰 사람이라는 이유로, 그리고 변호사 비용을 감당하지 못한다는 이유로 이렇게 억울하게 당해야만 하나요? 이 세상에 정말 공정과 정의가 존재합니까?
발언 3
연대 발언
구금 속 죽음의 행렬을 멈춰라
심아정 활동가(화성외국인보호소방문시민모임 마중)
오늘 무거운 마음으로 이 자리에 섰습니다. 너무 늦었지만 무엇보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 고인께서 편히 잠드시기를 바라며 유족들께도 깊은 애도의 마음을 전합니다. 장례가 끝난 후 유족을 만나 뵈었던 날을 기억합니다. 느닷없이 들이닥친 단속과 구금 속에서 허망하고 참담하게 맞닥뜨린 죽음을 애통해 하면서도, 이 죽음의 부당함을 공개적으로 호소하면 어떤 불이익을 당할지 몰라 국가에 책임을 묻는 것을 두려워하셨습니다. 국가권력의 태만으로 사랑하는 사람을 억울하게 잃은 이들이 왜 그런 두려움 속에서 살아가야 합니까? 너무 늦었지만 지금이라도 이번 사건과 고인의 죽음을 상기하며 유족들과 함께 국가배상소송의 시작을 지켜보기 위해 이렇게 여러 사람들이 모였습니다. 그러니 더 이상 두려워 마시고 힘내셔서 국가배상소송을 함께 싸워나갈 수 있기를 바랍니다.
이 새로운 비극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또다시 자행되었습니다. 2022년 8월 16일 부산 출입국외국인청에서도 일어났고, 2024년 1월 1일 고인에게도 일어났으며, 여기서 멈춰 세우지 못하면 앞으로도 누군가에게 일어날 비극입니다. 지금도 전국 각지에서 단속으로 비국민을 잡아들여 ‘보호’라는 명목으로 ‘구금’하고 있는 보호소와 보호실에서 신체적/정신적 상해를 입고 있으나 알려지지 않은 분들이 계실 것이라 생각합니다.
출입국외국인청의 ‘보호실’은 여러 행정 절차를 수행하기 위해 비국민들이 대기하는 단기구금 시설입니다. 주구장창 가둬두라고 만든 시설이 아닙니다. 상주하는 의료 인력도 없기에 출입국직원이 자의적으로 의료적 판단을 합니다. 의료적 대처를 함에 있어서 ‘진료’가 아니라 ‘짐작’을 하는 것입니다. 일상이 가능한 식당도 없고, 좁은 공간에서 단체 생활을 하며 프라이버시조차 보장받지 못하는 곳에 아픈 사람을 가두는 것이 어떻게 ‘보호’일 수 있을까요? 서울 남부출입국외국인청의 ‘보호실’이라는 열악한 공간과 출입국 직원의 ‘방치’에 가까운 대처는 A님의 지병을 악화시키고 극대화했습니다. 그런데, 출입국직원의 ‘방치’는 이 사회가 이제껏 수수방관해 온, 단속-구금-추방으로 이어지는, 비국민에 대해 연쇄적이고 합법적으로 자행되는 국가폭력을 그냥 두고만 보는 것과 얼마나 다를까요? ‘방치’는 전략적인 무지입니다. 알고도 아무 것도 하지 않으려는, 어찌 보면 적극적인 의지의 발현이기도 합니다.
고인은 사망에 이르기까지 수차례 고통을 호소했지만 진료는커녕 지병인 당뇨병 약조차 단 한 번도 복용하지 못했습니다. 대리인단은 “고인이 제때 치료를 받을 수만 있었다면 사망에 이르도록 합병증이 심각해지지 않았을 가능성이 높다”고 말합니다. 애초에 국민이든, 비국민이든, 누구든, 환자를 가둔다는 것에 문제가 있지만, 가두고도 적절한 의료조치를 취할 의무를 다하지 않고 방치하는 것은 ‘죽게 내버려두는 권력’의 행사이며, ‘공무’라는 이름의 ‘살인’과 다르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대한민국은 피고석에서, 공무원의 위법행위로 인한 A의 죽음과, 사랑하는 사람을 잃은 유족들의 상실감과, 슬픔과, 관계의 단절과, 빼앗긴 미래를 (무엇을 한들 충분히 배상할 길은 없겠지만) 배상하고 공식적으로 사죄해야 합니다. 그리고 이 사회의 구성원들은 이러한 죽음의 행렬 앞에서 비국민에게 집행된 ‘공무’란 무엇인지 반드시 함께 되물어야 할 것입니다.
기자회견문
2024년 1월 1일,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 보호실에 보호되어 있던 외국인이 참담한 죽음을 맞았다. 당뇨, 고혈압 등 지병으로 인한 고통을 호소했던 피해자는 심각한 몸 상태에도 불구하고 보호되어 있던 기간 내내 병원에 갈 수도, 의료진을 만날 수도, 약 처방을 받을 수도 없었다. 오로지 가족들이 보내준 상비약과 영양제로 버텨야 했던 피해자의 사망일은 그토록 고대하던 가족과의 면접을 하루 앞둔 날이었다. 피해자는 음식물을 모두 토해내고 쓰러져 정신을 잃을 때까지 병원 문턱을 밟을 수 없었다.
출입국에서 질병으로 사람이 사망한 것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지난 2022년 8월 부산출입국·외국인청 보호소 독방에서 뒷수갑과 머리보호장비를 착용했던 외국인이 수용 8시간 만에 고열 증세로 병원에 이송되다 사망하였고, 2019년 10월 화성외국인보호소에 1년 간 장기 구금되어 있던 외국인이 복통을 호소한 후 병원에 이송되었다가 4일 뒤 급성신부전증으로 사망하였다. 그러나 보호소 내 열악한 의료환경은 조금도 달라지지 않았고, 또 다시 피해자가 발생했다.
외국인보호소와 출입국 내 보호실은 ‘보호’라는 이름으로 운영되고 있지만, 실상은 교도소와 다름이 없고 오히려 환경은 더 열악하다. 교도소에서조차 일어나지 않을 반인권적 행위들이 ‘법의 공백’ 하에 공공연하게 이루어지고 있다. 피해자가 사망한 서울남부출입국 보호실에는 단 한 명의 의료진도 없었고, 당뇨로 인한 합병증 증세를 보이는 피해자의 위중한 상태를 그 누구도 알아차리지 못했다.
출입국관리법에 따르면, 법무부와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는 보호된 외국인의 관리에 대한 책임이 있고, 피보호외국인이 환자인 경우에는 특별한 보호 의무가 있다. 또한 외국인보호규칙에 따르면, 외국인이 보호실에 입소할 때에는 질병 유무를 검사하고, 질병이 있는 자는 의사의 진료나 치료를 받게 하여야 한다. 그러나 피해자가 입소할 때부터 사망할 때까지 의료와 관련된 그 어떤 절차도 이루어지지 않았다. 이는 명백한 법 위반이고, 그로 인한 결과는 피해자의 안타까운 사망이다.
피해자가 사망한지 7개월이 지났다. 그러나 유가족은 피해자의 사망 경위에 대해 들을 수 없었고, 피해자의 사망에 대한 사과도 없었다. 유가족은 긴 고민 끝에 소송을 결정하였다. 피해자와 유가족이 입은 손해를 배상하라는 내용의 국가배상을 청구하게 된 것이다. 우리는 유가족을 지지하고, 법무부와 서울남부출입국사무소를 규탄하며, 다음과 같이 요구하는 바이다.
하나, 법무부장관은 피해자의 사망 사건에 대한 진상 조사를 실시하라.
둘, 법무부장관과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유가족에게 사과하고, 재발 방지를 약속하라.
셋, 법무부장관과 서울남부출입국외국인사무소장은 피해자와 유가족의 신체적·정신적 피해를 보상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