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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동티모르 투표감시단참가자 및 기자들의 호소문(99년9월10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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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05-10 12:00:50  |   icon 조회: 44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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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티모르 투표감시단참가자 및 기자들의 호소문(99년9월10일)

투표감시단 참가자 및 기자들의 호소문

저희들은 지난 8월 30일 유엔의 주관으로 실시된 동티므로 주민투표과정을 지켜보고 돌아온 사람들입니다. 저희들은 공식적인 유엔 동티모르 선거감시단의 감시원으로서 혹은 언론인으로서 그 과정에 참여하였고 다행스럽게도 무사히 돌아올 수 있었습니다.그러나 동티모르는 현재 인도네시아 군부의 지원을 받는 이른바 "반독립파 민병대"들에 의한 약탈과 방화, 추방과 대량학살의 소용돌이에 빠져 있습니다. 저희들은 저희들이 오늘까지 보고 들은 내용을 있는 그대로 알리고, 식민지 노예상태에서 해방되기를 선택했다는 이유만으로 동티모르인들이 당하고 있는 희생을 조금이라도 줄이는데 노력할 것을 호소하기 위하여 이 글을 작성하게 되었습니다.

9월4일은 동티모르 역사상 가장 기쁜 날이었습니다. 동티모르인들이 독립을 선택했다는 사실이 유엔의 발표를 통하여 공식적으로 확인되었기 때문입니다. 동티모르인들 스스로는 말할 것도 없고 투표를 관리해 온 국제감시단, 심지어는 그 과정을 지켜 본 외신기자들 마저도 서로 얼싸안고 감격을 나누었습니다. 그것은 투표결과발표가 동티모르인들 뿐 아니라약소민족의 자결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키고자 노력한 모든 인류의 양심이 마침내 승리한 것을 확인한 순간이었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놀랍게도 그 기쁨은 투표결과발표로부터 30분도 지나지 않아 유린되기 시작하였습니다. M16소총으로 무장한, 이른바 "반독립파 민병대"가 총을 쏘면서 난동을 부리기 시작했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자기들이 투표에서 참패한 데 대해 분노하며 독립을 선택한 시민들에게 테러를 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들은 선거결과를 발표한 마고타호텔을 시작으로 딜리 시내, 그리고 동티모르 전역에서 동티모르 주민들은 물론, 유엔 선거감시단과 자원봉사자들, 각국의 언론인들과 외교관들, 심지어 카를로스 벨로 주교를 비롯한 동티모르 지도자들에 대해서까지 무차별 공격을 감행하였습니다.

아무런 대책이 없이 투표결과를 축하하던 내외신 기자들과 선거감시단은 등뒤에서 그들의 총소리를 들으며 딜리 서쪽에 있는 독립파 지역, Becora의 호텔로 도망쳤습니다. 그러나 저희들이 도착했을 때 이미 호텔은 불타고 있었고 호텔 주인의 가족들은 민병대에게 잡혀서 트럭에 태워지고 있었습니다. 저희들이 그들에게 다가가려고 하자 민병대는 M16을 쏘면서 저희들을 공격했고 저희들이 피신하자 그들을 태운 채 어디론가 가 버렸습니다. 그들은 저희들이 호텔 주인에게 선거결과를 알릴 기회 조차 주지 않았습니다. 나중에 저희들은 호텔주인의 가족들과 동티모르 주민들이 외딴 섬으로 보내지기 위해 항구에 억류되어 있다는 것을 알아냈지만 항구에 접근하려고 할 때마다 그들은 총을 쏘면서 공격했습니다.

그로부터 20분후에 인도네시아에서 온 선거감시단으로부터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들은 지난 해 수하르토를 하야시킨 5월혁명을 주도한 학생들로 이루어져 있었습니다. 그래서 그들은 더욱 더 인도네시아 군대와 민병대의 표적이 되어 있었습니다. 그들의 집이 민병대들의 습격을 받고 있으니 구출해 달라는 것이었습니다. 유엔감시단이 그들의 집 앞에 도착했을 때 총소리와 비명 소리가 들렸습니다. 그러나 유엔감시단에게도 총격이 쏟아졌기 때문에 저희들은 그들을 그곳에 남겨둔 채 급히 공항으로 피할 수밖에 없었습니다. 공항으로 가는 길은 불 타오르는 집들과 총소리와 민병대의 환호 소리로 가득 차 있었습니다.

유엔이 투표결과를 발표한 직후부터 지금까지 계속되고 있는 상황이 바로 이런 것입니다. 유엔감시단원들이나 외국 기자들인 저희들은 그나마 유엔과 포르투갈 등이 마련한 비행기를 타고 동티모르를 탈출할 수 있었습니다. 자카르타로 향하는 비행기에서 모든 탈출자들은 하염없이 울고 있었습니다.

9월 9일 아침까지 위성전화를 통하여 딜리에 남아 있는 유엔감시단과 외국 기자들에게 확인한 바에 의하면, 약 4,000여명의 동티모르 주민들이 민병대와 인도네시아 군대에 의하여 서티모르 Atambau로 추방되었습니다. 그들을 실은 배에서, 그리고 서티모르에 도착한 후에 수많은 사람이 학살되었다는, 확인도 부인도 할 수 없는 소식이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런가 하면 이 시간에도 또다른 4,000여명이 납치되어 항구에 갇혀 있습니다. 민병대가 포위하고 있는 유엔 감시단 본부에는 2,000명 이상 되는 사람들이 식량과 물이 떨어진 채 피신하여 생명의 위협을 받고 있습니다. 그들중 상당수는 동티모르 독립운동을 이끌어온 지도자들입니다. 만일 유엔이 예정대로 오늘(9월 10일) 아침 감시단을 철수시킨다면, 이제 동티모르에는 민병대와 인도네시아 군대의 학살과 만행을 지켜보고 외부세계에 전할 수 있는 마지막 통로마져 사라지게 되는 것입니다.

물론 지금까지 학살된 동티모르 주민과 민병대의 총칼을 피하여 산으로, 정글로 도망친 사람이 얼마나 되는지는 아무도 모릅니다. 육로를 통해 서티모르로 끌려간 주민이 10여만이다, 혹은 20만에 이른다는 소문도 들려오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또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학살되었는지, 또한 앞으로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죽음을 당하게 될지 예측 조차 할 수 없습니다. 인도네시아 정부의 약속과 유엔을 믿고 투표에 참가하여 독립을 선택하였다는 이유만으로 이처럼 엄청난 학살이 벌어지고, 정작 투표를 관리하고 결과를 발표한 유엔과 각국 정부는 아무런 책임도 지지않고 방관하는 이런 어처구니없는 사태가 어떻게 일어날 수 있는 것인지, 정말 믿을 수 없습니다.

우리는 슬픔을 금할 수 없습니다. 그리고 기적이 일어나기를 빕니다. 국제사회와 한국 정부, 그리고 한국의 시민들이 지금이라도 이들을 잊지 않고 이들을 구원하는 데 나서기를 기도합니다. 우리 정부와 시민들에게 호소합니다. 만일 저희들이 바라는 기적이 일어나지 않는다면, 그래서 유엔이 마지막 남은 유엔감시단 300명만 데리고 동티모르를 탈출해 버린다면, 2,000명이 넘는 동티모르의 선량한 시민들은 민병대의 총칼앞에 버려지는 운명을 맞을 것입니다. 지난 24년간 수십만명이 죽어가면서 이루고자 했던 동티모르의 독립은 그 마지막문턱에서 다시 좌절될 것입니다.

우리는 동티모르 문제에 대하여 유엔은 물론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때로는 인도네시아의 식민지배를 용인하거나 공모하고 인권유린을 은폐, 방조하였다는 사실, 그리고 최근에는 성급하고 안이한 방법으로 독립투표과정을 진행하고 그 결과를 책임지지 않으려는 태도를 보이고 있음을 잘 알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들의 무책임한 태도는 인류의 양심으로 비판받고 책임을 추궁당해야 마땅합니다.

다른 한편으로 우리 정부와 언론, 시민사회 또한 이 문제를 우리와 상관없는 강건너 불보듯 하고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동티모르의 상황에 깊은 슬픔을 느끼는 사람들 조차도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가 할 수 있는 일이 아무 것도 없는 것같은 좌절감에 빠져서 우리의 책임을 다하지 못하고 있다는 사실을 또한 지적하고자 합니다.

동티모르 문제는 남의 일이 아닙니다. 바로 우리의 이웃, 아시아의 땅에서 냉전을 이용한 강대국의 패권정치에 휘말려 식민지 노예상태로 전락했고 군사정권의 인권유린에 신음해 왔습니다. 전 인구의 3분의 1이상이 학살당하는 고통속에서 투쟁한 결과 마침내 인류의 양심을 울리고 국제사회와 유엔의 개입을 끌어내 오늘날 독립투표로 그들의 의사를 표시하는 데까지 이르렀습니다.

우리는 최선을 다해 이들과 연대하고 이들을 도와야 할 도덕적 책임이 있다고 믿습니다. 더구나 동티모르의 독립을 위해 싸워 온 사람들이 공산주의자라거나 섬사람들이어서 원래 잔인하다거나 하는 식의, 인도네시아 정부 당국이 지난 20여년간 퍼뜨려온 거짓선전을 아직도 믿고 있는 일부 사름들의 잘못된 시각은 동티모르인들과 국제사회의 양심을 모욕하는 것으로서 시급히 바로잡아야 한다고 믿습니다.

우리 정부와 시민 사회가 적극적으로 나선다면, 인도네시아 정부가 동티모르에서 인도네시아 군부의 방조와 개입아래 저질러지고 있는 대량 학살과 추방을 멈추는 방향으로 움직이게 할 수 있습니다. 또한 적극적인 개입을 망설이고 있는 유엔과 미국, 호주 등 각국 정부를 움직이는 데에도 상당한 기여를 할 수 있습니다. 더욱 중요한 것은 한국 시민사회의 단결된 활동을 통하여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가 동티모르 문제에 더욱 강력하게 연대하게 할 수 있다는 사실입니다.

이런 뜻에서, 이번 동티모르 투표과정 또는 그 이전에 기자로서 혹은 유엔감시단원으로서 참여하여 현장을 지켜본 저희들은 우리 정부와 시민사회에 호소합니다.

한국정부에 대하여
1. 한국 정부는 다음과 같은 내용을 정부의 공식 견해로 선언하고 외교통로를 통하여 인도네시아 정부에 촉구하여야 합니다.

가.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신의 국제적 약속에 따라 동티모르의 독립을인정하고, 주민의 생명과 인권이 보장되는 가운데 동티모르 독립국가건설이 평화롭게 이루어질 수 있도록 보장할 책임이 있다.
나.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딜리시내의 유엔동티모르 감시단(UNAMET)구내에 피신해 있는 2,000여명의 동티모르 주민, 유엔 감시단 직원, 인도네시아 및 각국 자원봉사자들의 안전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이들의 생명을 위협하는 민병대를 해산하고 물과 식량, 의료품을 즉시 공급해야 한다.
다. 인도네시아 정부는 자나나 구스마오, 카를로스 벨로 주교, 조세 라모스 호르타, 마뉴엘 카라스칼라오를 비롯한 동티모르 지도자들의 안전과 귀환, 그리고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할 절대적 책임이 있다.
라. 인도네시아 정부는 약탈과 방화, 주민들의 추방 및 살인행위를 저지르고 있는 민병대의 무장을 즉시 해제하고 이들을 해산하는 동시에 그들이 저지른 범죄의 진상을 조사하여 처벌할 책임이 있다.
마. 인도네시아 정부는 민병대에 의하여 서티모르 지역으로 추방되었거나 혹은 민병대를 피하여 산악이나 정글지역으로 탈출한 동티모르주민의 안전한 귀환을 보장할 책임이 있으며, 이들에게 동티모르의 장래문제 또는 지난 8월 30일의 투표과정에 대한 어떠한 의사표시도 요구해서는 안된다.
바.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의 평화와 주민들의 생명을 보호하기 위하여 즉시 유엔에 평화유지군의 파병을 요청해야 하며, 평화유지군 파병과 민병대가 저지른 인권유린 사태를 조사하는 유엔 조사단의구성 및 활동에 적극적으로 협조해야 한다.
사. 인도네시아 정부는 동티모르에서 최근 벌이진 인권유린 사태를 조사하고 동티모르 독립정부 구성과정을 감시하기 위한 민간단체의 입국과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아. 인도네시아 정부는 현재 유엔동티모르 감시단구내에 피신해 있는 유엔 감시단의 직원 및 민간인들, 그리고 동티모르 전역에 걸쳐 주민들을 위한 유엔과 각국 정부 및 민간단체의 식량, 음료수, 의약품을 비롯한 필수생활용품의 전달 및 그들의 동티모르 입국과 자유로운 활동을 보장해야 한다.

2. 한국 정부는 동티모르 투표결과 취재 후 행방이 확인되지 않고 있는 한국인 기자 조성수씨의 행방과 안전을 확인하고 보장하기 위하여 모든 외교적 노력을 다하여야 합니다.

3. 한국 정부는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의 이사국으로서, 안전보장이사회가 동티모르에 유엔평화유지군을 파병하고 최근에 벌어지고 있는 인권유린 사태에 대한 유엔의 공식 조사단 파견을 제의하고 이것이 실현될 수 있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또한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의하여 유엔평화유지군의 파병 및 조사단의 구성이 결의될 경우 이에 참여하고 지원할 의사가 있음을 선언하여야 합니다.

4. 한국 정부는 유엔인권고등판무관이 최근 제안한 인권위원회 비상회의 소집에 적극 협조하고, 유엔이 인권고등판무관의 책임 아래 동티모르 주민의 인권을 보호하기 위하여 할 수 있는 모든 조치를 하도록 지지하고 외교적 노력을 하여야 합니다.

5. 한국 정부는 동티모르의 질서가 회복되는 대로, 의료진의 파견과 식량 및 의료품, 기타 필요한 인적. 물적 지원을 해야 하며 그럴 의사가 있음을 선언하여야 합니다.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에 대한 호소
1.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들은 우리와 같은 아시아에서 우리와 같이 이웃 강대국에 의한 식민지배와 독재정권의 인권유린, 그리고 강대국 패권정치에 시달려 온 동티모르인들의 고통과 희생을 조금이라도 덜 수 있도록 지금부터라도 최선을 다해야 합니다.

2. 약소 민족의 자결권과 인간의 존엄성을 존중하는 시민사회의 지도자들과 민간단체들은 가장 빠른 시일안에 동티모르 문제에 관하여 일해온 단체 및 개인들과 협조하여 공동의 목표와 행동방침을 정하고 이에 따라 행동함으로써 한국 정부와 유엔, 미국과 호주를 비롯한 각국 정부가 자기의 역할을 다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3. 한국의 민간단체들은 국제연대 역량을 모두 동원하여 아시아 각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들이 동티모르에서 벌어지고 있는 대량학살과 추방을 끝내고 평화를 회복할 수 있도록 촉구해야 합니다.

4. 한국의 시민사회와 민간단체들은 인도네시아 정부에 대하여 동티모르의 평화를 회복하고 주민들의 생명과 자유를 보장해야 할 책임을 이해하도록 요구하고 항의해야 합니다. 이를 위하여 인도네시아 정부는 물론 주한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효과적이고 지속적인 방법으로 한국 국민의 의사를 전달하도록 노력해야 합니다.

5. 평화와 인권을 지키는 한국의 시민들은 인도네시아에 대한 관광여행의 중지, 인도네시아 항공기 탑승 및 인도네시아산 물품의 구입을 중지하고 인도네시아 대사관에 항의해야 하며, 노동조합들은 인도네시아로부터 오는 화물의 하역을 거부하는 것을 진지하게 검토해 주시기 바랍니다.

김여정 유엔선거감시단(동티모르를 위한 국제법률가위원회,IPJET)
금강석 다큐멘터리 프로듀서
최재훈 유엔선거감시단(국제민주연대)
구수환 한국방송공사 프로듀서
2002-05-10 12:00: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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