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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혁당]죽은 자와 산 자들이 함께 춤추는 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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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05-10 12:17:12  |   icon 조회: 447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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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자와 산 자들이 함께 춤추는 날이



문정현(신부, 인혁당 대책위 대표)


인혁당! 1975년 4월 9일 이른 아침에 청천 벼락이 떨어졌다.

어제 10시에 대법원 판결이 나고, 저녁에 명동성당에서 대단히 큰 시국 기도회가 있었다. 기도회를 마치고 늦은 밤에 응암동 성당 함세웅 신부 사제관에서 잠을 자고 있었다. 꼭두새벽에 가족들로부터 전화가 왔다.

하늘이 무너지는 듯한 사형 집행 소식이다. 소식을 듣고 서울 구치소(서대문)로 달려갔다. 전투경찰로 삼엄했다. 가족들의 절규는 지금도 생생하다.

그 이후, 우리는 가족들의 고통을 헤아려 보지 못했다. 말로는 감히 표현할 수 없다. 가슴을 쥐어뜯으며 하늘이 무너지지 않고 땅이 꺼지지 않아 지금까지 살아 왔을 뿐이다.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 일로 투옥되었던가?

이른바 인혁당 가족을 대면하면 빚을 진 것만 같다. 죄책감마저 든다.
우리가 죽인 것만 같다. 비단 우리만이 아니다. 지금도 당시 안기부 사람에게 "너는 여러 사람을 죽였다. 너는 그들을 살려내라." 찌르는 듯한 질문을 한다. 그러나 당시 안기부 사람들은 당황하며 "법대로 하세요!"라고 힘없는 대답을 하고 도망치기 일쑤다.

그런가 하면 "아직도 복권이 되지 않았습니까?", "생활하시기 어려우시지요?", "인혁당 사건의 진상과 명예회복 문제는 풀어야 합니다." 이렇게 살아 있는 사람들에게 큰 부담이 되고 있다. 그렇다. 죽은 이들은 아직도 두 눈을 부릅뜨고 절규하고 있다. 이들의 한이 풀리지 않고는 이 땅의 평화도 없다. 사건의 진실이 드러나고, 그 진실에 승복하여 모두가 살아나야 한다. 현대사의 한복판에 있는 인혁당 사건은 역사를 바로 세우는 시금석이 되기 때문이다.

일이 이제야 시작되나 보다. '인혁당 사건 진상규명 및 명예회복을 위한 대책 위원회(인혁당 대책위)가 떴다.

불의한 독재 권력에 의해 억울하게 사형 당한 이들이 나라와 민족의 가슴에 다시 살아나는 때가 이제야 오는가 보다. 강산이 두번 바뀌고 한 세대가 흘러가고 있지 않는가? 저들의 뼈들이 일어나 춤출 날이 왔다. 죽은 자와 산 자들이 모여 함께 춤출 날을 만들자.
2002-05-10 12:1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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