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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사업, 의혹의 10년을 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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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05-10 15:17:44  |   icon 조회: 44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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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X사업, 의혹의 10년을 말한다







김종대/군사평론가



국제 군산복합세력의 세계대전




중국과 러시아를 제외한 전 세계 전투기시장의 주문 동향은 일정한 주기를 갖고 있다. 1945년 전 세계 전투기 주문물량은 2천5백대다. 그러나 그 후 급격히 하락하여 1950년 1천대, 1960년 7백대로 감소하다가 1970년에 갑자기 2천대로 물량이 늘어났다. 이 기조는 1980년 1천9백여 대로 유지되는 듯 했다. 그러나 1990년 다시 6백대로 급격히 하락한다. 2000년에도 주문물량은 7백대에 불과했다. 1970년 이후 전투기 대량주문이 소멸된 것이다. 이러한 증가와 하락의 순환주기는 대략 25년이다. 전투기 한 대의 수명주기와 거의 일치한다.




그러면 21세기의 동향은 어떠할까. [제인 연감] 등 각종 국제 군사연감을 참고해볼 때 현재 전 세계 전투기 총수량은 2만6천대다. 이중 2천5백대의 F-5와 1천5백대의 미라주3/5를 포함한 약6천대는 수명이 다한 기종이다. 이제 또다시 대량주문의 시대에 근접하는 순환주기에 들어선다고 보여진다. 이 분석을 기초로 대략적인 예상을 해본다면 향후 5년 간 전투기 물량은 최소한 2천6백여 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3천억 달러에 달하는 시장규모다. 향후 10년 간 전투기 주문물량은 약6천대가 될 것으로 예상된다. 약7천억 달러의 시장규모다.




포성 없는 전투기 개발 경쟁




이 시장을 놓고 신개념, 신기술이 적용된 최첨단 전투기를 내놓고 있는 각 국은 21세기 전투기 시장 석권을 위한 발빠른 채비를 하고 있다. 자국의 과학기술과 산업능력을 항공산업에 집중시킴으로써 경제패권도 노리고 있다. 특히 신소재, 첨단 전자전 기술, 신개념의 체계통합능력은 현대전에 부합되는 고지식의 전쟁수행을 위해 '제4세대급' 전투기 개발과 해외 마케팅과 맞물리면서 국가의 사활을 건 전쟁으로 비화되고 있다. 이것은 필연적으로 범세계적인 군비확산을 불러일으킴은 물론, 새로운 차원의 군비경쟁을 부추긴다. 이 포성 없는 전쟁은 과학기술의 군사화를 촉진함은 물론 21세기의 질서를 갈등과 경쟁의 양상으로 끌어가는데 톡톡히 한 몫하고 있다.




미국은 올해 다목적 합동전투기 개발사업으로 2천억 달러 규모의 JSF사업에 착수하였으며 그 수주업체로 미국내 제1의 방산업체인 록히드 마틴이 선정되었다. 이 기종으로 미국과 영국에 3천여 대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된다. 이 외에 네덜란드, 싱가포르, 터키, 이스라엘 등 전 세계 국가들에도 약3천대의 판매를 목표로 하고 있다. 이렇게 해서 약6천대의 전투기 시장을 완전히 석권하겠다는 야심을 다지며 세계 전투기의 '미국화'를 추진하고 있다.




FX, 21세기 전투기시장 쟁탈전의 서막




공군의 차기 전투기시장을 놓고 미국세력과 유럽세력의 고강도 정치․외교전쟁이 벌어지고 있다. 한국의 차기전투기사업(F-X)은 21세기 세계 전투기 시장에서 미국과 유럽간의 사활을 건 세계전쟁의 서막이다. 이 두 세력의 충돌은 단순한 시장 쟁탈전을 넘어 21세기 세계질서 재편을 앞둔 고강도 정치․외교 전쟁이다. 이미 미국, 프랑스, 러시아 3개국 대통령은 비슷한 시기에 김대중 대통령을 만나 자국의 전투기 수주를 부탁했다. 특히 유럽세력은 미국의 전투기 시장 독점을 결코 좌시하지 않겠다는 입장이다. 최근 유럽연합(EU)의 반미적 성향이 강화되는 추세를 볼 때, 그 충돌의 강도는 매우 심각하다. 단순한 무기판매 경쟁이 아니라 미국과 유럽간에 세력경쟁의 양상을 띠고 있다.




무기시장 중에서 가장 규모가 큰 전투기 시장을 장악한다는 것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있다. 전투기는 모든 무기체계 중 핵심으로서 공급국에 의한 지속적 부품공급과 유지관리의 지원이 뒤따라야 한다. 만일 미국이 전 세계에 전투기를 판매하게 되면 전쟁을 통제하고 전략을 주도하는 정치-군사적 영향력이 확대되는 것을 의미한다. 전투기는 단순히 경제적 이익만이 아니라 국가의 핵심 대외전략을 뒷받침하는 하나의 축으로서 그 중요성이 결코 간과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점에서 전투기 판매경쟁은 20세기 초 제국간 식민경쟁에 비견되는 현대적 의미의 식민정책이며, 강대국의 세계 경영전략의 중요한 축이다. 제국의 발톱들이 일제히 한국을 향하고 있다. 이러한 전쟁의 한복판에 있는 2002년의 서울을 후세의 역사는 과연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중요한 선택을 한 달여 앞둔 시점에서 세계의 시선이 한국으로 집중되고 있다.




한국 F-X 사업의 '태생적 한계'




이렇게 세계 전투기 경쟁의 한복판에 있는 한국 공군의 차기전투기 도입사업, 일명 F-X는 12년 전 F-16으로 기종이 결정된 일명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 당시와 연계하여 접근된다. 1980년대 중반, 당시 전두환 정권은 한국형 전투기사업-최초 이 사업의 명칭은 F-X였으나 미 보수층을 의식해 사업 명칭이 KFP로 변경된다-에서 세 가지 시나리오를 검토했다.




첫째, 소수물량의 F-15 전투기를 도입하는 것이다. 전두환 정권은 당시 일본, 이스라엘 등 미국의 동맹들이 대부분 F-15를 갖고 있는 현실을 고려하여 그 대열에 합류하기를 강력히 희망했다. 그러나 이 시나리오는 미국에 의해 일언지하에 거절당했다. 당시 미국은 일본이 면허 생산한 F-15J가 자국에서 생산한 F-15보다 많은 기능에서 상당히 앞서 있다는 사실에 직면하고 상당한 충격을 받고 있었다.




동맹국의 전투기 기술이 종주국을 앞선다는 것은 매우 자존심 상하는 일이었다. 더군다나 일본의 과학기술은 이미 세계를 제패하고 있었으며 미국 보수층 사이에서는 '일본 위협론'이 서서히 고개를 들고 있었다. 그 여파로 한국에 차세대 전투기를 판매한다는 것은 극동에서 또 하나의 일본(one another japan)을 만드는 것이라는 논리에 의해 F-15 한국 판매가 불허되었다. 이것이 일본, 이스라엘 등 미 동맹국에 비해 한국에 적용한 또 하나의 차별기준이다.




노태우 정부의 실수




전두환 정권을 뒤이어 출범한 노태우 정부는 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의 F-18과 맥도널 더글라스사의 F-16을 두고 심각하게 고민했다. 당시 공군은 쌍발엔진에다 무장 탑재능력, 작전반경에 있어 F-16보다 뛰어난 F-18을 강력히 희망했다. 국방연구원의 비용 대 효과 분석에서도 F-18이 단연 우세한 것으로 판단되었다. 이 평가에 의해 1989년 노태우 정부는 총52억불이 소요된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기종으로 F-18을 발표했다. 이것이 바로 한국형 전투기사업의 두 번째 시나리오였으며, 일견 올바른 결정이다. 그러나 이 과정에서 노태우 정부는 두고두고 미국에 발목을 잡히는 중요한 실수를 범한다.




1988년 국방부 훈령에는 해외 무기도입 시 각종 대응구매, 기술이전의 혜택이 있는 절충교역을 반드시 50% 이상으로 하도록 명기하고 있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 관리가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던 당시 상공부는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대미 무기거래시 절충교역을 하향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가 미국 측에만 절충교역 하한선을 30%로 하향 조정하는 훈령을 새로 만든다. 이렇게 해서 올림픽을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를 줄여놓으면 미국과의 관계도 편하게 되고, 미국이 한국의 올림픽을 성심껏 도와줄 것이라는 기대감이 배경이 되었다. 그러나 놀랍게도 이 조치와 무역흑자 관리는 아무런 관련이 없었다.


무역흑자 40% 과대평가




이미 박정희 대통령 시절부터 해외 무기도입은 일체 비밀로 관리되었다. 그 일환으로 해외 무기수출입 현황은 무역수지 통계에도 누락되었다. 이 비밀스런 절차는 전두환 정권 시에도 그대로 유지되었는데, 오직 청와대와 관세청만이 알고 있는 사실이었다. 관세청이 무역통계를 산출하는 과정에서 무기도입과 관련된 수출입현황만 별도로 누락시키는 작업을 수행했다. 그 결과 3저 호황으로 대미무역흑자만 86년부터 88년까지 1백억 불 달성했다는 전두환 정권의 치적은 완전한 대국민 사기극이며 거짓말이다. 3년 간 대미 무기도입으로 인한 적자액 40억불이 통계에 포함되지 않은 까닭이다.




문제는 이러한 사실을 알 리가 없는 상공부가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절충교역을 하향 조정하도록 한 조치가 사실은 무역흑자 관리와 아무런 관련이 없다. 허상의 유령통계를 근거로 중요한 정책을 왜곡시키고 만 것이다. 이렇게 해서 유독 미국에 대해서만 절충교역 30%를 정해놓으니까 이번에는 유럽 국가들이 왜 유독 자신들에게만 50%의 절충교역을 적용하느냐고 항의해왔다. 이 압력에 밀려 국방부는 89년 또다시 훈령을 개정하여 모든 국가와 무기거래시 절충교역을 30%로 한다는 어처구니없는 결정을 한다.




절충교역 30% 결정의 내막




같은 시기 미국 내에서도 중요한 일이 벌어졌다. F-16 공급업체인 제너럴 다이내믹스사와 F-18 공급업체인 맥도널 더글러스사간에 한국 전투기사업 수주를 위한 경쟁이 격화되자 한국에 과도한 첨단기술을 유출할 우려가 있다는 이유에서 미 국방부가 이 경쟁을 제한하는 조치를 취한다.




펜타곤은 원래 자국업체의 경쟁에는 개입하지 않는다는 정책을 고수해왔음에도 유독 한국의 전투기사업에서만 두 개 공급업체의 경쟁을 제한하고 '상호 담합'시켜 절충교역 30%의 조건을 제시하게 한다. 결국 한국의 전투기사업은 펜타곤이 직접 개입하여 기술이전을 제한하게 된 최초의 사례로 남게 되었다. 이것이 거의 동시에 한국에서 상공부와 국방부간에 벌어진 어이없는 정책변경과 기가 막히게 시기적으로나 내용적으로 일치한다. 과연 이것이 '우연'일까. 이점에 대해서는 필자도 아직 의문을 해소하지 못하고 있으나, 한미 고위층간의 모종의 야합을 의심하지 않을 수 없다.




맥도널 더글라스, 전투기 가격 30% 이상 부풀려




이렇게 해서 절충교역 30%라는 형편없는 조건으로 전투기도입이 추진되던 중 믿을 수 없는 일이 벌어졌다. 맥도널 더글라스사는 최초 협상 시와 비교해 약 30%이상 전투기 가격을 부풀려 버렸다. 기존의 사업예산으로는 도저히 도입할 수 없는 과격한 횡포에 노태우 정부도 사업을 재검토하기 시작했다. 그러나 이것은 미국이 당시 한국에 한반도 연안을 넘어서는 원거리 투사능력을 가진 전투기를 절대 공급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이 강력히 작용된 것이다.




당시 미국의 대한반도 안보정책은 '역할분담론'이다. 한국은 오로지 육군, 즉 지상전력 증강에 국방재원 집중해야 하며 해․공군과 같은 자주국방력은 절대 용인하지 않았다. 이 같은 인식은 1991년 한미군사위원회(MCM)에서 게리 럭 주한미군 사령관이 한국이 독일로부터 잠수함을 도입하는데 상당한 반대의견을 피력하는 일을 발생시켰고, 1991년 한국 국방연구원(KIDA)과 미국의 랜드연구소 간의 한미관계 발전방향공동연구 보고서 제6항에서 "연합방위력증강에 있어 한국의 비교우위는 지상군, 미국의 비교우위는 해․공군에 있다"는 합의문을 탄생시켰다.




오만하고 파렴치한 문구




이것은 3년 뒤인 1994년 미 공화당 카쉭 의원 주도로 통과된 그 유명한 '카쉭 수정안'에서 "한국 국민은 유사시 미국이 탄약과 필요한 군수물자를 지원해줄 것이라는 비현실적인 기대를 하고 있다, 한국은 지상방위에 투자할 재원을 전용하여 해공군 전력증강에 투자하고 있다, 미 국방장관은 한국군 전력증강 실태를 조사하여 의회에 보고하라"는 참으로 오만하고 파렴치한 문구를 천연덕스럽게 집어넣었다. 미 보수층은 F-16으로 50억불 이상을 가져간 사실을 망각하고 한국의 전투기 도입에 극도의 경계심을 드러낸 것이다. 그러나 최근 F-15K를 한국에 판매하려는 미국은 언제부터인가 이 역할분담론을 슬그머니 거둬들였다. 이 논리는 F-15K 한국판매의 걸림돌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적어도 아파치 롱보우 헬기, 패트리어트 지대공 미사일, 이지스급 구축함 등 초현대식 무기가 국방부 중기국방계획에 반영되기 시작한 1996년경부터 이 논리는 감쪽같이 사라졌다.




F-16의 문제점




이렇듯 온갖 제한과 차별 속에서 들여온 F-16이 F-15나 F-18보다 모든 면에서 형편없는 전투기라는 사실을 짐작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다. 이 F-16이야말로 한국의 국방연구원(KIDA)이 최초부터 가장 못마땅한 것으로 평가했던 세 번째 시나리오였다. 게다가 미국은 이 전투기를 한국에 판매하면서 핵무기 탑재가 불가능하도록 많은 부분을 뜯어고쳤는 바, 그 기능의 변경이 이 전투기가 값비싼 액세서리를 주렁주렁 달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략적 효과가 미미한 것으로 만들어 놓고 말았다. 특히 전자전 장비(ASPJ)는 미 공군의 개발 약속에도 불구하고 F-16 국내조립이 양산된 단계에도 개발이 완료되지 않아 전투기 조립시 장비가 들어올 공간을 비워놓고 생산한다. 엄연한 미 공군의 계약위반임에도 한국은 개발비 투자금 7백만 불마저 되돌려 받지 못하고 고스란히 바가지를 쓴다. 개발 중인 품목에 대해서 구매를 한다는 국방부 획득관리규정을 위반한 불법적 계약이다.




구형 중에서도 구형인 엔진




지금 이 F-16의 전자전능력이 어떠한지는 일체 비밀인 관계로 알 수 없으나 이미 국내 양산․조립 단계에서도 이 문제를 해결하지 못한 업체는 공군에게 그 어떤 보상을 했는지 의문스럽다. 그뿐인가. F-16의 엔진은 이미 지금은 단종된 P&W사의 제품을 사용했다. 이 엔진은 지금 완전히 생산 중단된 구형 중에서도 구형이다.




F-16이 공군에 인도되고 난 이후 98년부터 지금까지 네 대의 F-16이 추락했다. 모두 엔진 결함이다. 처음에는 엔진 노즐의 결함으로 밝혀져 P&W사에 국방부가 거액의 배상금을 제기했다는 뉴스는 보도되었으나 지금까지 보상을 받았다는 뉴스는 본 적이 없다. 공급업체의 귀책사유가 명백한 이 분쟁에서 P&W사는 국방부가 요구한 배상은 무시되었으며 다만 P&W사가 '법적 책임'이 아닌 '도의적 책임'을 지는 선에서 2000년경 문제가 절충되었다. 이렇게 모호한 절충은 이후 F-16의 계속되는 추락으로 인해 오히려 보상받지 않은 것만도 못한 결과를 초래했다.




그러면 F-16의 기종결함에 대한 국내관리 실태는 어떠한가. F-16의 주계약업체인 삼성항공은 지금의 (주)한국우주항공의 전신이다. 이 회사는 엔진에 대한 시험평가 설비와 장비, 체계를 제대로 갖추고 있지 못하다. 엔진에 대한 정밀한 성능시험의 수단을 갖고 있지 못하기 때문에 공급업체인 P&W사에 전적으로 의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구형 전투기를 도입하면 바로 이런 상황이 발생할 때 도입국에서는 손 쓸 방법이 없는 것이다. 우리가 그러한 설비를 갖추는데 투자를 하기도 어렵다. 한마디로 F-16은 미국에 의한 한국 공군 죽이기를 위한 종합적인 음모의 결정판이었다.




공군은 F-18 선호




도입 당시부터 공군이 F-18을 선호했던 이유가 쌍발엔진이며 안전성이 보장된다는 것에 높은 점수를 주었기 때문이다. 만일 이때 F-16이 아니라 F-15나 F-18을 샀더라면 지금 공군이 추진하고 있는 F-X사업은 불필요한 사업이다. 12년의 세월을 허비하고 두 번에 걸쳐 사업을 나누어 진행하게 함으로써 예산을 낭비한 정책의 파행성은 바로 미국에 의해 '의도'된 시장관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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