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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 공군은 울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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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con 2002-05-10 15:19:01  |   icon 조회: 40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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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15, 공군은 울고 싶다




평가방식마저 바꾸며 미 눈치보는 국방부…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차세대 전투기는 멀어졌나




김종대/군사평론가







공군은 울고 싶다. 차기 전투기(F-X) 선정 작업에서 철저히 배제되고 있기 때문이다. 전투기 기종선정에 시장논리, 게임의 논리가 완전히 사라지고 로비와 압력이라는 정치논리가 판을 치고 있다. 어떤 실무 관계자는 ꡒ내 뜻과 상관없이 차기 전투기가 결정될 경우 한강에 투신자살하겠다ꡓ는 극언까지 서슴지 않는다.




한달 여 앞으로 다가온 기종선정을 앞두고 돌아가는 기류에 가장 심한 반발을 보이고 있는 집단은 공군 정비사들이다. 전투기 추락사고만 나면 몰매를 맞는 정비사들은 미국과 일본이 도태시킬 F-15가 도입되면 2040년까지 정비와 유지관리에 어려움이 가중될 것을 크게 우려하고 있다. 조종사들도 마찬가지다. 기종결정에서 공군이 소외되고 있는 현실은 어쩌면 지난 정권들과 다를 게 없느냐고 분통을 터트리고 있다. 공군은 국방부가 최종 수요 집단인 공군의 기종결정 의지를 ꡐ견제ꡑ하고 국방부가 권한을 독점하려는 의도로 막판에 배점기준까지 바꿨다고 의혹을 제기한다. 특히 국방부 획득실에 파견된 공군 출신 장교들이 국방부의 평가 배점표를 만드는 데 협조했다며 ꡐ배신자ꡑ라는 비난까지 퍼붓고 있다.




국방부는 전투기 도입결정에서 추구해야 할 종합적인 국가 이익과 미래 항공의 발전 잠재력을 최대화한다는 국민적 합의사항도 휴지조각으로 만들고 있다. 1999년 4월 당시 산업자원부는 ꡐ국가항공우주 기본계획ꡑ을 발표하면서 2010년께 세계 10대 항공국가, 전투기를 독자 생산하는 국가로서 항공산업 비전을 제시했다. 이를 위해 향후 전투기 사업은 국방부-과기부-산자부를 망라한 전 부처가 참여하는 ꡐ국책사업ꡑ으로 추진하겠다는 그럴듯한 방향도 제시했다. 하지만 지금 전투기 사업은 청와대 외교안보수석실-국방부 획득실이라는 오프라인이 모든 의사결정의 권한을 독점적으로 행사하고 정보를 통제하고 있다. 종합적인 국가 이익에 대한 고려는 애초 없었다. 이것은 애초 사업을 시작할 때부터 드러났다.




요구성능부터 F-15K에 맞춰




4개국(미국, 프랑스, 유럽컨소시엄, 러시아)이 참여하여 수주경쟁을 하는 F-X 사업은 태생적으로 공정한 게임이 될 수 없었다. 1990년대 초, 공군은 차기 전투기에 대한 공군의 요구성능(ROC)을 만드는 과정에서부터 미국제 F-15를 기준으로 삼았다. 즉 F-15K, 라팔, 유로파이터, SU-35 4개 대상기종 가운데 낡은 개념인 F-15 전투기의 성능을 기준으로 설정하고 여기에 맞춰 4개 기종의 전투기 성능을 평가했다. 이 ROC가 1980년대 말에 작성된 것이므로 공군 내에서도 ꡐ문제가 있는ꡑ ROC라는 자탄의 목소리가 높았다. 80년대부터 사업을 주관하였던 금기현 장군은 이런 문제점을 언론을 통해 소상히 밝힌 바 있다. 그뒤 ROC는 업그레이드되기보다는 다운그레이드됨으로써 2000년 7월부터 11월 말까지 행해진 공군의 해외 시험평가 결과 4개 기종 모두가 ꡐROC 충족ꡑ이라는 예정된 결과를 낳았다.




이것은 마치 쉬운 수능문제를 출제해 공부 잘하는 학생과 못하는 학생의 변별력을 없애버린 것과 같다. 유럽제 전투기가 하이테크 기술을 적용한 각종 전자식 레이더 능력, 스텔스 기술, 음성인식 시스템 등의 비교우위 분야가 높은 가산점을 받을 수 있는 장치가 실종된 것이다. 2003년부터 60대의 차기 전투기 사업을 도입하려는 싱가포르의 경우 최신 전자전 개념을 적용한 ROC를 제시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그 결과 F-15K의 경우 싱가포르 공군에는 입찰에 참가하겠다고 감히 명함도 못 내밀 형편이 됐다. 이를 두고 공군 일각에서는 어째서 우리 공군 수준이 싱가포르의 그것보다 떨어져야 하는지 탄식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 있다.




이렇게 낮은 수준의 요구 성능을 기초로 전원 합격 처리하고, 유럽제 전투기의 최신개념과 하이테크 분야는 ꡐ선택 옵션ꡑ으로 분리해버린 데서 차기 전투기가 미국제로 가려 했다는 ꡐ혐의ꡑ가 드러났다. 이렇게 되자 공군은 ROC 이외의 ꡐ선택 옵션ꡑ을 기종결정의 중요한 요인으로 주목하기 시작했다. 공군과 공급업체 사이의 1년 반 동안 힘겨운 줄다리기는 이 선택 옵션에 대한 협상이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하지만 국방부가 지난해 말 각 평가기관에 하달한 새로운 지침에서 이 선택옵션에 의해 기종간의 평가 차이가 최소화되도록 옵션을 충족시키지 않는 평가항목에 대해서도 0점이 아닌 60점을 주도록 조처했다. 그 결과 아무리 낡은 전투기라도 반은 먹고 들어가는 결과를 초래해 ꡐ반집 승부ꡑ의 경쟁이 되고 말았다. 시험평가에서 라팔과 유로파이터에 뒤져 3등을 한 F-15K를 배려한 ꡐ꼴찌 구하기ꡑ인 셈이다.




억지로 만든 ꡐ반집 승부ꡑ




국방부는 4일 열린 국회 국방위에서 배점기준표는 이미 지난해에 하달된 것이며 정치적 의도는 없다고 구차한 변명을 늘어놓고 있다. 그 근거로 지난 11월 전투기 사업 공청회에서 선택옵션의 결정력이 너무 강하다는 지적이 나온 사실을 지적했다. 그러나 이것은 공군의 정서와는 매우 다르다. 어차피 지금의 ROC를 갖고는 선택옵션의 중요성이 더 강조될지언정 낮게 평가할 수는 없다는 입장이다.




공군의 전투기 기종결정 방식은 2단계다. 1단계는 전투기의 △수명주기비용(35.33%) △임무수행능력(34.55%) △군 운용적합성(18.13%) △기술이전/계약조건(11.99%)에 대한 배점을 기준으로 평가한다. 만일 1단계에서 최고 기종과 그 다음 기종간 우열의 차이가 3%에 미달하는 경우 기종을 결정하지 아니하고 2단계 평가로 넘어간다. 2단계는 △국가안보에 끼치는 영향(한-미연합작전과 군사적 협력문제) △국제관계에 끼치는 영향(한반도 평화유지) △해외시장개척에 끼치는 영향(수출/수입의 균형) 문제로 평가하게 된다. 문제는 2단계 평가에서 3가지 항목에 대해서는 ꡐ정책적ꡑ으로만 결정하겠다는 것이다. 특히 한-미관계를 고려한 판단을 하겠다는 점에서 F-15K가 절대적으로 유리하다.




2단계 평가로 넘어가기 위해서는 기종간 우열의 차이가 3%를 넘어서는 곤란하다. 앞서 말한 국방부의 배점 지침은 바로 2단계 평가에서 기종간 우열의 차이를 3% 이내로 조정하는 장치로 인식되는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이렇게 한번 비유해보자. 세계 바둑대회 결승전에서 이창호와 마샤오춘이 반집 승부를 다투고 있다. 그런데 갑자기 주최 쪽이 나서서 바둑 승부가 3집 차이 이상 나지 않으면 주최 쪽이 우승자를 결정하겠다고 선언하는 것과 같다.




2000년 9월 국방부는 국방 조달본부에 하달한 해외업체 협상지침에서 해외 공급업체와의 절충교역(Off-set) 협상에서 무기도입 가격의 30%에 해당되는 절충교역 협상을 하도록 기준을 내놓았다. 이 절충교역 30%는 과거 F-16 도입시 미국업체에 적용한 기준이다. 최초 1988년 국방부 훈령에는 절충교역 하한선이 50%로 명기되어 있었다. 그러나 88올림픽을 앞두고 대미 무역흑자 관리가 안 된다는 주장을 하고 있던 당시 상공부는 국방부에 공문을 보내 대미 무기거래시 절충교역을 하향 조정할 것을 요청했다. 이에 국방부가 미국 쪽에 유리하도록 절충교역 하한선을 30%로 하향 조정하는 훈령을 새로 만든다. 이 조처 덕분에 미국의 제너럴다이내믹스사와 맥도널더글러스사는 상호 담합하여 절충교역 30%의 조건으로 한국에 전투기를 넘겨주기로 한다. 이 과정에서 미 국방부는 두 업체가 한국에 과도한 기술이전 조건을 제시하지 않도록 조정하는 역할을 한다.




결국 이 절충교역 30%는 한-미 군사동맹관계의 수준을 드러내는 불평등한 기준이다. 국방부는 처음부터 이 비율에 맞춰 사업을 관리해왔다. 12년 전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정 경험을 그대로 답습하는 것이 아닐 수 없다. 그러나 유럽제 전투기 공급회사들의 파격적인 기술이전 조건 제시에 따라 2001년 4월 국방부는 30%의 ꡐ성역ꡑ을 깨고 70% 이상 절충교역을 한다는 새로운 사업관리 지침을 하달한다. 애초부터 미국제 전투기를 전제로 한 사업관리 방식이 국방부 의지가 아니라 시장논리에 의해 무너져버린 것이다.




안사면 한반도 흔들어댈 것




그간 여러 사정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국방부가 약 2년여에 걸쳐 미국의 파상적인 압력을 버티어낸 것은 높이 평가해줄 만하다. 그러나 미국은 한국에 전투기 판매를 절대 포기하지 않으며, 이 전투기 사업을 한-미 동맹관계와 연계하고 있다는 점에서 사태는 예상 외로 심각하다. 가장 우려되는 것은 미국제 전투기를 선정하지 못하였을 경우 군사정보와 전략기획의 절대적 영향력을 가진 미국이 한반도 방위에서 자국의 입맛에 맞게 군사전략을 흔들어댈 가능성이다. 지금 한국군의 첨단 무기도입은 1994년 ꡐ서울 불바다ꡑ 전쟁위기에서 한국을 방문한 당시 페리 미 국방장관의 압력이 있고 나서 대부분 국방부 중기국방계획에 반영된 것들이다. 이 당시 미국은 한미연합사 ꡐ작전계획 5027ꡑ을 괄목할 만하게 변경시켰으며 그 결과 한국 합참의 군사전략 기조도 크게 흔들렸다. 그뒤 패트리어트 미사일, 아파치 롱보우 헬기 등이 계획에 반영되었다. 이어 1994년 한미연례안보협의회(SCM) 공동선언 제7항에서는 ꡒ향후 연합방위력 증강에 있어 한-미간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을 최우선시한다ꡓ는 합의가 이뤄졌다. 이 논리에 의해 한국군 무기도입을 미국의 5개 군수재벌이 독과점하는 무기시장 구조가 더더욱 고착되었다.




지난해 3월 김대중 대통령의 미국 방문 시 부시 미국 대통령이 F-15를 구매 권유했던 일뿐만 아니라 지난해 12월 미국에서 개최된 SCM 등 한-미간 모든 안보라인, 모든 대화테이블이 F-15를 위한 세일즈 자리로 변질되어왔다. 미국 쪽의 태도는 한-미 군사공조가 △정보의 공조 △정책의 공조 △무기체계의 상호운용성이라는 3대 축으로 개념화되어 있는 상황에서 국방부의 자율적인 기종결정의 여지를 현저하게 축소시키고 있다. 현재 국방부의 최고 지휘부가 손꼽히는 ꡐ미국통들ꡑ이며, 한-미 군사공조의 재정비 강화를 외치고 있는 시기라는 점에서 국방부 입장에서는 거부하기 어려운 ꡐ압력의 문법ꡑ이다. 이 압력을 견디고 한국의 안보이익에 부합되는 차기 전투기 선정이 이뤄질 수 있을지 지켜볼 일이다.




로비 압력으로 얼룩진 국방사업




꼭 12년 전. 한국형 전투기 사업(KFP)을 추진했던 당시 공군 참모총장 정용후 장군은 F-18 기종 선정을 강직하게 고수했다가 군부 실세인 하나회 멤버들의 미움을 사게 된다. 국군 기무사령부는 눈엣가시 같았던 정 장군의 입을 막기 위해 강제로 서울 수도병원에 입원시키는 조처를 취했다. 그는 이 병원에서 분루를 삼키면서 전역서에 도장을 찍었다. 그 뒤 1991년 3월에 국방부는 한국형 전투기의 기종을 F-18에서 F-16으로 바꿔치기해버렸다.




하지만 문민정부 출범 직후인 1993년 초, 정용후 장군은 자신의 강제전역이 F-16으로의 기종변경을 위한 음모였음을 폭로했다. 이로 인해 촉발된 한국형 전투기 사업의 기종변경 논란은 1993년 감사원의 율곡비리 특별감사와 국회 율곡비리 국정조사로 이어졌다. 이 과정에서 문민정부는 하나회 실세군부에 대한 전광석화 같은 숙군을 단행함으로써 한국 정치와 군부의 세력판도를 혁명적으로 재편하였다.




12년 흐른 지금, 각종 로비와 압력으로 얼룩진 대형 국방사업의 관행은 청산되고 개혁되었는가. 그때와 매우 유사한 또 하나의 정권 말기 대형 국방 스캔들이 탄생할 조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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