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문」은 가혹하고 「단죄」는 미적미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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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문」은 가혹하고 「단죄」는 미적미적
  • 천주교인권위
  • 승인 1990.10.27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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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근태씨 고문경관 4명 사건 5년 넘게 선고안돼/특검 구형한지도 반년 넘어/이근안씨와 관련… 해 넘길판
전민청련의장 김근태씨를 고문한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단 경찰관 4명에 대한 1심 선고공판이 계속 늦어지고 있어 사법부의 수사기관에 의한 고문근절의지가 약한것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이 일고있다.

박종철군 고문치사사건 부천경찰서 성고문사건과 함께 5공시대의 3대 인권탄압사건중 하나인 이 사건의 재판은 서울고법이 김씨를 고문한 혐의로 전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소속 김수현경감(57) 백남은경정(55) 김영두경위(52) 최상남경위(43) 등 4명을 기소하라고 재정결정을 내린지 1년10개월이 넘도록,사건발생일로부터는 5년이 지나도록 1심선고가 이루어지지 않고있다.

특히 이 사건은 공소유지를 위해 특별검사로 임명된 김창국변호사가 지난4월 이 사건 결심공판에서 김경감 등 4명에게 특정범죄가중처벌법 위반(체포ㆍ감금)과 형법상의 독직폭행죄를 적용,징역 10년∼5년씩의 중형을 구형한지 6개월이 지났다.

이같은 늑장 재판은 김경감 등이 불구속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온데다 그동안 담당재판부인 서울형사지법 합의22부(현 재판장 유현부장판사)의 재판장이 인사이동(김종식부장판사) 변호사 개업(강홍주부장판사)으로 두 차례나 바뀐데도 원인이 있으나 사법부가 근본적으로 고문을 단죄하겠다는 의지가 약하기 때문이라는 지적이 재야법조계를 중심으로 나오고 있다.

현 재판부는 오는 11월7일에 열릴 17차공판의 진행과정을 보아 가급적 신속히 선고공판을 열 방침이지만 연내로 1심선고가 이루어지기는 어려울 것으로 보인다.

특별검사인 김변호사는 지난9월의 16차공판에서 이 사건 관련자로 밝현진뒤 잠적한 이근안 전경기도경대공분실장에 대한 검찰수사기록의 서증조사를 신청,재판부의 허가를 받았다.

이 수사기록에는 김근태씨가 고문으로 인해 생긴 것이라고 주장하는 발뒤꿈치 상처를 본적이 있다는 당시 서울구치소 의무과장의 진술과 김씨가 접견하러온 이돈명변호사에게 증거물로 휴지에 싸 보관중이던 상처딱지를 전달하려는 것을 빼앗아 없애버렸다는 교도관들의 진술도 들어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나 김경감 등 관련자들은 『그동안의 재판과정에서 고문기구를 본 적도 없다』 『뺨한차례 때린 일도 없다』고 철저하게 공소사실을 부인했고 이들의 변호인들은 조작됐을 가능성도 있는 방대한 분량의 경찰근무일지 등을 제시,김근태씨의 주장이 날조된 것이라고 주장해 왔다.

특별검사인 김변호사는 『피고인들이 목격자가 없는 밀실에서 이루어진 고문범죄의 특수성을 악용,범행사실을 전면 부인하고 있다』고 지적,△피해자인 김씨의 진술과 탄원서 △고문상처를 김씨의 부인 인재근씨와 김상철변호사가 직접 목격한 사실 △「전기고문기술자」로 지목된 이근안 전경감이 검찰수사착수이후 잠적한 점 등을 들어 이들의 고문사실은 명백한 것으로 보고있다.

검찰의 한 관계자는 『수배중인 이전경감이 관련자들의 1심재판결과를 살펴보느라 도피행각을 계속하고 있을 가능성이 높다』며 이들이 증거불충분 등으로 무죄가 선고되면 이전경감도 제발로 나타날 것』이라고 전망하기도 했다. 한편 김씨가 지난86년 10일 치안본부 대공수사단에서 전기고문 물고문 등을 당했다며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소송 역시 형사재판이 지연됨에 따라 소송진행이 중단된채 4년이 넘도록 서울민사지법에 계류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