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베트에 봄이 오길 기다리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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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베트에 봄이 오길 기다리며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8.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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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001년 7월 국제올림픽위원회(IOC)가 제29회 올림픽 개최지를 북경으로 확정지은 뒤 당시 중국의 체육부 장관 위안웨이민(袁偉民)이 한 말이 생각난다. 그는 올림픽 개최권 획득을 축하하는 자리에서 “중국은 인권 향상의 바른 길을 가게 될 것”이라고 했다. 하지만 2008년 3월, 베이징 올림픽을 통해 ‘평화’, ‘인권’의 이미지를 세계적으로 전하려고 했던 중국의 전략에 문제가 발생했다. 중국정부의 티베트 독립시위에 대한 유혈진압으로 국제사회의 비난이 쏟아지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4일을 전후하여 외신들은 긴급한 소식을 타전하기 시작했다. 티베트의 수도 라싸에서 독립을 요구하는 대규모 시위가 벌어졌고 중국정부의 무력진압으로 인해 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는 것이다. 지난 1950년 중국의 티베트 침공 이후 억눌려온 티베트인들의 절규가 터져 나온 것이다. 중국정부는 국제사회의 평화적 해결요구를 무시한 채 1989년 당시 티베트 자치주 당서기였던 후진타오 주석이 2차 티베트 항쟁을 진압했던 것과 같은 방식을 취했다. 기자들을 몰아내고 탱크와 군대를 동원하여 탄압하며, 부상자의 치료를 거부하고, 사원에 음식과 물, 전기를 끊는 야만적인 탄압을 시작한 것이다. 이러한 잔인한 진압에도 불구하고 티베트 자치주와 티베트인 집단 거주촌에서는 여전히 산발적인 시위가 계속되고 있다는 소식이 전해지고 있다. 그리고 지금 이 순간도 티베트 독립운동에 대한 중국정부의 탄압은 계속되고 있다. 외신에 따르면 현재까지 약 140 여명이 숨졌다고 하지만, 현재 티베트는 외부와의 소통이 철저하게 단절되어 희생된 티베트인의 숫자는 정확히 가늠하기 어려운 상태이다. 하지만 최근 유엔 인권 전문가들에 의해 수집된 정보에 따르면, 3월 28∼29일 티베트 자치주내 ‘은가바’와 ‘드조게’ 마을에서 어린이를 포함한 570여 명의 티베트 승려들이 체포됐다고 한다. 지금 티베트 전역에서 얼마나 잔혹한 탄압의 광풍이 불고 있는지 짐작할 만한 자료이다.

이에 유럽연합(EU) 등 국제사회 일각에서는 올림픽 개막식 참가 거부 의사를 밝히며 중국정부와 1959년 인도로 망명한 티베트의 정신적 지도자 달라이 라마와의 직접 대화를 촉구하고 있다. 또한 지난 3월 24일 그리스에서 채화된 성화의 여정을 따라 중국정부의 비인권적인 태도에 항의하는 시민사회의 목소리도 점점 확대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정부는 이번 티베트 유혈 사태에 대해 침묵으로 일관하고 있다. 정부의 입장에서는 중국과의 외교적 특수성을 고려한 조치로 보이지만, 이러한 정부의 ‘실리외교’ 원칙이 무조건 정당화될 수는 없다. 중국과의 단기적인 이익에만 치중함으로써 국제사회의 당당한 일원으로서의 역할과 같은 장기적인 외교책임을 무시하는 결과를 초래할 위험성이 크기 때문이다.

이번 티베트 독립시위는 남의 나라 일이 아니다. 우리는 일제로부터 독립을 위해 국제사회의 관심을 촉구한 경험이 있으며, 약 20여 년 전 광주에서는 외부와의 통로가 철저히 단절된 채 정부군에 의해 무참하게 진압되어야 했던 뼈아픈 역사를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한국은 독립운동과 민주화를 거쳐 인권의식이 발전한 선진국가로서의 책무가 있다. 과거 일제로부터의 독립과 민주화 과정에서 국제사회의 도움을 받았듯, 우리도 ‘끝나지 않은 티베트의 겨울’을 향해 진심어린 관심을 보여야 한다.


이병구(티베트의 친구들)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 인권> 143호 (200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