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미FTA와 인권] 광우병 괴담을 누가 만드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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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미FTA와 인권] 광우병 괴담을 누가 만드는가?
  • 신혜진 (광우병 국민감시단)
  • 승인 2008.06.10 18:17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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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받아 가세요!”
9일 청계광장 입구에서는 교복을 입은 아이들이 종이컵을 씌운 양초를 사람들에게 나누어주고 있었다. 촛불문화제에 참석하면 처벌한다고 하던데 겁나지 않느냐고 물으니 정색을 했다.
“잘못한 건 정부인데 왜 우리를 처벌해요? 광우병 걸린 소고기 먹고 죽을지도 모르는데 우리 죽으면 누가 책임질 건데요? 배후요? 아우~미치겠다. 솔직히 우리가 누가 시킨다고 여기 오겠어요? 우리도 알 건 다 알아요”
아직 솜털이 보송보송한 아이들은 당당하고 발랄했다. 말을 하면서도 연신 사람들에게 양초를 나누어주는 손을 멈추지 않았다. 아이들은 대견하고 어른인 나는 부끄러웠다. 어둠이 내린 청계천가 사람들의 물결 속엔 갓난아기를 안고 온 젊은 부부도 수녀님도 넥타이를 맨 아저씨도 촛불을 들었다. 대체 축제도 아닌 이 봄밤에 우리가 왜 이렇게 모여야 하는가?
우리는 광우병이 두렵다. 영국의 젊은이들처럼 처참하게 내 아이들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은 악몽이다. 정부는 그것을 괴담이요 유언비어라며 미국산 쇠고기는 광우병이 걸려도 안전하다고 국민이 낸 세금으로 신문방송에 ‘묻지마’ 광고까지 한다. 1990년 영국에서 광우병 소가 쓰러지고 국민들이 불안해하자 존 거머 농수산식품부 장관은 영국 소는 절대 안전하다고 딸까지 데리고 나와 시식을 하는 장면을 연출했다. 지금 우리 정부와 너무도 닮은꼴이 아닌가? 그러나 그 후 17년 뒤 존 거머 친구의 딸은 인간광우병으로 죽었다.
광우병은 자연의 순리를 거스르고 이윤추구에 눈이 먼 인간의 욕심이 만들어낸 재앙이다. 걸리면 누구나 100% 사망이고 현대의학으로는 치료약도, 진단방법도 없다. 원인체인 변형프리온은 수혈뿐만 아니라 병원의 각종 수술도구, 도마, 칼, 그릇에 묻어 있어도 전염이 된다. 끓이거나 약품소독을 해도 없어지지 않는다. 더욱 무서운 것은 인간광우병 보균기간이 10년이 넘는다는 것이다. 발병하기 전까지는 누가 보균자인지 알 수가 없기 때문에 헌혈, 치료 후 병원의 수술도구에 묻어있는 원인균은 무차별적인 사람들에게 감염될 수밖에 없다. 설령 내가 미국산 쇠고기를 먹지 않을 자신이 있다고 해도(시중유통이 되는 한 사실상 이건 불가능하다) 채식주의자라해도 광우병으로부터 안전할 수 없는 이유다.
얼마 전 공개된 주저앉는 소 동영상에서 알 수 있듯이 미국의 도축 시스템은 너무도 허술하다. 오죽하면 미국 내 학교급식에조차 오염된 쇠고기가 납품되어 뒤늦게 대량 리콜을 해야 했을까? 그들은 30개월이 아닌 24개월 미만의 쇠고기만 먹고 있는데도 말이다. 위험부위를 제거할 수 있을지 의심스러운 빠른 작업속도, 검사관이 맨눈으로 소의 치아를 보고 판단하는 월령 구분. 도축되는 소 2000마리 중에 단 1마리 꼴로만 광우병 검사를 하는데 나머지 1999마리에 광우병 걸린 소가 있다면? 광우병 전수검사를 못하게 축산업자를 소송하는 나라가 미국이다. 지난 2007년, 검역과정에서 발견된 숱한 뼈 조각과 등뼈에도 우리정부는 ‘미국 작업장 노동자의 인간적인 실수’라는 하염없는 너그러움을 보였다. 그 인간적 실수 하나에 우리 국민이 치명적인 일을 당한다면?
정부가 신주단지 모시듯 받드는 OIE(국제수역사무국)기준으로만 보더라도 30개월 이상은 위험하다. 그 기준마저도 권고사항일 뿐 지켜야할 의무사항이 결코 아니다. 일본도 프랑스도, 미국조차도 지키지 않는 국제기준법을 오로지 우리 정부만이 내세우고 있는 것이다.
당연히 있어야할 전문가들의 의견을 듣는 가축방역협의회도 생략하고, 우리의 협상단은 연령, 부위 제한 없이 몽땅 수입을 하겠노라 초고속으로 도장을 찍고 왔다. 미국 관보에 사료정책을 강화하겠다는 공고(법적인 효력도 없는!)만 실어도 우리는 앞으로 미국에서 광우병 소가 더 나타나거나, 인간광우병으로 사망을 해도 수입을 금지할 수 없다는 약속까지 해주고 온 것이다. 이것이 끝이 아니다. 정부는 국민들에게 나날이 소름끼치는 블랙유머를 보여준다. 수입 ‘조건’인 미국의 사료‘강화’정책마저도 거꾸로 알고 있었던 것이다. 사료정책을 강화한 것이 아니라 거꾸로 ‘완화’시킨 걸 협상성과라고 제 국민들에게 자랑을 하다니. 소가 웃을 일을 두고, 이것이 우리의 생명과 직결되는 먹거리 수입이라는 사실에 억장이 무너지는 절망감을 느끼는 것이다. 이런 지경에서 그 어떤 아이들이 그 어떤 부모들이 두렵지 않겠는가?
언제 어느 때 나도 모르는 사이 광우병 위험에 노출될 지 알 수 없어 불안한 국민들. 날이면 날마다 드러나는 거짓을 눈 가리고 아웅 하는 정부. 과연 누가 광우병 괴담을 만들어내고 있는 것인가? 광우병뿐인가. 유전자조작식품이 이미 들어왔고, 의료보험과 물 민영화가 스리슬쩍 진행 중이다. 국가가 해야 할 일 중에 국민의 건강과 생명을 지키는 것보다 더 중요한 것이 대체 무엇인가?
아이들이 나누어준 맑고 순한 촛불을 밝혀들고 너희들을 지켜줄 수 있을까, 엄마인 나는 마음이 쓰리다. 밤 깊도록 청계천을 서성이며 아직 촛불이 순할 때 이제라도 정부가 국민의 뜻을 알아듣길 바라는 마음 간절하고 간절하다.
(※정부가 광우병 괴담에 관한 10가지 진실이라고 밝힌 사항에 대해 전문가들이 조목조목 반박한 자료는 이곳을 참조하시길. 보건의료단체연합 http://www.kfhr.or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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