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보와 인권]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은 어째서 인권의 문제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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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보와 인권] 옥션의 개인정보 유출은 어째서 인권의 문제인가
  • 장여경 (진보네트워크센터 활동가)
  • 승인 2008.06.10 1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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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들 중에 최근 발생한 옥션이나 하나로텔레콤의 개인정보 유출 피해자가 있으신가? 몇몇 분들은 널리 알려진 손해배상 소송에도 참여하셨을 것이다.
옥션 회원 1천81만 명의 개인정보 유출 사고에 이어 업계 2위의 하나로텔레콤이 600여 만 명의 고객정보 8천530여 만 건을 유출한 것으로 드러났다. 특히 하나로텔레콤은 본사 차원의 조직적 지시로 텔레마케팅 업체 등으로 개인정보를 유출하였다는 점에서 지금까지의 사건들과 또다른 충격을 주고 있다.
그러나 이 사건들은 우발적으로 일어난 것이 아니다.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 유출은 필연적이다. 수기로 기록이 이루어지고 수집되던 과거와 달리 디지털화된 정보는 대규모로 수집되고 집적될 수 있다. 가공하여 이용하기에도, 제3자에게 제공하기에도 훨씬 용이한 형태이며 그에 따른 권리 침해 또한 일상적으로 일어날 수밖에 없다.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 문제가 심각해지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특히 주목할 만한 점은 개인정보의 상업성이다. 기업들은 불특정 다수를 대상으로 한 대중 마케팅의 한계를 넘어 개인별 특성에 맞춘 마케팅 기법(데이터베이스 마케팅)을 개발해 왔으며, 여기서 개인정보가 매우 중요한 역할을 수행한다. 주소, 전화번호, 이메일 주소 뿐 아니라 직업, 계층, 구매이력, 취향 등 특성별로 분류한 고객의 개인정보를 보유하고 있으면, 고객관리와 정교한 타겟 마케팅이 가능하다. 따라서 개인정보의 상업적 가치는 급증해 왔으며 개인정보의 확보는 기업 경쟁력의 주요 요소로 간주된다.
기업들은 개인정보를 토대로 소비자의 구매 능력을 평가하고 그 결과를 시장에 적용한다. 구매력이 있는 고객은 집중 관리하지만, 반면에 구매력이 없는 이들은 배제하는 것이다. 미국의 어떤 회사는 자사의 고객 데이터베이스에서 흑인이나 남미계, 그리고 기타 외국 출신을 ‘소수집단’으로 분류하고 노골적으로 배제하여 논란을 빚기도 하였다. 정보 기술은 이런 기업의 욕구를 뒷받침해주는 방식으로 발달하고 있다.
이런 사회경제적 배경이 종합적으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 그에 따른 유출을 유발하는 요인이 되고 있는 것이다. 그리고 정보사회에서 개인정보의 수집과 이용을 방관한다는 것은, 그 정보에 기초한 사람의 분류, 낙인, 차별을 고착화시킨다는 말에 다름 아니다. 당신은 구매력이 있는 소비자인가 아닌가. 당신은 자본주의 사회에서 가치가 있는 인간인가 아닌가.
따라서 개인정보에 대한 인권규범은 정보주체가 자신의 개인정보에 대해 권리를 행사하는 것을 기본적인 인권으로 인정하는 수준에까지 이르고 있다. 즉 누구든지, 기업 혹은 국가라 하더라도, 정당한 목적을 위하여 필요한 최소한도의 개인정보만을 수집 처리해야 하고, 그렇게 하고 있는지가 상시적으로 통제, 감독되어야 하며, 이를 위한 법제도적인 대책이 갖추어져야 한다는 것이다.
전국민의 사분의 일에 해당하는 대규모 주민등록번호가 유출된 상황이다. 우선적인 해결조치로 원하는 사람의 주민등록번호를 변경해주는 것이 필요하다. 또한 민간의 주민등록번호 사용을 금지하고 목적별 번호로 대체해야 한다. 더불어 개인정보를 다루는 특정 부처의 이해관계에 좌우되지 않는 독립적 개인정보보호기구의 설립과, 이를 규정한 개인정보보호법이 제정돼야 한다. 대책이 이러한 수준에서 이루어지지 않는다면, 우리는 대규모 유출 사건이 또다시 발생하는 사태를 지켜볼 수 밖에 없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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