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폭력과 인권] “금 넘어 오지 마. 넘어오면 몽둥이로 맞아도 할 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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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폭력과 인권] “금 넘어 오지 마. 넘어오면 몽둥이로 맞아도 할 말 없어.”
  • 명숙(인권운동사랑방 상임활동가)
  • 승인 2008.06.30 17: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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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렸을 때 책상에 금을 긋고 짝꿍과 다퉈본 일이 누구나 한 번쯤은 있을 것이다. 나도 초등학교 5학년 때 옆 짝꿍과 금을 긋고 수많은 신경전을 한 적이 있다. 물론 그 전 짝꿍들과는 친해서 그런 일이 없었다. 단 한 명의 짝꿍과 사이가 안 좋아 넘어오면 물건을 나누겠다는 등의 협박성 말들을 하며 티격태격했었다.

최근 정부의 미국산 광우병 쇠고기 수입 협상에 반대하는 시민들의 촛불시위가 큰 흐름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부의 태도가 변하지 않자 시민들은 거리로 나와 야간 시위행진을 벌이고 있다. 이를 막으려고 경찰들이 몽둥이를 들고 방패로 시민들의 머리를 내리쳤다. 특히 5월 24일부터 31일까지 가장 심했고, 6월 7일까지도 간혹 폭력이 휘둘려졌다.

▲ 6월 10일 광화문 사거리에 설치된 컨테이너. (출처-민중의소리)


특히 6월 1일 아침 안국동에서 벌어진 무자비한 경찰폭력을 보며, 경찰의 인권침해감시활동을 하는 나와 동료들은 시위대와 함께 눈물을 흘릴 수밖에 없었다. 우리만이 아니라 시위에 참가한 많은 여성들이 소리 내 울고 있었다. “어떻게 이럴 수가 있어요.”하면서…….
흐르는 눈물을 멈출 수 없을뿐더러 순간 머리가 어지럽고 혼란스러웠다. 머리를 방패에 맞고 군홧발로 맞아 피를 흘리는 남성, 경찰에 맞고 압박되어 실신한 여성 들을 보며 왜 우리가 폭력에 쓰러져야 하는가를 생각했다. 누가 저 전경들이 폭력을 휘두르도록 했을까? 누가 저 전경들이 폭력으로 정신을 잃은 사람을 계속 때리면서도 양심의 가책을 받지 못하도록 했을까?

다음날 물대포로 사람들을 실신하게 만들고 방패로 수많은 사람들에게 멍을 입히고 골절상을 입힌 경찰이 발표한 것은 “물대포로 사람이 다칠 정도는 아니다”와 “불법시위에 대한 정당한 공권력 행사이다”라는 말밖에 없었다. 정말, 정당한 공권력행사인가?

▲ 6월 1일 새벽 안국역 근처에서 자행된 경찰폭력. (출처-민중의소리)


시민들이 어떤 ‘금-법’(집회 및 시위에 관한 법률)을 넘었다고 사람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는 게 정당할 수 없다. 물론 법적으로도 폭력행사는 불법이다. 그렇지만 우리가 제기해야하는 질문은 법에 합치하는가, 아닌가가 아니라 부당한 법이라도 그것을 어겼을 때 공권력은 어떻게 해야 하는가이다. 책상에 그어놓은 금을 넘는다고 말싸움을 할지언정 폭력을 행사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상식이 사라진 것에 대해 우리는 문제의식을 가져야 하지 않을까? 동일하게 정부에게 법으로만 얘기하기보다는 ‘인간으로서의 양심’을 얘기해야 하지 않을까? 시민들이 법을 어겼을 때 과태료(집시법은 신고제이므로 사실상 과태료를 부과하는 게 법형평성에 맞다. 하지만 경찰은 한 번도 형평성 있는 법집행을 한 적이 없다)를 부과하면 되는데 그렇게 하지 않고 시민들에게 폭력을 행사하며 연행하였다. 법은 대부분 권력을 쥔 사람들이 정하는 기준이기에 그 논리만으로 우리 사회를 정의롭고 평화롭게 만드는 건 부족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우리에게는 양심에 기반을 둔 평화에 대한 상상력, 현재의 법에 만족하지 않는 질서에 대한 상상력이 필요하지 않을까.

경찰의 폭력은 사실 시민들에게 가하는 구체적인 신체 폭력만이 아니다. 인도 통행을 가로막고 차로를 막는 행위도 폭력이다. 위험상황이 아닌데도 헌법에는 명시된 신체의 자유, 이동의 자유가 제한되는 현실이다. 그저 ‘정부가 하는 일이니, 경찰이 하는 일이니’ 믿고 그냥 불편하더라도 따라주기만 한다면 법집행의 담당자인 그들이 더 큰 ‘권리 침해’를 요구해도 들어주는 상황이 되지 않을까 무섭다.

지금은 부당함에 대해 ‘양심’의 목소리로 화답하는 것이 필요한 시기이다. 그래야만 폭력도 사라지고, 잘못된 법도 바뀌지 않을까. 최근 경찰 내에서 나오는 일부 자성의 목소리도 이런 게 아닐까. 경찰이 생각해도 ‘야간시위를 불법’으로 하고 ‘도로 집회와 행진을 불허’하는 현재의 법과 관행을 바꿔야한다고 발언한 것은 ‘양심에 비춘 목소리’가 아닐까. 그런 점에서 전투경찰로 시위대와 직접 맞부딪히는 전․의경들의 양심의 목소리와 행동을 막고 있는 현재의 전의경제도를 폐지하는 것은 매우 중요한 일이다(현재 정부는 전의경이 동요할까봐 게시판 댓글달기를 금지하였다고 한다).

경찰 폭력에 맞부딪쳤을 때 시민들이 해야 하는 것은 양심의 목소리에 귀 기울이며 적극적인 행동을 하는 것이다. 그렇게 한다면 폭력은 부끄러워 꽁무니를 뺄 것이다(물론 영원히 꽁무니를 빼지는 않겠지만 자제시킬 수는 있다). 최근 경찰 폭력이 처음보다 줄어든 것은 국제사회 여론이 안 좋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시민들의 적극적인 행동 때문이기도 하다. 이제 ‘법’의 금을 재편할 ‘양심’에 맞춰 행동하자. 나만 아닌, 우리 모두와 미래 세대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