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검사 "격세지감",'이돈명변호사' TV다큐 시청
상태바
공안검사 "격세지감",'이돈명변호사' TV다큐 시청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2.05.09 00:0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역사의 교훈에서 오는 인권
서울지검 공안2부(申泰暎부장검사) 소속 검사들은 16일 이색적인 경험을 했다.

신부장을 포함한 8명의 검사들은 MBC가 지난달 방영했던 다큐멘터리 「성공시대-이돈명 편」을 이날 오후 6시부터 50여분 동안 단체로 관람한 것이다. 이 프로는 70년대 3.1구국선언사건, 청계노조사건, 부산 미문화원사건, 권인숙 성고문사건, 김근태 고문사건 등 수많은 반체제 시국사건의 변호를 맡았고 자신이 구속되기도 했던 이변호사의 일대기를 다루고 있다.

공안검사들이 이 프로를 함께 시청하게 된 것은 신부장의 아이디어. 집에서 우연히 이 프로를 본 신부장은 『 당시 각종 반체제 사건을 수사했던 공안검사들과 반체제 인사였지만 지금은 성공한 인물로 평가받는 이변호사와의 차이가 뭔지 진지하게 고민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했다.

신부장은 당초 이 프로를 본 뒤 후배 검사들과 소감을 토론하는 시간을 가지려 했으나 검사들이 부담을 가질까봐 생략했다고 한다. 한 공안검사는 『 시국 관련자에게 국가보안법을 적용한 것이 적법했느냐와는 별개로 과연 그것이 정당했는지에 대해 되짚어봐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고 소감을 밝혔다.

또다른 검사는 『 역사의 교훈은 전철(前轍)을 되풀이하지 말라는 게 아니냐』는 말로 대신했다. 그런가 하면 일부 검사는 『 그때엔 그때의 논리가 있었을 것이며 법대로 처리한 것 자체를 매도해서는 안될 것』이라는 소신을 밝히기도 했다. 신부장은 『 이를 계기로 검사들이 인권문제에 대해 한번 더 고민한 뒤 사건을 처리했으면 하는 바람』이라고 말했다.


정길근 기자

경향신문 1999-03-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