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박래군 석방 문화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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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박래군 석방 문화제>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5.08.07 13: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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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참여로 세월호 참사 진상규명!"

4.16연대 세월호 진상규명 국민참여 특별위원회 발족식 

2015.8.8(토) 오후 6시30분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  

 

사람 곁에 사람 곁에 사람 <박래군 석방 문화제>  

2015.8.8(토) 오후 7시 광화문 세종대왕상 앞 

주최 박래군 석방을 촉구하는 문화예술인 모임, 4.16연대, 인권재단 사람 

후원 천주교 인권위원회, 4.9통일평화재단 등 

 

 

 

내 방에 놀러오세요.


‘큰집’으로 이사했습니다. 식구들과 사는 집을 나온 건 지난 (7월)16일이었습니다. 법원에서 영장실질심사를 마친 뒤에는 종로경찰서 유치장에서 일주일을 보냈습니다. 22일 아침 종로서를 나올 때부터 수갑과 포승을 당했습니다. 검찰로 사건 송치, 이제부터 확실한 피의자 신분입니다. 검찰 구치감에서 하루 종일 대기하다 오후에 검사실에 가서 한 차례 조사받고 난 다음에 구치소에 왔습니다.

 

‘수면 무호흡 환자’로 보낸 이틀 밤


‘신입자’로 등록을 하기 위한 복잡한 절차가 다음날까지 진행됐습니다. 이틀 밤 묵은 신입방에서는 빈집털이범과 마약사범, 경제사범과 같이 지냈습니다. 이 이틀 밤을 ‘수면 무호흡’ 환자로 지내야 했습니다. 저는 4년 전부터 잠잘 때 호흡을 도와주는 기계를 착용하고 살아왔습니다. 이틀 동안 이 기계를 착용하지 못하니 머리가 깨질 듯이 아프고, 심장이 요동치고, 전신 무기력증이 몰려왔습니다. 24일 오후 검찰 조사를 받을 때는 최악의 상황이었습니다. 그런데 다행히 이날 밤부터 기계를 착용할 수 있었습니다. 구치소에서 독방에 전기 콘센트까지 별도로 설치해주었습니다. 이틀 만에 예전에는 없었던 일을 구치소에서 해준 것입니다. 종로서 유치장에서는 됐지만 구치소에서는 쉽지 않을 거라 생각했는데, 구치소 당국이 신속하게 결정해주었습니다. 이 지면을 통해 감사드립니다. 밤에 기계를 쓰니 두통도 사라지고 무기력증도 사라져 정상적인 생활이 가능해졌습니다. 


얘기가 너무 늘어졌습니다. 제가 사는 방은 3층에 있습니다. 독방만 스물다섯 개가 늘어서 있는데 21호실이 제 방입니다. 22호실부터는 빈방이라 3층에서 사실상 마지막 방입니다. 하루 종일 고요합니다. 운동이나 면회, 식사 시간 외에는 말소리조차 듣기 힘듭니다. ‘적막 골방’입니다. 한번 놀러오시면 좋을 텐데 ‘큰집’에서는 방까지는 못 오게 하지요. 그래서 접견실에서 만나고 돌아가야 합니다. 유리 너머로 악수도 못하고 저를 찾아오셔도 차 한 잔 대접할 수 없어요. 겨우 10분에서 15분의 시간이 후딱 지나면 서로 각기 다른 문을 열고 나갑니다. 저는 다시 저만의 방, 적막 골방으로 돌아옵니다.

 

하루 종일 고요한 ‘적막 골방’

 

제 방을 설명드릴까요? 5.04㎡라고 적혀 있군요. 평수로는 1.5평이 좀 넘는 건데 0.75평 독방도 살아본 제가 보기엔 실평수는 아닌 것 같습니다. 두 사람이 반듯이 누울 수 있지만 같이 생활한다면 짜증 날 만한 그런 공간, 천생 혼자만 생활하는 독방이지요. 여기에 칸막이해서 수세식 변기가 있고, 거기에 세면과 목욕도 하고, 설거지까지 하지요. 화장실 쪽으로 두 칸짜리 수납공간도 있어서 물건들을 쟁여놓고요. 문 옆에는 TV가 있는데 벽걸이형 TV로 교체됐네요. 그 위에는 선풍기가 끼~익하는 소음을 내면서 돌아갑니다. 바닥에는 종이 상자를 놓고 그 위에 종이 판때기 하나 걸쳐서 책상 겸 밥상으로 쓰고 있지요. 어째 제 방이 그려지나요? 잘 안 그려지지요? 직접 와서 보시면 이해가 잘 될 텐데요. 누구라도 오시면 커피 한 잔 드릴 수 있는데….


서울구치소에서 저는 잘 지내고 있습니다. 밖에서 걱정하는 것처럼 힘들게 지내지도 않습니다. 감옥살이가 처음이 아니잖아요. 노무현 정권 때도, 이명박 정권 때도 살았던 감옥이었고 독방이었습니다. 5년여 만에 다시 들어와서 변화된 상황에 천천히 적응 중입니다. 이제 장마가 지나고 불볕더위가 계속된다고 하는군요. 보니까 휴가철이기도 하고 제주도에서는 강정생명평화 대행진이 시작됐겠네요. 거기 잠깐이라도 참가하려 했는데 마음만 보탭니다. 내 발로 갈 수 있는 곳이 없네요. 얼마 동안 계속될지 모르지만 지금은 갇힌 몸. 이곳에서 저는 더욱 단단해지고자 합니다. 운동도 열심히 해서 체력도 보강하고요. 그동안 시간이 없어 미루어두었던 원고 쓰는 일도 하고 책도 열심히 보면서 공부도 많이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일과표를 짰더니 너무 빡빡합니다. 하루 6시간은 자야 하는데 말이죠. 아무튼 여기 있는 동안 몸과 마음의 근육을 더 단단히 만들 작정입니다.

 

갇힌 몸이지만 더 단단해지려 합니다


그러니 제 걱정은 이제 그만하셔도 됩니다. 대신 ‘416연대’ 꼭 지켜주시고 강화해주십시오. ‘416운동’(또는 ‘4월16일 운동’)은 중단해서도 포기해서도 안 됩니다. 어차피 멀리 보고 가야 하는 싸움에서 누구든 구속이 될 수도 있습니다. 우리 싸움이 제대로 방향 잡아서 간다면 더 많은 탄압을 이겨내야 할지 모릅니다. 416연대로 힘을 모아주시고 거기에서 유가족을 비롯한 피해자들, 그리고 시민들이 끊임없이 공감하고 격려하는 가운데 새로운 모색을 해가는 그런 역동적인 네트워크가 되도록 지혜도 모아주십시오. 유가족들이 고립되지 않도록, 서로 잡은 손 놓지 않도록, 더욱 넓어지고 더욱 강해지는 416연대를 만들어주시길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좀 여유가 있으시면 ‘인권재단 사람’에서 만들고 있는 인권활동가 지원을 위한 ‘365기금’에도 참여를 부탁드립니다. 밖에 있었다면 올해 하반기에 제가 꼭 해야 할 일들입니다. 제가 움직일 수 없으므로 대신 여러분께 부탁드립니다. 오늘은 여기까지…. 벌써 기상할 때입니다. 구치소의 하루가 시작되려 합니다. 무더위에 건강하시길 빕니다. 안녕히….

 

2015년 7월28일 서울구치소에서

박래군 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