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 & 텐트 농성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성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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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 & 텐트 농성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성명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22.04.17 16: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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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의원 여러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 초대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국회의원 여러분,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에 초대합니다. 아직 늦지 않았습니다!

- 차별금지법제정연대 단식 & 텐트 농성을 지지하며 연대하는 그리스도인 성명 -

 

4월14일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성명 발표 기자회견
4월14일 차별과 혐오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 성명 발표 기자회견

 

✢ 정치적 수사 뒤에 숨지 않고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는 정치인과 국회를 보고 싶습니다.

가까이 찾아온 것 같았던 봄꽃들이 어느새 사라지며 더 푸르른 생명의 소식을 들려주는 4월, 우리는 웃을 수 없습니다. 세월호 참사 이후 8번째 봄이 왔지만, 그 사이 두 번의 정권 교체가 있었던 것 외에 진상 규명조차 여전히 갈피를 못 잡고 있습니다. 세월호 참사에 직간접 피해를 입은 분들이나 그 과정을 지켜보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지난 5년간 정권을 맡겼던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은 힘이 모자라다는 핑계로 일관하며 나중으로 미루기 바빴던 이들입니다. 다시 돌아온 국민의힘과 차기 윤석열 정부는 8년 전부터 지금까지 제대로 된 사과나 책임있는 모습 없이 문제를 외면하고 회피하기 바쁜 이들입니다.

 

그래서일까요? 15년째 서로 미루기만 하며 책임지는 모습을 보이지 않는 국회로 인해, 차별금지법은 여전히 미뤄지고 있습니다. 그 과정에서 차별과 배제, 혐오를 성서에 기록된 신의 뜻이라며 목소리를 높이는 이들을 달래는 정치인들은 많이 보여도, 인권과 평등의 원칙에 근거해 그들을 설득하며 갈등을 해결하는 정치인들은 몇몇 뿐입니다. 이런 현실 앞에서 '차별금지법 있는 나라 만들기'를 외치며, 지난해 부산에서 국회까지 500km의 평등길을 걸었던 미류와 종걸 두 활동가가 또 다시 단식농성에 돌입했습니다.

 

그토록 수많은 이들의 마음을 울리고 움직였던 두 활동가가 곡기까지 끊어가며, 이 땅의 정치 현실에 던지는 메시지는 무엇일까요? '평등이 밥'이니, 이제 다 차려진 밥상 앞에서 국회의원들도 함께 먹길 바라며 숟가락을 내려놓고 기다리겠다는 미류 활동가의 진심에, 우리 그리스도인들은 미안한 마음만큼 온 마음을 다해 지지를 표합니다. 모두가 더불어 사는 세상과는 무관한 무책임한 모습과 나쁜 선택으로 일관하는 정치 세력 앞에서, 많은 이들의 존엄한 삶을 지키기 위해 자신을 내어놓는 종걸 활동가의 결단을 아픈 마음으로 응원합니다.

 

차별을 심화시키고 평등을 외면하며 혐오 세력의 눈치를 보는 국회를 꾸짖는 것이 아니라, 그들에게도 평등세상으로 함께 가자고 손 내미는 활동가들의 진심어린 요청에 무거운 마음으로 함께합니다. 그 누구보다 사랑과 관용을 선택하는 이들에게 깊은 존경을 보냅니다. 우리도 그 사랑과 관용, 연대로 초대하는 활동가들의 진심에 마음 깊이 응하며, 문재인 정부와 더불어민주당이 정권이 바뀌기 전에 차별금지법 제정에 앞장서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 우리는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동참하고자, 차별금지법 제정을 적극 지지합니다.

이번 주는 그리스도교 전통에서 매우 중요한 성주간(聖週間)이고, 오늘은 그리스도의 부활로 나아가는 성삼일((聖三日)이 시작되는 성 목요일입니다. 이날 교회는 예수 그리스도께서 제자들의 발을 씻기신 것을 본받아 세족식을 진행했습니다. 이 사건에서 예수 그리스도는 이 땅의 낮은 자리에서 사는 사람들을 끝까지 극진히 섬기는 사랑을 보이셨습니다. 그리스도교 공동체는 이 사건을 매년 재현하며 낮은 자리의 사람들을 환대하고 섬김의 사랑을 따르겠다고 선언합니다(요한 13:8, 15).

 

그래서 그리스도교 교회와 신자들은 처음부터 지금까지, 작고 보잘것없는 존재 취급 받는 이웃을 섬기는 일을 통해 그리스도교 신앙의 정수를 고백했습니다. 그 상하고 깨진 일상을 끝까지 함께하고 더불어 사는 일에 최선을 다하며 예수 그리스도의 사랑에 동참했습니다. 이런 고백과 실천은 이 땅의 교회가, 상대적으로 작고 가난한 존재들과 존재조차 부정 당하며 지워지는 이들의 피난처인 이유가 되었습니다. 그런 동행은 우리 가운데 살아 움직이는 신의 사랑을 드러내고 확인하는 중요한 증거였습니다.

 

그렇다면 2022년 성주간, 이 땅의 그리스도인들과 교회는 한국 사회와 교회 안에 존재하며 신의 사랑을 확인하는 중요한 통로인, 차별과 배제에 시달리는 사람들을 위해 무엇을 해야 할까요? 오늘 우리가 교회 안팎에 존재하는 차별과 배제, 혐오에 시달리는 많은 사람들을 위해 더 이상 미루지 않고 함께해야 할 일은, 바로 '차별금지법 제정 촉구'의 외침과 싸움에 적극 합류하는 일이라고 믿습니다.

 

우리는 그 오래 전, 모두가 무덤에서 끝났다고 포기했던 예수 그리스도의 죽음이 성삼일을 지나 부활의 이야기로 나아가며, 우리를 또 다른 세계와 관계로 초대하고 안내한 것을 기억합니다. 우리는 이 성주간에 시작된 단식 농성을 지지하고 응원하는 마음으로 함께하며 당신과 나, 우리의 동참을 통해 그와 같은 기적이 차별금지법 제정 과정에서도 이뤄지기를 간절히 소망합니다. 그리고 모두가 평등한 세상을 위한 출발점인 차별금지법 제정이 더 미뤄지지 않기를 강력히 요구합니다.

 

무엇보다 우리 함께 힘 닿는 데까지 원없이 싸워보자고 자신들을 내어놓은 두 활동가와 동조 단식으로 함께하는 많은 이들 가운데, 우리가 믿고 따르는 신의 사랑과 이름이 함께하기를 간절히 축복합니다.

 

2022년 4월 14일, 성 목요일에

차별과 혐오 없는 평등세상을 바라는 그리스도인 네트워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