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주거권,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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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애인 주거권, 어떻게 확보할 것인가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8.05.1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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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6년부터 진행된 중증장애인당사자들의 피나는 투쟁을 통해 활동보조인서비스가 부족하나마 2007년부터 전국적으로 시행된 이후, 장애인 대중의 현장에서는 소득보장과 주거권의 문제가 새로운 의제로 떠오르고 있다. 이는 중증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하여 살아가기 위해서는 기본적으로 의식주(衣食住)의 문제가 해결되어야 하고, 이를 제도적인 권리로 보장할 수 있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우리사회에서 주거를 위한 공간인 주택은 ‘재산목록 1호’이자 ‘투기대상 1호’로서 철저한 사유재산의 영역 내에 존재해왔기에, 주거의 문제는 권리로서 제대로 논의조차 되지 못해왔다.
그렇다면 장애인의 주거권 보장은 어떻게 가능할 수 있을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전체 민중의 주거문제가 권리의 차원으로 상승되지 못한 채 장애인의 주거권만 보장되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사실이다. 그래서 장애인의 주거권 투쟁은 전체 주거빈곤층의 투쟁과 긴밀히 연동되어, 전반적인 주택의 공공성 자체를 확보하는 방향에서 진행될 필요가 있다. 이러한 상황을 염두에 두면서, 현재 장애인 주거권 확보를 위한 기본적인 과제는 우선 아래의 세 가지 측면에서 접근해 볼 수 있을 것이다.

공공임대주택 확대와 장애인 쿼터제의 도입

유럽 대부분의 국가에서는 임대주택쿼터제라는 것이 존재한다. 임대주택쿼터제란 공공이 자치구 내 총 주택(가구)수의 일정비율을 임대주택으로 확보하여 서민의 주거복지를 실현시키고자 하는 제도이다. 프랑스는 도시기본법(1991) 및 이후의 사회연대및도시재개발법(2000)을 통해 일정규모 이상의 지자체는 공공(임대)주택의 비율이 전체주택의 20%이상을 유지하도록 하고 있으며, 영국 런던의 경우 공공임대주택 35% 할당제를 도입하기도 하였다.
현재 우리사회에 존재하는 대표적인 공공임대주택으로는 영구임대주택, 50년 공공임대주택, 국민임대주택, 기존주택(다가구) 매입임대 및 기존주택 전세임대 등을 들 수 있다. 그러나 이 모든 것을 합쳐도 2005년 말 현재 임대주택의 비율은 전체주택의 3%밖에 되지 않는 상황이다. 따라서 소유하지 않더라도 안정적인 점유가 보장되는 임대주택이 전반적으로 확대될 필요가 있다. 그리고 확대되는 임대주택의 일정량(예를 들어 장애인구 비율 10%를 기준으로)은 장애인에게 단순히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을 넘어, 쿼터제를 통해 보장할 필요가 있다. 우선순위를 부여하는 것만으로는 접근성의 미비, 보증금의 부담 등으로 인하여 실질적으로 저소득 중증장애인의 주거 대책이 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가장 많이 보급되고 있는 국민임대주택의 경우 2007년까지 3,208세대가 장애인에게 우선 공급되었는데, 이는 우선공급제도가 시행된 2004년 이후 총 분양물량 약 150,000가구의 2%에 불과한 실정이며, 기존주택매입임대만 별도로 살펴보더라도 2004~2007년까지 보급된 17,500여 호중 장애인에게 공급된 것은 303호로 1.7%에 불과하다.
그리고 이렇게 쿼터제를 통해 할당된 물량에 대해서는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보장된 형태로 사전에 건설 또는 개조 하고, 보증금 문제 때문에 입주가 불가능하지 않도록, 보증금을 없애거나 보증금지원이 의무적으로 제공되어야 할 것이다.

장애인의 자율성이 보장되는 실질적인 ‘자립홈’의 도입․확충

현재 정부는 장애인이 시설이 아닌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적인 삶을 지원한다는 취지아래 그룹홈(공동생활가정) 정책을 실시하고 있다. 그룹홈 사업은 2005년부터 지방이양 사업에 포함되어 지방자치단체의 권한과 지침아래 운영이 되고 있으며, 서울시의 경우 2006년도에 마련한 ‘장애인 공동생활가정 설치․운영지침’에서 그룹홈을 교육형, 영구거주형, 자립형 등으로 구분하고 있으며, 체험형도 그 한 형태로 인정하고 있다. 그러나 여기서의 자립형은 영구거주형과 실질적으로 아무런 차별성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
핵심적으로 자립형이 실질적인 자립홈의 의미를 지니려면, 상주하는 직원(사회재활교사)이 일정한 프로그램에 따라 거주인을 지도․감독하는 형태가 아니라, 거주하는 장애인의 일상생활에 대한 자율성이 보장되는 형태로 전환되어야 한다. 즉, 현재의 사회재활교사는 필요한 경우에 한하여 외부 순회인력으로 대체되어야하는 것이다. 서울시그룹홈지원센터가 2006년 9월부터 서울시의 지원을 받아 시범운영하고 있는 자립그룹홈은 하나의 사례가 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자립홈이라 하더라도 하나의 주택 내에 다수의 인원이 거주하므로 개인의 사생활이 보장되지 않는 단점이 있다. 따라서 기존 그룹홈 형태의 자립홈 뿐만 아니라, 식당․세탁실 등 일정한 공동이용시설을 갖추되 독립된 1인 1실 형태의 ‘원룸 공동주택형 자립홈’을 도입하여 장애인의 선택권을 보장해야 한다. 그리고 이러한 자립홈의 확대를 위해서는 지자체가 설립하여 직영하거나 위탁 운영하는 공공의 자립홈을 우선적으로 확대하여야만 할 것이다.

장애인 주택개조 사업의 전면 확대 실시

주택개조 지원은 주거의 공간 자체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지만, 한국 사회의 주택 대다수가 장애인의 접근성 및 편의성이 보장되지 않고 있는 상황에서는, 주거 공간의 획득 자체와도 ‘연동’되는 중요한 영역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현재의 장애인 주택개조 지원사업은 너무나 많은 한계를 지니고 있다.
우선 가장 큰 문제는 사업지역이 농․어촌에 한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대다수의 주택, 특히 저렴주택일수록 장애인의 접근성과 편의성이 떨어지는 상황에서, 주택개조의 요구와 필요성은 농․어촌 지역에 한정되지 않고 매우 광범위하게 존재한다고 할 수 있다. 따라서 농어촌 지역을 넘어 시단위에까지 확대된 장애인 주택개조 사업이 이루어져야 한다.
그리고 지원대상을 기초생활보장수급자 및 차상위계층에 한정하지 말고 보다 확대해야 하며, 자가가 아닌 임차한 주택의 경우라도 ‘임대인(주택 소유주)의 동의’가 이루어진 경우라면 지원 자격이 부여되어야 한다. 또한 결혼을 하여 소위 ‘정상 가족’을 구성한 다수인 가구에 우선순위를 부여함으로써 나타나는 1인 가구에 대한 차별을 막기 위해, 일정한 비율 내에서 1인 가구를 위한 할당제가 도입되어야 할 것이다.

김도현(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정책국장)

천주교인권위원회 소식지 <교회와 인권> 143호 (2008년 4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