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형과 인권] 제 2회 사형반대아시아네트워크 회의에 다녀오다
상태바
[사형과 인권] 제 2회 사형반대아시아네트워크 회의에 다녀오다
  • 이정주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 전략사업팀)
  • 승인 2008.06.30 17:0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2nd Consultative Meeting of the Anti-Death Penalty Asia Network (ADPAN)
아시아지역의 사형제폐지를 위한 국제적 연대, 사형반대아시아네트워크[Anti-Death Penalty Asia Network (이하 ADPAN)]의 두 번째 회의가 2008년 6월 13일부터 15일까지 홍콩,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에서 열렸다. 한국에서는 ADPAN 소속인 천주교인권위원회와 국제앰네스티 한국지부가 참여하였으며,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총 12개 국가에서 온 25명의 법률가, 인권활동가들이 함께 하였다. ADPAN과 세계사형반대연합[World Coalition Against The Death Penalty(이하 WCADP)]의 적극적 연대 속에 이루어진 이번 회의에서는 지난 2년 동안의 사형제 관련 전 세계적 흐름을 읽고, 특히 ADPAN과 WCADP의 사형제폐지운동이 일구어낸 의미 있는 성과와 한계를 공유하였으며, 앞으로 2년 동안 진행될 ADPAN의 중점 활동영역에 대해 합의하였다. 또 ADPAN의 발전적 방향성에 대한 제안과 ADPAN의 활동력(액티비즘)과 멤버십 강화를 위한 제안을 하였다.

▲ ADPAN 회의 참가자들


사형제폐지가 전 세계적 흐름이라는 것은 누구도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일 것이다. 지난 2년 동안 아시아태평양 지역에서는 한국을 비롯한 27개국이 법적 혹은 실질적 사형제폐지국이 되었다. 가장 최근에는 2006년과 2007년에 필리핀과 쿡제도가 법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였으며, 한국과 몽골에서도 법적으로 사형제를 폐지하기 위한 노력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러나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과는 달리 여전히 일본, 북한, 싱가포르, 베트남, 중국을 비롯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14개 국가가 계속해서 사형제를 존속하고 있다. 또 실질적 사형폐지국이 되었지만 다시금 사형제 존치에 대한 여론이 형성되거나 법적으로 사형폐지국가가 되기 위해 사투하는 국가도 존재하며, 법적 사형폐지국임에도 불구하고 비밀리에 불법적으로 사형을 집행하는 경우도 있다.

ADPAN은 이러한 전 세계적 흐름 속에서, 2006년 첫 발족 이후부터 계속적으로 각국이 제62차 유엔총회에서 ‘사형집행유예 결의안’에 찬성할 수 있도록 활동해왔다. 그리고 2007년 유엔총회가 사형제의 궁극적 폐지를 목표로 국제사회가 사형집행을 유예해야한다는 ‘사형집행유예 결의안’을 채택하였다. ‘사형집행유예 결의안’ 채택 이후, 앞으로 진행되는 유엔 총회에서 유엔사무총장은 각국의 사형 집행 현황에 대한 보고를 해야 한다. ADPAN과 WCADP는 이에 각국이 사형집행의 수와 범죄유형을 정확히 공개하도록 하는 것을 기반으로 한 전략을 세우고 있다. 또 하나의 의미 있는 성과는 세계사형반대의 날에 동참하는 나라가 점점 많아지고 있다는 점이었다. 특히 ADPAN 소속 단체 혹은 개인은 WCADP가 정한 세계사형반대의 날, 매년 10월 10일 사형제폐지를 위한 글로벌 캠페인에 동참하였는데, 한국 또한 2007년 10월 10일 글로벌 캠페인의 일환으로 사형폐지국가선포식을 진행한 바 있다.

▲ 한국의 사형폐지운동 현황을 설명하고 있는 천주교인권위원회 김덕진 사무국장


이번 회의에서 ADPAN은 앞으로 2년 동안의 중점 활동영역을 크게 다섯 가지로 합의하였다. 첫째, ‘사형집행유예결의안’ 관련 활동과 세계사형반대의 날 글로벌 캠페인에 집중하고, 둘째, 아시아지역에서 극비리에 행해지는 사형집행의 수와 범죄유형에 대한 정확한 공개를 이끌어내며, 셋째, 이슬람 관습법인 샤리아법의 폐해를 중심으로 이슬람 국가의 사형제폐지에 대한 접근을 시도하고, 넷째 사형 집행 수의 대다수가 중국에서 나오는 것으로 보아 중국을 중심으로 한 사형제폐지운동을 전개하며, 마지막으로 범죄 피해자 가족과 함께하는 사형제폐지운동의 전개를 중점 활동영역으로 합의하였다.

ADPAN 회의에 참여한 참석자들은 ADPAN이 앞서 언급한 중점 활동영역에 대해 제대로 움직이기 위해서는 이제는 보다 체계적인 전략으로 아시아지역의 사형제폐지를 위한 활동을 전개해나가야 한다는 데에 그 의견을 함께하였다. 세계적 흐름에 발맞춰 전 세계 사형제존치를 주도하고 있는 아시아지역에 뿌리를 두고 있는 사형반대 네트워크인 ADPAN의 영향력은 매우 클 것이며, 그 만큼 책임과 의무를 함께 가져가야할 것이라는 것이 대다수의 의견이었다. 따라서 ADPAN은 앞으로 개별단체와 개별국가에서의 국내연대활동과 ADPAN을 중심으로 한 국제연대활동의 결합을 도모하여 아시아지역의 사형제도의 끝을 향해 안에서 밖으로, 밖에서 안으로 전진할 수 있는 기반을 마련해야한다는 것에 합의를 보았다.

▲ ADPAN 회의가 열린 홍콩의 국제앰네스티 아시아태평양 지역사무국


2006년 ADPAN 발족 당시의 ADPAN 주요활동은 한국을 중심으로 이루어졌다. 한국은 아시아지역에서 드물게 사형제폐지를 위한 사회적 움직임이 활발하게 이루어지고 있으며, 10년 가까이 사형을 집행하지 않은 국가였다. 이에 ADPAN은 한국이 법적 혹은 실질적으로 사형폐지국이 되면 사형제를 존치하고 있는 아시아전역에 긍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을 것이라는 전망을 가지고 있었다. 그리고 2007년 12월 30일, 한국은 실질적 사형폐지국가가 되었다.

한국은 이제 ‘다음 단계’를 이야기할 수 있어야한다. 이번 ADPAN 회의에서 다시 한 번 확인한 것은 아시아지역에서의 한국의 역할이 한국의 사형제를 법적으로 폐지시키는 것에 국한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실질적 사형폐지국으로서 한국의 시민사회는 법적으로 사형폐지국가가 되기 위한 노력, 예컨대 사형폐지여론 형성과 사형폐지에 관한 특별 법안을 18대 국회에서 통과시키는 것을 중심으로, ADPAN과 함께 아시아전역의 사형제폐지운동에 보다 적극적으로 가담해야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