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공공성과 인권] 물산업지원법, 알고 보니 물사유화법
상태바
[사회공공성과 인권] 물산업지원법, 알고 보니 물사유화법
  • 전소희(전국공무원노동조합 정책연구소 연구기획부장)
  • 승인 2008.06.30 17:20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나날이 촛불집회가 이어지고 수돗물 사유화에 대한 우려가 확산되기 시작하자, 정부는 “수돗물 민영화 계획 없다”, “상수도 효율화․전문화이지 민영화 아니다”라고 주장하고 있다. 그러나 지난 6월 13일, 이만의 환경부 장관은 한 강연회에서 “민간에 경영을 맡기면 사람을 줄이고도 서비스를 높일 수 있다”며 수돗물을 사유화해야 한다고 주장하기 시작했으며, 입법예고를 미루던 물산업지원법 제정도 다시 급물살을 탈 것으로 예상된다. 요금폭등과 콜레라 창궐, 제한급수, 주민 봉기 등 ‘물전쟁’이 일어났던 남아공, 필리핀, 남미, 이탈리아 등 해외 사례가 이제 남 얘기가 아닌 우리의 현실이 될 지도 모른다.

6월 중 입법예고하여 12월에 제정하겠다는 물산업지원법은 상수도 민간위탁과 법인화, 초국적 물기업 유인, 시장경쟁체제 도입을 주요 골자로 하는, 그야말로 물사유화법이다. 물산업지원법의 기반이 되는 것이 2007년 7월에 발표한 ‘물산업육성 5개년 세부추진계획’인데, 이 계획에서 정부는 “패러다임 전환”을 촉구한다. 상수도는 이제 공공재가 아니라 경제재이며, 공공서비스가 아닌 상업적 서비스라 한다. 운영은 국가와 지자체가 아닌 기업이 해야 한다고 한다. 이를 달성하기 위해 국내에서는 지자체가 직영하던 상수도를 민간위탁․법인화해야 하며, 물기업을 육성해서 외국기업과 경쟁하고 해외에 진출시키겠다는 것이다. 새로운 산업이니 국부 창출이니 포장은 거대하나 본질은 국내 뿐 아니라 해외(주로 제3세계)에서도 물 사유화를 추진하겠다는 것이다. 실제로 법안을 보면 민간위탁을 촉진하고 기업에게 세제혜택을 주는 조항, 기업 설립을 허용하는 조항, 외국 기업과 합작 주식회사를 설립할 수 있도록 하는 조항 등이 들어있다. 물론 서비스를 개선하고 농어촌 등 취약지역에 대한 지원도 하겠다고 하나 “허용되는 범위 내에서 하겠다”는 등 립서비스에 불과하다고 볼 수 있다.

결국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물산업육성 정책과 물산업지원법은 생명줄인 물로 돈벌이를 하겠다는 발상이며, 사회적 재앙으로 이어질 수밖에 없다. “수도요금 하루 14만원”은 다소 과장된 감이 있으나, 지역에 따라 수도요금이 최소 2~3배 이상 오르는 것은 시간 문제이다. 수돗물 생산비용만큼 수도요금을 받으려면 국민 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에 정부와 지자체가 정책적으로 일반 세금으로 비용을 충당해왔는데 물을 사유화하면 요금을 최소한 생산비용 수준까지 높여야 한다.

정부는 진정 안전한 수돗물을 공공서비스로서 안정적으로 공급하고 서비스를 개선할 생각이 있다면, 물을 사유화하는 물산업육성 정책이나 물산업지원법을 폐기하고, 물을 필수 공공재이자 가장 기본적이고 보편적인 인권으로 규정하면서 수돗물 음용률 전세계 최하위권(2% 미만)을 기록하는 우리의 현실을 바꾸기 위한 노력을 해야 한다. 위탁, 법인화, 외주용역 등 사유화를 추진하고 ‘막가파식’ 노동자 구조조정과 예산 삭감을 단행할 것이 아니라 국가가 책임지고 재정과 인력을 확충하여 시설개선에 투자하고 농어촌이나 빈민지역에 보다 안정적이고 저렴하게 물을 공급하는 데 주력해야 한다.

※이 글은 6월 17일 월간 <작은책>에 기고한 글을 필자가 수정한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