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지기]점점 커지는 나눔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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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지기]점점 커지는 나눔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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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모테아 수녀님을 만나고
개봉역에서 마을버스를 타고 한 10분 정도 가다보면 고척동에 있는 삼원목욕탕이 나온다.

그 곳에 내려 '만남의 집'을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이 아니다. (그 이유는... 이 글을 다 읽고 나면 알게될 것이다.)

인터뷰하러 온 날 반갑게 맞으시는 디모테아 수녀님은 앉자마자 인도의 지진 이야기를 하신다. 외국에서 5년간 생활하셨던 경험속에서 지진을 직접 겪으신 수녀님은 그 끔찍한 공포감을 설명해 주셨다. 그리고 그곳에 만남의 집 아이들과 함께 성금을 보내셨다고.... 그리곤 이웃들에게 주기 위해 아이들과 수녀님들이 직접 만드셨다는 맛난 유자차를 내오셨다.

이 곳 '만남의 집'은 91년부터 서울 포고 성 베네딕도 수녀회에서 올해로 10년째 새로운 가정형태인 '그룹 홈' 을 운영하고 있는 곳이다. 만남의 집에는 현재 초등학교에 다니고 있는 다섯명과 중학생 세명, 그리고 이번에 고등학교에 들어가는 두명, 이렇게 총 10명의 '딸'들이 살고 있다. 그리고 '수녀님' 보다 '엄마'라고 불려지는 것에 더 익숙한 네 분의 수녀님들이 계신다.

하교시간이 되어서인지 돌아오는 아이들을 만날 수 있었다. '다녀왔습니다.'를 크게 외치며 수녀님께 돌아오는 길에 얼음위에서 미끄럼 탄 얘길 재미나게 설명하는 아이, 치과에서 울지 않고 잘 치료했다며 흐뭇한 표정 짓는 아이... 그 곁에 평범한 가정의 여느 엄마처럼 수녀님은 간식을 준비하고, 학원에 갈 아이들을 챙긴다. 하지만 그 곳에서 만나게 되는 아이들 밖으로 드러나는 귀여움과 밝은 웃음 뒤에는 어두움 있다. 아이들은 세상을 알기도 전에 너무나 빨리 세상으로부터, 가정으로부터 버림받은 상처로 마음에 병을 안고 살아가고 있다. 수녀님은 그런 아이들을 그냥 불쌍하다고 감싸 줄 수만은 없다고 말씀하신다.

이곳은 18살이 되면 독립을 해서 자신의 행동에 책임을 져야하기 때문에, 이 거친 세상속으로 자립할 수 있는 힘을 길러 주는 것이 우리의 역할이라고 말씀하신다. 그래서 때론 아이들이 잘못했을 때 매도 드신다는 수녀님은 그럴 때 정말 마음이 아프지만 자기 잘못을 깨우치고 고쳐나가는 아이들을 볼 때 보람을 느끼신다고 한다. 수녀님을 힘나게 하는 일은 또 있다.

바로 이곳에 오면서 만난 그 이웃들이다. 옆집의 미용사 아주머니는 아이들의 머리를 공짜로 잘라 주신다. 그리고 아이들의 치아 걱정 말고 그냥 오라는 치과의사, 특별한 날이면 가슴 한가득 빵이며 케익이며 들고 오시는 빵집아저씨... 그리고 자신은 아이셋 키우기도 힘든데 수녀님은 그 많은 아이들 어떻게 키우냐며 제 양보다 한 움큼 더 콩나물을 담아주는 야채가게 아줌마, 문구점 아저씨... 정말 말로 다 헤아릴 수 없는 많은 분들의 도움이 바로 그것이다.

수녀님은 그러한 선한 마음을 가진 이웃들의 힘이 바로 우리가 이 세상을 살아가는, 이 사회를 움직이는 힘이라 하신다. '네 애미 에비가 너희를 버릴지라도 나는 결코 널 버리지 않는다.'는 이사야서의 말씀처럼 만나는 그 분들을 통해 하느님의 따뜻한 돌보심을 느낀다고 하신다.

그 이웃들의 마음이 전해지듯 얼굴 가득 환한 미소로 말씀하시는 수녀님은 성서 구절을 삶으로 체험하는 기쁨으로 살아간다며 우리 아이들도 그 이웃들의 따뜻한 모습을 기억하고 그들과 같은 선한 마음을 품고 세상에 나가서 나누는 삶을 살수 있게 매일밤 기도하신단다. 끝으로 수녀님은 꼭 이것만은 사람들에게 말하고 싶어하신다. 이곳에는 하루에도 몇 번씩 제 아이를 맡기고 싶다는 부모들의 전화가 걸려온다. 한 생명을 키우고, 그 생명을 지킨다는건 부모로서 갖는 진정한 자격이며, 책임이다.

더 이상 부모들의 무책임한 행동으로 인해 고통받는 아이들이 발생하지 않아야 될 것이다. 어려움 속에서도 여러곳의 공통을 함께 나누는 만남의 집 식구들과 그들 곁에있는 이웃들 보며 점점 커지는 나눔들을 본다.

돌아오는 길, 1년 중 가장 크고 밝은 달이 뜬다는 대보름날,

내 가슴에도 그와 닮은 넉넉한 달 하나가 떴다.

[교회와인권 60호] 이은혜 간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