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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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언론이 바로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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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개혁의 절박성
문정현 신부님이 발벗고 나선 이후에야 매향리 미군 사격장·폭격장 문제를 국민들이 알게 되었다. 6.25 동란 이후 계속되어온 매향리 주민들의 고통, 그리고 그 주민들의 오랫동안의 진정, 청원, 항의들을, 어떻게 50년간이나 나머지 국민들이 까맣게 몰랐는지, 참으로 불가사의한 일이다.

이 같은 현상이 일어난 데는 이땅의 언론의 책임이 무엇보다도 크다. 그리고 이것은 한때 이 땅의 언론인의 한사람이었고 지금도 언론 분야 시민운동을 하고 있는 필자로서도 참담함과 자괴감을 금할 수 없게 만든다.

정보의 세계화, '정보 고속도로'를 떠들고 있는 한편에서 우리들의 농민들이, 우리들의 근로자, 우리들의 서민대중들이 사회 구석구석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이고 길거리에서 내몰리는 현상들을 서로 서로가 모르고 지나치는 일들이 하나 둘인가? 한국 매스컴의 허구는 매향리 미군 사격장·폭격장에 대한 보도-아니 수 십년간 외면하고 묵살하고 국민에게 전혀 알리지 않았던 비보도-태도, 국민 대중들의 삶의 현장이 외면되고 묵살되는 모습에서 여실히 알 수 있다.

현재 한국 언론을 보면 정치 같지 않은 여·야의 진흙탕 정치싸움 기사들이 정치면을 홍수처럼 장식함으로써 국민들의 정치냉소주의와 허무주의를 부추기고 있고, 정치개혁이나 정치의 정책 경쟁을 유도하는 그 어떤 대안이나 비젼도 언론에서 제시되는 바가 없다.


경제 기사를 보자.

또 경제 기사라는 것이 증권소식, 주식시세 등으로 뒤덮이고 있고, 관광, 오락, 패션과 선정적 연예인 기사들이 신문지면들에 마구 밀고 들어오고 있다.

한마디로 한국의 메이저 신문·방송들에는 우리 국민들의 살아가는 이야기, 우리 국민들의 목소리가 담겨있지 않는 것이다.


왜 이럴까?

왜 한국의 언론들은 국민들과 따로따로 노는 존재가 되고 있을까? 여기에는 한국 언론의 태생적(胎生的) 기형성이 깔려있다.
그것은 첫째로 우리가,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의 힘으로 '8.15 해방'을 쟁취하지 못했고 해방 이후의 한국 언론을 우리 국민들이 스스로 만들어 내지 못했던데 있다.

그리고 곧 이은 민족분단과 6.25 동란은 남한에 반공이데올로기라는 표현과 사상의 폐쇄성을 낳았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지의 한국 언론은 일제시대 친일에 앞장섰던 언론이 친미 언론으로 재빨리 변신하면서 만연된 기회주의적 속성, 그리고 6.25 동란 이후 계속된 한국 언론의 반공·군사독재와의 결합을 낳았던 것이다.

우리 한국 사회는 안으로는 민주·시민사회로 나아가기 위한 정치, 경제, 문화, 교육 등등 사회 모든 분야의 법적·제도적 개혁, 밖으로는 남·북의 화해와 교류, 평화공존, 그리고 마침내는 통일로 나아가야 할 민족적 과제를 안고 있다.

그러나 87년 '6월 항쟁'의 범국민적 민주화 운동에 '무임승차'했던 한국 언론들은 현재 한국 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엄청난 개혁과제들에 대해서 국민들에게 제대로 알리기는커녕 오히려 사사건건 발목을 잡고 있다.

현재 시민사회단체들이 전개하고 있는 인권법이나 부패방지법 제정운동, 국가보안법 폐지 또는 개정운동에 대한 언론의 보도태도 또는 비보도태도를 한번 생각해 보더라도 한국 언론의 심각한 병세는 명백하다.

이제 많은 사람들이 깨닫기 시작하고 있다. 2000년대 이 땅의 민주화·선진화 그리고 남북화해를 위해서는 언론이 먼저 개혁되지 않으면 안된다는 것이다.

이 언론개혁은 어떤 특정한 언론사를 밀어주거나 못살게 굴거나 하자는 것이 아니다. 그것은 한국의 언론사나 언론인들이 제멋대로 말하고 제멋대로 쓰고, 국민을 우습게 생각하는 것을 언론자유라고 착각하고 있는 그릇된 언론자유의 개념을, "진정한 언론자유는 국민들의 알권리에 충실하는 것이다"라는 것으로 되돌려 세우는 일이다.

그러므로 언론개혁의 핵심은 한국언론들이 국민들 목소리의 대변자, 국민들의 눈과 귀로 돌아오는 것, 이 땅에 만연하고 있는 부정·부패·비리의 진정한 감시자, 고발자로 다시 태어나게 하는 것, 그리고 이 시대 한국 사회의 진정한 '담론의 광장'이 되도록 하나는 것이다.

이 언론개혁운동은 '언론의 자유'를 '국민의 자유'로 돌려세우기 위한 것이고 따라서 국민들이 힘을 실어줄 때만 열매를 맺을 수 있다.

일부·사회단체들과 언론 현업단체들이 벌여오던 언론개혁운동이 이제는 대중운동으로 나아갈 시점이 되었다.

언론이 바로 서야 나라가 바로선다!

[교회와인권 60호] 성유보(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이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