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대로 된 부패방지법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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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대로 된 부패방지법 반드시 제정되어야 한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1.02.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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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인정(?)하는 비리와 부패의 심각성

국제 투명성 기구(IT)의 발표에 따르면 1999년 한국의 청렴도 (부패지수)는 세계 50위로 짐바브웨이나(45위), 요르단(41위)보다도 낮은 것으로 드러났고 뇌물 공여지수는 세계 2위로 발표되었다. 이런 현실은 '지금은 다만 부패를 얘기할 때가 아니라 어떻게 부패를 제도적으로 막을 것인가에 초점이 모아져야 할 때'라는 국민적인 공감대를 불러일으켰다.

정치권의 반부패법은 무늬만 '부패방지법'

1995년부터 시민사회단체들은 부패방지법 제정의 필요성을 제기하면서 매년 입법 청원을 해왔다. 하지만 15대 국회에서는 법안을 법사위에 상정조차 하지 않음으로써 매년 자동 폐기되고 말았다. 김대중 정권에 들어서도 여전히 각종 비리사건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터지면서 작년 11월 정기국회에 부패방지와 관련된 4개의 법안(민주당, 한나라당, 부패방지입법시민연대, 민주노동당)이 상정되었다.

그러나 여.야를 막론하고 정치권이 제출한 부패방지법안을 들여다 보면 경악을 넘어 분노하지 않을 수 없다. 정부여당이 내놓은 '반부패 기본법'은 물론 특별검사제를 담고 있어 민주당안보다는 진일보했다고 할 수 있는 한나라당안도 특검제만을 부각시킴으로써 부패방지법을 정치공세에 이용하고 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이들 법안의 문제점은

1. 특별검사제를 제외시킴으로써 고위 공직자에 대한 사정대책이 없다는 것.

2. 금품, 향응, 선물금지 등 부패의 온상이 되고 있는 공직자들의 윤리관련 규정 및 처벌조항을 법률에 규정하지 않고 있다는 것.

3. 부패방지의 총괄기구인 부패방지위원을 사실상 대통령이 임명하도록 하고 대통령산하에 둠으로써 독립성이 없는 자문기구의 성격으로 퇴색했다는 것.

4. 부패방지위원회가 내부비리고발자의 제보를 접수해서 조사할 수 있는 권한이 없고 다만 접수만을 받아서 기존 검찰청, 혹은 감사원에 이첩하도록 되어 있는 점.

5. 내부 비리 고발자를 보호하고 장려할 수 있는 실질적 조항이 없는 점.

돈세탁 금지에 정치자금에 대한 부분이 빠져있고, 불법자금이나 돈세탁 자금을 차단하기 위해서 필요한 고액거래(2000만원 이상)에 대해 국세청에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함에도 금융기관 종사자의 자의적인 판단에 맡긴 점 등등 한두 가지가 아니다.

부패방지법 제정은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한 기반 조성 운동
부패방지법이 부패를 완전히 척결해 줄 수 있다고 믿지 않는다.

그러나 적어도 제대로 된 부패방지에 대한 제도적인 장치를 마련함으로써 이후 우리 사회의 부패와 싸워갈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하는데 그 목적이 있다고 하겠다. 즉 신앙인들의 사회적 실천이 선으로 악을 이기는 싸움(로마서 12장 23절)을 하는 것이라면 부패방지법 제정은 선으로 악을 이기기 위한 근거 즉 발판과 도구를 마련하는 것이며, 그러기에 첫 단추를 제대로 끼워야 하는 것이다.

[교회와인권 60호] 신 광 식 (알로이시오, 한국 C.L.C 사무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