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작간첩]아직끝나지 않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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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작간첩]아직끝나지 않았습니다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1.08.20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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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갑자기 '이장형 뉴만'이란 한 중년의 신앙인이, 또한 '강희철'이란 갓 신혼의 단꿈에 젖어 있던 한 젊은이가 간첩으로 조작되었다. 여기서 한 사람은 1984년 불법연행과 67일간의 불법구금에 의한 살인적 고문에 의해서, 또 한 사람은 1986년 105일 동안의 불법감금과 모진 고문에 의해서, 이에 그들은 철저히 세상과 단절된 채, 서 너 평 남짓한 싸늘한 콘크리트 바닥에서 원한을 삭히며 기약없는 영어(囹圄)의 세월을 보내야 했다. 그러던 어느 날, 중년의 신앙인이 자신의 억울한 사정을 편지로 써 감옥의 담장 넘어 세상에 알렸다.

이는 우여곡절 끝에 그가 속한 본당신부에게 전해지게 되었다. 먼저, 그 본당 신부는 교구의 사제단과 신자들에게 이 사실을 알리고, 교회의 인권단체와 연계하여 조직적이고 체계적으로 활동을 전개해 나갔다. 이에 서서히 교회의 관심은 고조되었고, 이에 따라 후원을 원하는 이들이 하나둘씩 전국각지에서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에 힘입어 국민의 정부가 들어서고 얼마 되지 않은 1998년 두 사람 모두 가석방으로 풀려나게 되었다. 이로써 그들은 오랜 감옥생활을 청산하고, 꿈에도 그리던 가족 품으로 다시 돌아오게 되었다.


하지만 이게 끝이 아니었다. 비록 몸은 석방되었지만, 그들에게는 또 다른 고통이 가로놓여 있었다. 그것은 아직껏 간첩이란 오명(汚名)이 벗겨지지 않고, 더불어 극심한 생활고를 겪게 된 것에 따른 것이었다. 이에 감옥생활 이상의 정신적인 고통과 아픔은 계속되었다. 이로써 제주교구 사제단과 수도자들, 평신도 나아가 천주교인권위원회 관계자들은 그들의 명예회복과 그간 육신적이고 정신적인 피해보상을 통해 그들의 인권을 회복해 주어야 한다는 데 뜻을 같이하고 새롭게 "이장형, 강희철과 함께하는 사람들"을 구성하게 되었다.

이 모임은 지난 7월 30일 제주교구청에서 기자회견을 시작으로, 사법부에 그들의 명예회복과 배상을 요구하였다. 이에 추이를 지켜보면서, 전국적인 관심을 불러일으키기 위한 다양한 활동을 준비하고 있다. 이는 하느님의 정의(正義)를 바로 세워, 그들의 인권을 회복시켜 주고, 다시는 이 땅에서 그런 억울한 일들이 일어나지 않게 하며, 사법부가 더 이상 빗나간 권력의 시녀가 아닌 모든 이의 인권을 존중하고 공평한 법적용을 하는 기관으로 다시 태어날 수 있도록 하기 위한 것이다.

이를 위해 하느님의 참진리를 믿고 따르는 신앙인인 우리는 지금 그들이 겪고 있는 감당할 수 없는 고통과 아픔에 함께 하며, 깨어 있는 자세로 이 문제가 제대로 해결될 수 있도록 기도와 관심, 후원을 아끼지 말아야 할 일이다.

이럴 때, 그들의 문제는 반드시 해결될 것이요, 지난 시절의 어두운 죄악의 사슬을 끊고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세상은 하느님의 정의와 사랑이 넘쳐나는 주님 보시기에 좋은 세상이 될 것이 분명할 터이다.

[교회와인권 66호]고병수 신부(천주교제주교구 서귀포 성당 주임, 이장형, 강희철과 함께하는 사람들 공동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