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활동가들 노상 단식농성, 인권대통령에 최후통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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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활동가들 노상 단식농성, 인권대통령에 최후통첩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0.12.29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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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보·인권위법 해결 촉구
인권활동가들이 혹한기 노상 단식농성으로 김대중 대통령에게 최후통첩을 하고 나섰다.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대표, 울산인권연대 활동가 김석한 씨 등 16명은 28일 오전 11시 명동 성당 들머리에서 "개혁을 헌신짝처럼 내팽개치고 추악한 독재자의 모습을 닮아 가는" 김대중 정부에게 국가보안법 및 국가인권위원회법의 폐지·제정을 위해 나서라며 노상 단식농성에 들어갔다. 명동성당측의 시설보호요청으로 경찰측이 일반인들의 명동성당 출입을 막는 가운데 삼삼오오 모인 이들은 내년 1월 9일까지 2주간의 노상 단식농성을 하겠다고 밝히고, "국가보안법과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대한 기만적인 약속과 번복은 인권활동가의 인내심의 한계를 넘은 지 오래"됐다고 강조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조건이 현정권에서만큼 무르익은 적은 없었다"며 "제7조의 완전 삭제 등 국가보안법 폐지에 나서라"고 촉구했다.

또 "(국가인권기구가 탄생하지 못하는 것은) 오로지 인권위를 주무르려 하는 법무부의 야욕을 현 정권이 용납했기 때문" 이라며,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이미 제출된 국가인권위법을 통과시키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또 "지난 3년간 개혁의 이름 아래 민중의 삶을 벼랑 끝으로 내몬 구조조정밖에 한 일이 없"는 김대중 정부가 인권활동가들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남은 것은 정권퇴진 투쟁 말고 달리 길이 없다"는 최후통첩을 했다.

농성단 박래군 상황실장은 명동성당의 농성금지조치와 관련해 "우리는 명동성당과 실갱이를 하려고 들어온 것이 아니다"며 "개혁입법이 좌초될 수 있는 이 엄중한 시기에 인권활동가들은 혹한기에 몸을 던지게 되었다"고 밝혔다. 박 상황실장은 또 "단식농성 대오 중 쓰러지는 사람이 생길 경우 다른 활동가들이 그 자리를 대체하면서 대오를 견결하게 유지하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국가인권기구 공대위, 부패방지법 공대위 등은 29일 민주당 남궁석 정책위의장을 면담하고, 12시 민주당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한다. 또 천정배 의원 등 민주당 개혁파 의원들도 29일 오전 '개혁입법 제정 촉구를 위한 모임'을 갖는다. 국가보안법 폐지 국민연대 김기창 사무국장은 "단식농성이 진행되는 동안 매일 오후 2, 8시에 명동성당에서 집회를 열어 투쟁의 열기를 확산시키겠다"고 밝혔다. [심보선]

<성명서>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에 들어가며

겨울의 한 복판,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노상단식농성을 결행한다.

인권 2대 현안인 국가보안법이나 국가인권위원회법을 비롯해 부정부패방지법 등 개혁입법이 해를 넘기고 아예 실종될 위기에 처해 있다. 한편에서는 노동자와 농민 등 민중의 생존권 투쟁을 폭력을 동원하여 진압하기 일쑤이며, 대통령은 이들의 외침에는 아랑곳하지 않고 강경진압을 지시하고 있다. 그 많은 개혁의 약속들은 헌신짝처럼 내팽개친 채 과거 독재자의 추악한 모습을 닮아 가는 김대중대통령에 우리는 최후의 통첩을 보내기 위해 혹한기 단식농성을 결행한다.
이제 어떤 약속도 믿지 않는다. 지난 3년간 국민의 정부를 자처한 김대중 정부가 외쳐왔던 그 많은 약속들은 모두 어디로 갔는가. 오로지 개혁의 이름 아래 자행된 초국적 자본과 독점자본의 이해만 대변하고 민중을 삶의 벼랑 끝으로 내몬 구조조정밖에 한 일이 무엇이란 말인가. 이제는 웃목까지 고루 따스하게 만들겠다던 허울좋은 약속도, 인권지도자로 기억되고 싶다던 바램도 실천의지를 담보하지 못한 거짓이었음이 그 바닥까지 드러나고 있지 않은가.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오늘부터 임시국회가 끝나는 내년 1월 9일까지 2주간의 노상 단식 농성을 시작한다. 공공연히 인권의 보편성과 국제인권원칙을 부정하는 정치세력들의 인권을 부정하는 어떤 행동도 우리는 용납할 수 없으며, 인권의 대의를 지키기 위해서라도 우리는 결연히 맞설 것이다. 우리의 혹한기 단식농성에도 불구하고 우리의 요구를 외면한다면 우리에게 남은 것은 정권 퇴진 투쟁밖에 달리 길이 없다. 이것은 우리 인권활동가들이 김 대통령에게 보내는 최후통첩이다.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을 결단하라.

기만적인 약속과 번복은 더 이상 필요치 않다. 두 인권관련 법률에 대한 우리의 인내심은 한계를 넘은 지 오래다.

국가보안법 폐지에 대한 당론조차 정하지 못한 여당이나 되도 않을 반대를 일삼는 야당이나 역사 앞에 죄를 짓기는 마찬가지다. 국가보안법 폐지는 반세기에 걸친 인권유린을 끝내기 위한 '시작'에 불과한 조치이다. 그 '시작'도 하지 못한 채 인권과 남북화해를 얘기할 수 없다. 유엔인권이사회 등 국제사회의 오랜 권고를, 인권활동가들의 갖은 노력을, 수많은 피해자들의 한 맺힌 절규를 그냥 묻어두고 가려는 행위는 용납될 수 없다. 인권유린의 대명사, 국가보안법을 폐지할 수 있는 조건이 김대중 정권에서만큼 무르익은 적은 없었다. 그 절호의 기회를 논란으로 허비해 버린 김대중 정권의 과오는 더욱 씻을 수 없는 것이다. 이제라도 유엔인권이사회의 의 권고대로 국가보안법의 7조(이적단체 구성, 가입)의 완전 삭제를 포함한 국가보안법의 폐지에 결연히 나서라.

우리가 요구하는 국가인권위원회는 독립적인 국가기구로서 지위를 확보하여 각종 인권침해를 직접 조사하고 시정 명령도 할 수 있는 실질적인 기구이다. 그런 인권기구가 탄생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오로지 인권위를 주무르려 하는 법무부의 야욕과 투정을 현 정권이 용납했기 때문이다. 인권활동가들의 눈을 속일 수는 없다. 형식적인 간판을 단 기구는 필요치 않다. 이미 여야의 소장파 의원들이 독자적인 국가인권위원회 법안을 제출하였고,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이를 지지하였다.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국가인권위원회법을 통과시켜 실효성 있는 국가인권위원회를 설치하라.

혹한의 연말연시에 단식 농성에 돌입하는 우리 인권활동가들은 이 땅 민초들의 고통을 뼈저리게 느낀다. 정작 구조 조정될 것은 하나도 되지 않고, 이 땅 민초들의 밥그릇을 빼앗고 뭉개는 행위만 되풀이되고 있다. 거리로 내몰리고 경찰에 쫓기고 정권과 언론의 매도에 속이 타는 민중들의 고통을 더 이상 무시하지 말라. 김대중 정권이 너무나 쉽게 생각하는 그들의 생존권은 결코 빼앗길 수 없는 기본적 권리이며, 그 권리를 묵살하는 정권은 그들의 도전과 저항에 직면하는 것이 진리이다.

김대중 대통령과 모든 정치세력은 인권활동가들이 목숨을 건 한겨울 단식 농성에 나서고 있음을 직시하라.

<우리의 요구>
김대중 대통령은 국가보안법 폐지, 국가인권위원회법 제정을 위한 결단을 내려라!
여야는 인권의 원칙에 입각하여 인권 2대 법률의 조속한 개폐, 제정에 앞장서라!
여야는 부정부패방지법 등 개혁입법의 제정에 즉각 나서라!
법무부(검찰)는 인권단체를 우롱하지 말고, 개혁입법 논의에서 손을 떼라!
민중생존권 투쟁에 대한 탄압을 즉각 중지하라!

2000년 12월 28일

인권활동가 연합 단식농성단
다산인권센터(수원): 송원찬 /동성애자인권연대: 임태훈 /민주화실천가족운동협의회 박성희 /울산인권운동연대: 김석한 /인권과평화를위한국제민주연대: 박철우 /인권운동사랑방: 서준식, 박래군, 이창조, 유해정, 심태섭 /새사회연대: 최연희 / 전북평화와인권연대: 문만식, 김영옥 /천주교인권위원회: 정은성(이상 14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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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인권하루소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