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민과 국방부의 대화 끝을 보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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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민과 국방부의 대화 끝을 보고
  • 김덕진
  • 승인 2006.05.03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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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정현 신부님의 편지
황새울에서 문정현 신부

정부는 미군기지 확장을 위해 주민대책위과 범국민대책위와 대화를 요청했다. 대화는 상대가 있는 법, 일방적일 수는 없다. 정부는 주민의 의사와 무관하게 일방적으로 사업을 추진하였다. 국회 통과, 국책, 한미의 협약이라는 명분으로 일방으로 주민들은 당하고 있다. 정부는 대화한다고 하지만 지금까지 행태를 보면 대화 자체가 의심스러웠다.

정부는 주한 미군과 밀실에서 짜고 평택땅을 주고 받기로 했다. 미군은 빠지고 정부가 뜸을 드리다가 주민에게 통보했다. “네 땅은 미군기지확장 부지다. 정부가 협의하여 매수하겠다.“ 주민 없는 공청회를 열었다. “주민없는 공청회를 할 수 있단말인가!” 소리치는 주민을 연행하고 버스에 싫어 먼 곳에 버렸다. 이래서 촛불을 들기 시작하여 7백일을 향하고 있다. 국회는 법을 만들고 정부는 폭력을 휘두르고 법원은 손들어주고 조중동은 부채질한다. 그러니 폭력 앞에 주민은 외롭게 떨고 있다.

촛불의 염원을 무시하고 일방적 이른 바 법적 절차를 밟았다. “지장물 조사, 감정평가, 이의 신청, 협의 매수, 강제 수용, 행정대집행.“마침내 군까지 동원하여 폭력의 극치에 이르렀다. 세 차례에 걸친 공격이 있었지만 주민은 물러서지 않았다.

미군기지를 확장해야 하는 정부와 결사반대하는 주민. 평행선을 달리다 이제 마주보고 달리고 있다. 멈칫하다가도 계속 달린다. 이제 멀출 수 없는 지경이다. 충돌 직전이다. 헬기가 황새울에 이착륙하고 경찰이 때지어 몰려오고 있다. 두사람이 구속되었다가 풀려났고 또 두 사람이 구속되었다. 세 사람에게 체포영장이 떨어졌다. 금방 쳐들어올 기세에 왜 대화하자고 했는지. 죽이고 싶어도 죽일 수 없어 대화하자는 것인지. 미국이 연기요청을 해서 그런지. 군투입에 대한 비판을 피하기 위함인지.

그렇다. 국방부의 의도가 드러났다. 문정현 신부 김지태 위원장을 만나 대화의 분위기를 보이고 싶었다. 30일 첫 번 만나고 이튼 날 두 번 만났다. 그리고 빠방! 이게 무슨 대화인가. 그리고. 다음날 12시까지 답하라. 답이 없으면 대화의 진의가 없는 것으로 간주하겠다. 대화, 대화라는 말이 무색하다. 대화 제의부터 불순했다. 모든 것을 다 열어놓고 계속해서 대화하겠다고 한 것도 만나기 위한 속임수였다.

영농행위 중단하고, 국방부의 작업을 방해하지 않으면 철조망을 치지 않겠다. 미군기지확장 저지를 위해 싸워온 주민더러 이 순간 손들고 항복하라는 요구다. "올해도 농사짓고 내년에도 농사짓자"고 소리쳐온 대추리 도두리 주민들이 언제 보상을 이야기 했는가. 국무총리주재 관계기관 대책회의도 핵심을 비켜나갔다. 이번 주민과의 대화도 대행정대집행을 전재로한 일방적 최후통첩의 자리일 뿐이었다.

대화 시작부터 국방부는 행정대집행을 위한 만반의 준비를 갖추고 있었다. 진정한 대화를 저버리는 행위였다. 군까지 동원하여 행정대집행을 한다? 누가 죽어도 죽는다. 누가 죽을지 모를 뿐이다. 이것은 불을 보듯 뻔한 일이다. 더 무서운 것은 많은 사람이 죽을 각오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상황이 극에 달하고 있다. 무섭다. 이 마당에 진정한 대화가 가능할까? 대화! 대화하려면 행정대집행, 사법처리 중단은 물론, “평택미군기지확장사업”을 백지상태부터 시작, 논의하자했는데. 농민과 시민에게 선전포고에 불과했다. 혹시나가 역시나였다. 이제 남은 것은 국방부의 침탈을 기다리는 것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