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하중근 씨 가족들, 국가 상대 손배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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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 하중근 씨 가족들, 국가 상대 손배소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6.12.21 0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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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이 때려죽였는데".. 정부도 경찰도 6개월여 침묵
▲ 기자회견에 앞서 추모의 묵념을 올리는 참가자들 ⓒ민중의소리 전문수 기자
경찰의 폭행으로 사망한 고 하중근 포항건설노조원의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을 청구했다.

하씨의 가족들과 ‘하중근열사 공동대책위원회’는 21일 오전 민주노총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고인의 한많은 죽음을 위로할 어떠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기에, 살인폭력진압의 책임을 묻기 위한 징벌적 손해배상 청구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이들은 기자회견문을 통해 “고인이 경찰의 살인진압에 의해 사망한지 6개월이 경과하도록, 국가인권위가 경찰의 집회해산과정에서 고인이 사망했다는 사실이 확인한 지 1개월이 되도록, 가해 경찰 책임자는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고 활보하고 있으며 대통령의 사죄나 재발방지를 위한 제도개선책 강구 등 어떠한 납득할 만한 조치도 취해지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또한 참석자들은 “시위진압과정에서 작년에 2명의 농민이 사망한 후 올해 또 노동자 1명이 사망한 것을 보면, 이는 우연한 실수에 의한 사망이 아니라 현행 경찰의 시위진압방식에 살인폭력을 유발하는 구조적 문제점이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라고 지적한 뒤 “경찰은 집회에 참석중인 국민을 때려죽일 면허증을 갖고 있지 않다. 오늘 우리마저 이 투쟁의 끈을 놓아버린다면 앞으로 하중근 열사와 같은 억울한 죽음이 되돌아 올 것”이라고 이번 사건에 대한 사회적 각성을 촉구했다.

기자회견 시작에 앞서 짧은 묵념의 시간이 있었고, 고 하중근 노동자의 친형인 하성근씨와 하철근씨는 묵념을 마치고 조용히 눈물을 닦아냈다.

하성근씨는 “동생이 사망한 지 꽤 오래됐다. 몇 개월이 지났는데도 정부측이든 경찰측이든 제철측(포스코)이든 아무도 노모가 계시는데 찾아오거나 한마디 언급도 하지 않았다”고 말한 뒤 “언론에 계신 여러분들도 조그만 문제로 생각했는지 방송이나 신문에 잘 안나오더라”며 “앞으로 제발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아야 하고, 국민들이 알 수 있도록 해줬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권영국 민주노총 법률원장은 “(하씨가)시위진압 과정에서 사망했음이 명백함에도 어떠한 책임있는 조치도 취해지지 않음으로써, 결국은 의문사와 비슷한 형태로 남아있다”며 “직접적 사인이 된 두부손상이 고의적인 가격으로 발생했느냐, 아니면 무리한 진압과정에서 발생한 과실이냐의 여부와는 별도로 그 책임에 있어 국가와 경찰은 결코 자유롭지 않다”고 말했다.

기자회견 참가자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사과 △살인진압 경찰책임자(경찰청장, 경북경찰청장) 파면 △재발방지 △자유롭고 평화로운 집회자유 보장 등을 요구했다. 이번 소송의 원고는 김두아(모친) 하성근(큰형) 하철근(둘째형) 하문자(큰누님) 하선련(둘째누님) 하두리(새째누님), 피고는 ‘대한민국’이며, 청구금액은 9억원 가량이다.

한편 고 하중근 씨는 지난 7월 포항 형산로터리에서 비무장 시위 도중 경찰의 갑작스러운 진압 및 구타로 인해 사망했다. 하씨가 경찰의 폭행으로 사망한 것이 정황상 명백하고, 방패와 ‘소화기에 준하는 둔기’로 인한 치명상들이 사체 곳곳에서 확인됐으나 현재까지 경찰이나 정부의 입장표명은 없는 상태다. 다만 언론을 통해 경찰은 하씨가 사망한 최종적인 원인이 된 ‘좌측 후두부 하방’의 손상과 관련해, 사진이나 영상 등의 물증이 없다는 말만 흘려왔다.

이와 관련 국가인권위는 지난달 27일 “하중근 조합원이 경찰의 강제해산과정에서 사망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발표한 바 있다. 또한 인권위는 경찰이 방패를 수평으로 세워 가격하거나 공격용으로 사용한 사례나 소화기를 연막탄처럼 사용한 사례 등 해산절차에서의 법 위반사실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민중의 소리] 문형구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