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디어와 인권] 숫자로 본 언론계의 참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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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디어와 인권] 숫자로 본 언론계의 참상
  • 김형진 (공공미디어연구소 교육팀장)
  • 승인 2008.10.24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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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대통령 취임 이전부터 언론계는 공공성에 대한 위기감이 팽배했다. 사실상 한미FTA 협상을 경험하면서 미디어의 공공성이 ‘자본’의 함정에 빠져버릴 위험이 농후했다. 그런 상황 속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계속해서 ‘공공성’을 위협하는 정책을 제시하였고, ‘규제완화’를 통해 미디어 내의 자본 유입을 활성화시키는 방안을 모색해왔다. ‘비즈니스 프렌들리’는 언론계도 예외는 아니었다.

방송통신 주무부처인 방송통신위원회의 위원장에는 이명박 대통령의 정치적 멘토라 불리는 최시중씨가 임명되었고, YTN 사장은 이명박 대통령 선대위 언론특보로 결정되었다. KBS 이사회는 경찰력을 동원해 눈엣가시였던 정연주 사장 해임안을 처리하고 절차와 상식을 무시한 채 이병순 사장을 선출하였다. 더욱이 2000년 통합방송법 제정 당시 KBS 사장과 관련해 공영방송의 중립성과 공공성을 지키고 임기를 보장하기 위해서 ‘임면권’을 ‘임명권’으로 바꾸었기 때문에 이명박 대통령의 정연주 사장 해임권에 대한 위법성은 매우 짙다.

미디어, 언론의 경우 정치적 독립을 위해 권력과의 긴장감을 유지해야 하고, 여론과 문화의 다양성을 확보하기 위해서 ‘자본’에 내몰리지 말아야 한다. 이로써 언론의 독립적 역할과 사회적 책임, 상업적이지 않은 공익적인 프로그램의 생산이 가능하다. 이는 수용자들의 알권리와 시청권을 보호하는 최소한의 장치이기도 하고, 미디어의 공공성을 확대시키는 기본 토대이기도 하다. 그러나 이명박 대통령은 미디어 공공성이라는 대의 안에서 수용자의 권리와 기자/PD 등의 표현의 자유를 무색하게 하는 선택만을 내리고 있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관, 미디어의 정책 방향이 거꾸로 흘러가고 있다.

정치적 독립과 언론의 자유를 향한 시간

▶100일(10월 24일): 7월 17일, YTN 임시 주주총회에서 기습적으로구본홍 대표이사를 선임했다. 그동안 YTN은 노조를 중심으로 이명박 대통령 언론특보 사장, 낙하산 구본홍 사장 선임 반대를 요구해왔다. 이명박 대통령의 언론정책과 언론관을 가진 정치적 편향성이 농후한 인물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보도전문채널인 YTN에 정치적인 편향성이 다분한, 그것도 낙하산 인사를 통한 사장이 임명된 것에 YTN 노조를 중심으로 구본홍 사장의 출근을 저지하고 있다. 구본홍 사장을 상징하는 낙하산 반대 배지와 리본을 달고 뉴스를 전하기도 하고, 뉴스 생방송 도중 “YTN 접수기도, 낙하산은 물러가라” 등의 피케팅을 하기도 하였다. 그렇게 낙하산 사장의 출근 저지 투쟁은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60일(10월 20일): 촛불민심에 대해 정부는 강도 높은 보복을 꾀하며 행패에 가까운 공권력을 동원하고 있다. 촛불에 도화선이 되었던 MBC <PD수첩> “미국산 쇠고기 광우병에서 안전한가?”는 촛불에 심기가 불편했던 이들에게는 눈엣가시였다. 결국 보도에 대한 검찰 수사가 시작되었고, <PD수첩> 제작진에 대한 강제 구인이 우려되자 노조를 중심으로 ‘공정방송 사수대’를 꾸리고, 전 조합원이 조를 이뤄 제작진을 24시간 지키고 있다. ‘광우병 편’을 제작했던 김보슬, 이춘근 PD는 노조 사무실에 짐을 풀고 21세기판 수배 생활을 하고 있다.

결국 MBC 노조는 <PD수첩> 사태와 관련하여 지난 8월 29일 검찰, 한나라당, 방송통신심의위원회를 국가인권위에 제소했다. 노조는 “공영방송 MBC를 향한 권력의 재갈물리기가 이미 위험수위를 넘었다. 제작진을 정권안위를 위한 희생양으로 만들 태세”라 비난하며, “언론을 향한 정권의 폭압적 탄압은 곧 인권침해의 대표적 표상일 수밖에 없다. MBC 구성원들은 인권의 최후 보루인 국가인권위원회가 굴절된 언론자유의 현실을 바로잡아줄 것을 요청한다”고 밝혔다(<미디어스> “국가인권위로 넘어간 '언론 자유'”, 8월 29일).

▶33명: 노종면, 현덕수 등 YTN 노조 전현직 간부 6명에게 ‘해임통보서’를, 그리고 임장혁 <돌발영상> 팀장 등 6명 정직, 감봉 8명, 노조원 13명에 대한 경고 조치, 사상 최고의 대규모 징계. 징계로 인해 <돌발영상>은 불방되었고, 이는 1980년 전두환 신군부의 언론인 대량 해직 이후 최악의 사태이다.
국내 언론사 기자, 노조 등에서 YTN 징계에 항의하는 성명이 쏟아졌고, 국제기자연맹 역시 ‘정부는 YTN에 대한 통제를 중단하라’는 제목의 성명을 내고, “한국기자협회와 다른 민간단체들이 계속적으로 언론 정책에 대한 이러한 독재적인 움직임을 비난해왔는데도 불구하고 개선된 것은 없다”고 한국 정부를 비판하였다.

▶18년: 지난 6월, 표적감사라 불렸던 KBS 감사 실시 이후 ‘8월 위기설’은 정확히 8월에 입증되었다. 8월 위기설은 감사원과 검찰, KBS 이사회가 동원되어 KBS와 정연주 전 사장에 대한 정권 차원의 조처가 본격화될 것이라는 예상 시나리오. 결국 KBS 이사회는 정연주 사장을 해임하고 낙하산 사장을 내리기 위해 18년 만에 공권력까지 투입하면서 공영방송 KBS의 위기는 본격화되었다.

노무현 전대통령 취임 이후 한나라당 문화관광위원회 간사였던 고흥길 의원은 대선 패배의 원인을 언론에게 물렸다. 결국 한나라당의 대선 승리 이후 언론사는 재편의 대상이 되었고 KBS는 노골적인 방법으로 정략적으로 활용되고 말았다. 그리고 KBS는 18년 만에 공권력의 보호(?)를 받았다. 이에 반대한 ‘공영방송 사수를 위한 KBS 사원행동’에 보복성 인사가 단행되었고, <미디어포커스>와 <시사투나잇> 등 늘 한나라당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던 프로그램은 폐지 위기에 몰리고 있다.

자본을 향해 웃는 숫자

▶10조에서 3조: 방송통신위원회가 발표한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은 대기업의 방송소유 제한과 케이블 SO의 겸영 규제를 완화하는 내용을 주요 골자로 하고 있다. 지상파 방송사 종합편성·보도 PP를 소유할 수 있는 대기업 기준을 자산총액 3조원 이하에서 10조원 이하로 풀어주겠다는 것이 방송통신위원회의 속셈이다. 늘 그렇듯 미디어 산업 성장과 일자리 창출이라는 허울뿐이다. 방송의 공공성과 다양성을 결국 대기업 자본에게 넘기는 것이 현행 방송통신위원회의 계산법이다. 우리는 광고로 프로그램을, 언론을 쥐락펴락하는 재벌, 자본의 속성을 이미 경험했다. 황우석 사태 때 <PD수첩>이 그랬고, 삼성에 대항한 <시사저널>이 그랬다.

여하튼 이런 내용을 담고 있는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을 위해 방송통신위위원회는 공식적인 민주적 절차도 무시했고, 결국 공청회도 열기 전 대통령에게 보고했다. 행정절차법은 무시되었다. 이후 공청회는 언론현업 단체와 노조, 그리고 미디어운동 단체 등에 의해 보기 좋게 무산되었지만, 아직 방송법 시행령 개정안의 불씨는 꺼지지 않고 있다.

▶1 아닌 1+: 현재 방송광고는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 체제로 운영되고 있다. 방송광고 시장의 규제 및 독점은 종교/지역방송 등 광고가 취약할 수밖에 없는 매체의 재정 기반을 마련해주는 순기능을 하고 있다. 즉, 광고판매를 한국방송광고공사가 대행하면서 A급 프로그램 시간대에 광고를 하기 위해서는 취약매체인 종교/지역 방송 등에 광고의무할당제도를 통해 의무적으로 광고를 배치해야 한다. 그러나 한국방송광고공사의 독점을 깨고 방송광고시장 자유화를 가져올 민영 미디어렙 도입은 방송에 대한 광고주의 직접 개입을 가능하게 한다. 이는 곧 방송사가 먹고 살기 위해서라면 프로그램 제작 시 광고주에 눈치를 볼 수밖에 없다는 것을 의미하며 동시에 방송 자체를 약육강식의 광고 경쟁 시장으로 몰아 시청자들의 권리를 자본의 영역으로 내몰겠다는 것을 의미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