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복지시설과 인권] 권리로서의 탈시설, 그 당연함에 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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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회복지시설과 인권] 권리로서의 탈시설, 그 당연함에 관하여
  • 김정환(연세대학교 법학과 박사수료)
  • 승인 2009.04.28 10: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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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연하다는 것은 “일의 앞뒤 사정을 놓고 볼 때에 마땅히 그러하다”는 것을 의미합니다. 상식이라고 하지요. 인간의 생명이 무엇보다 소중하다는 것, 이웃을 사랑하고 늘 감사하는 태도를 가지는 것이 인간으로서 바람직하다는 것 등의 가치들은 당연한 것이며 단지 우리가 그 사실을 잊고 있었다면 다시금 되뇌이며 당연함을 느끼는 것입니다. 인간이기에 잊을 수 있고 그래서 다시금 생각하게 되는 기회가 감사합니다. 故 김수환 추기경님이 선종하시기 전에 남긴 사랑과 감사라는 단어가 우리에게 감동을 주는 이유는 그 단어가 당연하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잊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사회복지시설은 도움이 필요한 사람들에게 보호와 휴식을 제공함으로써 그들의 삶의 질을 향상하기 위해 존재하는 것입니다. 하지만 이러한 시설보호는 공급자중심의 서비스 체계, 비전문성, 폐쇄적․비민주적 운영에 따른 이용자 인권침해, 시설거주인의 열악한 생활여건 등 많은 문제를 가지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점들이 발생하는 것은 단지 개별 사회복지 시설이 제공하는 사회복지서비스의 허술함 때문이 아니라 시설이라는 곳이 가질 수밖에 없는 구조적인 문제 때문입니다. 지역에서의 보편적 생활과는 완전히 격리된 생활로 인간으로서의 품위 있는 생활을 모두 잃어버리게 되는 시설화의 문제로 인해 ‘요보호자들’은 ‘당연하게’ 인간으로서 누릴 수 있는 권리를 박탈당한 채 차별과 분리, 그리고 사회로부터 배제되고 있습니다. 이러한 문제는 단순히 문제에 대한 처방만을 강조할 것이 아니라 그들이 탈시설 할 수 있는 권리의 문제로 접근할 필요가 있습니다.

권리라는 것은 어려운 단어가 아닙니다. 개인이 개인의 이익을 위하여 무엇인가를 요구할 수 있는 법적인 힘. 우리는 이것을 권리라 합니다. 공법(公法)의 영역에서는 이러한 권리가 성립하기 위하여 국가에게 일정한 의무가 있어야 한다는 논의가 보편적이었습니다. 하지만 최근에는 헌법에서 직접적으로 그 권리를 도출할 수 있다는 논의도 일반화 되고 있으며 우리는 이런 직접적인 권리의 도출에 대해, 즉 내가 인간으로서 국민으로서 그 주장을 함이 주장 자체로 당연한 권리가 존재한다는 관념을 가질 필요가 있습니다. 국가의 의무 인정과 같은 논의를 거칠 필요 없습니다. 인간이니까요. 국민이니까요. 오히려 이러한 권리가 인정되기에 국가는 그 권리실현을 뒷받침하여야 한다는 의무가 도출된다고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의무가 먼저가 아닙니다. 권리가 먼저입니다.

인간으로서 약자인 사람이 헌법상 보장된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지는 것. 이것은 법치주의 국가에서 당연히 요구되는 법의 이념으로서의 ‘정의’입니다. 근 30여년 전인 1981년에 이미 UN총회는 회원국에 ‘장애인의 완전한 사회참여와 평등’을 목표로 장애인에 대한 정책을 펼칠 것을 촉구하였습니다. 법치를 논하는 위정자들은 잊고 있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우리는 계속하여 그들에게 정의와 국제법의 원칙 등을 이야기 하여 주어야 합니다. 너무나 당연하지만 그들은 잊고 있는 것일 수 있으니까요.

생각해보면 시설생활인의 처우 문제로 접근해서 탈시설의 필요성을 도출할 수도 있고 또 그렇게 접근하는 것이 방법론적으로 더 설득력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법을 공부한 저는 한 단어만을 여기서 강조하고자 합니다. 그 단어는 “권리”입니다. 사회복지시설 문제를 다룸에 있어 사회복지의 실현과정에서 주체가 얼마나 효율적으로 객체에게 자원을 이동, 배분시킬 수 있는지가 문제될 수 있습니다. 그러나 그러한 효율은 우리가 당연하게 생각하는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배제한 논의입니다. 이러한 탈시설의 권리는 협상의 대상이 아닙니다. 시설 생활인들의 인간다운 생활을 위해 인정되어야 할 ‘당연한 권리’인 것입니다. 국가에게, 시설에게 강력하게 요구할 수 있는 힘인 것입니다. 그러한 권리가 있음을 잊고 있었다면 다시금 되뇌어 생각해 봐야 하는 것입니다.


*필자는 현재 시간강사로 한동대, 경원대 등에 출강하며 행정법, 사회보장법 등을 강의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