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태와 인권]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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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와 인권]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
  • 맹주형(아우구스티노, 서울교구 환경사목위원회 교육
  • 승인 2009.08.24 11: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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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을 반대해야 하는 이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살리기 사업’ 때문에 우리 사회가 시끄럽다.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을 정리하자면 한강, 낙동강, 영산강, 금강을 3년 동안 총예산 22조원을 투입하여 4대강의 물 부족과 홍수 피해를 근본적으로 해결하고, 수질을 개선하고 하천을 복원하여 죽어가는 강을 살리고 일자리를 만들어 지역발전에 기여할 수 있게 한다는 것이 그 주요 내용이다. 이를 위해 이명박 정부는 군사독재시절에나 있었던 ‘대한 뉘우스’까지 부활해가며 막대한 예산을 들여 4대강 사업을 홍보하고 있지만, 수많은 환경시민단체들과 전문가들은 4대강 살리기 사업이 4대강 죽이기 사업이 될 가능성이 매우 크다고 반대하고 있다.

4대강 살리기 사업? 4대강 죽이기 사업!

왜 4대강 사업이 4대강을 죽이게 되는지를 살펴보자. 우선 이명박 정부의 4대강 사업의 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매년 8조원에 달하는 피해를 입는 홍수가 강의 본류가 아닌 지류에서 발생한다는 점을 간과하고 있다는 점이다. 과거 수 십 년 동안 하천 정비가 본류구간부터 이루어졌기 때문에 이제는 본류에 유입되는 지류 하천정비에 투자해야 할 시기라고 많은 전문가들은 말한다. 그런데 이 정부가 추진하는 4대강 사업은 또다시 본류에 보를 막고 본류 하도를 준설한다는 내용이다. 왜 본류중심의 하천정비가 필요한지에 대해 ‘4대강 살리기추진본부’의 답변을 살펴보면 “본류를 먼저 정비하는 것은 대도시가 인접한 4대강 본류에 홍수가 발생하면 광범위한 피해가 우려되고”, “본류에 과도하게 쌓인 퇴적물로 인하여 물이 지류로 역류할 경우 지류에도 함께 피해가 발생하기 때문이다.”라고 이야기한다.

그러나 이상훈 교수(수원대 환경공학과) 등의 지적에 따르면 이러한 답변은 미래에 발생할 가능성이 있는 본류 피해를 사전에 예방하기 위함이란 뜻인데, 지류에서 발생한 홍수피해가 재발될 가능성이 더욱 크고 4대강사업이 끝나는 2012년에도 여전히 지류에서의 홍수 피해는 계속될 것이라고 본다. 또한 퇴적물이 많이 쌓여 본류의 물이 지류로 역류하는 것도 어렵다고 본다. 왜냐하면 지류는 본류보다 표고가 높기 때문에 물과 토사는 지류에서 본류로 흐르기 때문이다. 결국 4대강을 살리려면 지류중심의 하천정비를 우선적으로 실시해야하는데, 거꾸로 본류중심으로 강을 살린다는 것은 홍수 피해 장소와 사업장소가 일치하지 않는다는 근본적인 문제점을 가지고 있다.

수질 악화

두 번째로 4대강 사업의 중요한 목적 가운데 하나로 ‘수질개선’을 이명박 정부는 이야기한다. 다시 말해 가동보(고정식보가 아닌 수문이 설치된 보)를 설치하고 강바닥을 준설해 용수를 많이 확보하면 수질이 개선된다는 주장이다. 그러나 흐르는 하천에 보를 막아 저수지를 만들면 유속이 느려져 수질이 악화되는 것은 당연한 사실이다. ‘고인 물은 썩는다’는 이야기다. 본류에 설치된 보로 흘러드는 지류의 오염도가 일정하면 수량이 아무리 많아도 수질은 변하지 않고 일정하게 된다. 그러나 지류의 속도가 늘 일정할 수 없고 오히려 빨리 흐르던 지류가 보에 들어오면 유속이 느려지게 되면 산소의 공급이 적어지고 조류가 증식되어 수질은 나빠질 수밖에 없다. 결국 보를 막으면 수질은 악화된다.

운하와 부동산가치의 창출

사실 지난 해 서울교구환경사목위원회와 천주교 단체들이 함께 한 ‘운하백지화 천주교연대’를 비롯한 수많은 환경단체들과 교수, 문인, 예술가들이 나서 한반도 대운하 반대운동을 벌려 그 결과 이명박 대통령은 “국민이 원하지 않는다면 대운하사업을 추진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그리고 지난 6월 29일 제 18차 라디오 연설에서 이명박 대통령은 “임기 내에 대운하 건설을 추진하지 않겠다”라고 다시 말했다. 그러나 4대강 사업만은 기필코 추진할 것임을 명백히 했다. 이대통령은 4대강 사업의 목적을 “물도 풍부하게 확보하고 수질도 개선하고 생태환경과 문화도 살리면서 국토의 젖줄인 강의 부가가치를 높이면 투입되는 예산의 몇 십 배 이상의 가치를 얻을 수 있다”라고 말했다. 우리는 이 말에서 바로 4대강사업의 목적이 강의 부가가치를 높여 경제적으로 엄청난 이익을 얻고자 한다는 목적임을 분명히 알 수 있다. 바로 4대강 살리기의 목적은 한마디로 ‘운하와 부동산 가치’의 창출이다. 새로운 형태의 가동보를 설치하고, 수심을 대운하 사업 때와 마찬가지로 6미터를 유지하기 위해 총 5억 4천 만 톤의 토사를 파내서 비록 임기 중에는 운하를 추진하지는 않겠지만 그 전 단계를 만들겠다는 의도이다. 그리고 4대강 개발을 통해 4대 강 주변의 부동산가치는 상승할 것이다. 그 추가적 경제적 가치는 주변에서 소작농으로 평생 농사짓고 있는 사람들이 아닌 서울과 인근 대도시 땅 소유주들의 몫이 될 것이다.

신앙인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그렇다면 4대강 사업을 추진하는 이명박 정부를 우리 신앙인들은 어떻게 바라보아야 하는가? 아마도 이 정부가 생태적 감수성을 조금이라도 가지고 있다면 이러한 4대강 사업이라는 발상은 없었을 것이다. 유유히 흐르는 강을 경제적 가치와 부동산가치로 바라보았기에 이러한 발상과 추진이 가능한 것이다. 구약의 에제키엘서에 보면 “이강이 닿는 곳마다 모든 것이 살아난다”라고 예언자는 말한다. 강과 물은 ‘생명’의 다른 말이다. 4대강 사업은 한마디로 생태적 감수성의 부재에서 시작된 가진 자들의 사업이다. 바닥에 있는 사람들의 요구가 아닌, 생명을 생각하는 이들의 바램이 아닌, 개발과 부동산가치에 매몰된 이들의 경제적 요구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더욱 중요한 것은 콘크리트로 쳐 바른 개발과 물의 멈춤이 아닌, 새로운 생태이야기를 꿈꾸는 생명의 흐름이다. 강가에서 물수제비를 뜨고 웃는 아이들의 생태적 이야기들이다. 우리 신앙인들은 우리 사회가 이명박 정부의 경제적 가치 중심의 개발과 이러한 가치의 절대화를 넘어설 수 있도록 기도해야 한다. 그리고 강에서 생명을 발견하고, 이 생명의 흐름이 우리 다음 세대에도 이어질 수 있도록 각자의 삶의 자리에서 4대강 사업을 반대해야 한다. 강을 진정으로 살리고자 하는 이들과 연대해야 한다. 이것이 강이 닿는 모든 것을 살리고자 하시는 우리 창조주 하느님의 진정한 바람일 것이다(에제키엘 47,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