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민단체 인터넷 패킷감청' 사실로 드러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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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단체 인터넷 패킷감청' 사실로 드러나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0.08 14:5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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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정감사] 방통위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설비 11개 인가.. "모두 수사기관에서 활용"

진보연대 등 일부 시민단체들이 제기했던 인터넷회선 감청이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가 인터넷사용을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도록 허용해준 것이어서, 향후 표적수사와 또 사생활 침해 논란이 크게 일 것으로 예상된다.

방송통신위원회가 7일 국회에 제출한 국감자료에 따르면, 방통위는 과거 정보통신부 시절부터 2009년 현재까지 엑스큐어넷, 슈퍼네트, 한창시스템의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설비 총 11대를 인가했다.

▲ 방통위가 제출한 인터넷회선 패킷 감청설비 인가 내역ⓒ 민주당 변재일 의원실


인터넷 패킷감청은 감청대상자의 인터넷 회선을 통해 흐르는 정보 덩어리(패킷)를 통신사업자가 중간에 복제해 수사기관에 제공하는 것을 의미한다. 수사기관은 이를 통해 감청대상자가 이용한 인터넷 서비스 이용내역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 때 수사기관은 통신비밀보호법(이하 통비법)에 따라 법원의 허가를 받아 통신사업자에 협조요청을 하게 돼 있다.

현행 통비법상 정보.수사기관은 감청설비 설치 후 국회 정보위에 통보하게 되어 있고 국가기관은 방통위에 신고하게 되어있지만 확인한 결과, 설치 후 방통위에 신고한 국가기관은 한군데도 없는 것으로 나타났다.

민주당 변재일 의원에 따르면, 현재 파악 중인 패킷 감청영장에는 국가보안법 혐의로 수사를 받았던 모 시민단체 활동가(법원에서 집행유예를 받음)의 경우, 가정과 회사의 인터넷 회선 전체를 통째로 국정원이 패킷감청하는 내용의 허가를 '법원'이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변 의원은 "이것은 (방통위가 인가한) 11대 모두가 정보.수사기관(국정원, 기무사, 검찰청, 경찰외사계)에서 활용되고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며 "감청설비를 만든다고 방통위에 신고는 했지만 어느 정보수사기관에서 몇 대가 운용되고 있는지는 정보수사기관이 통보하지 않으면 알 수 없는 구조"라고 지적했다.

그는 또 "인터넷 회선 자체를 패킷감청하는 것은 네티즌의 일거수 일투족을 샅샅이 실시간으로 감시할 수 있다는 점에서 무서운 것"이라며 "최근 게시판 실명제 도입에 따라 인터넷망명과 같은 소극적 저항을 하고 있는 네티즌의 행동이 결국 부처님 손바닥안이며, 국가권력의 감시로부터 벗어날 수 없음을 의미한다"고 비판했다.

덧붙여 그는 현재 국가기관에 직접 감청을 허용할 수 있는 것을 골자로 한 한나라당의 통비법 개정안에 대해서도 "정보수사기관이 스스로 감청장비를 제작하여 운용할 경우, 아무런 제어장치가 없는 현행 통비법의 문제점을 그대로 둔채로, 한나라당의 통비법 개정안이 통과되어서는 안 된다"며 "통비법 개정안은 통신의 특수성과 전문성을 반영하기 위해 반드시 문방위와 법사위 병합심의가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편 기존의 인터넷 감청은 수사기관들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를 얻어 대상자의 이메일을 전달받는 방식으로, 국내 이메일 사업자의 협조로만 가능했다. 이와 달리 패킷 감청은 이메일은 물론 방문한 인터넷 사이트, 온라인 음악감상, 게시물 읽기와 쓰기 등 사용자의 모든 인터넷 이용 내역을 실시간으로 감청할 수 있다.

앞서 지난달 진보연대 등 시민단체들은 국가정보원이 서울 중앙지법에 청구한 감청 허가서에 감청 대상엔 시민단체 활동가의 직장과 집에서 사용중인 인터넷 회선이 포함돼 있는 정황을 제시하며 "감청 대상이 된 사람은 국가 보안법 위반 혐의로 현재 재판이 진행중인데, 수사당국에 체포되기 전에 인터넷을 통째로 감청 당했다"고 폭로한 바 있다.


<민중의소리>
박상희 기자 psh@vop.co.kr
기사입력 : 2009-10-07 09:54:50 ·최종업데이트 : 2009-10-07 10:58:00
http://www.vop.co.kr/2009/10/07/A00000268997.html