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부님들이 서울광장서 '국민불복종' 선언한 까닭
상태바
신부님들이 서울광장서 '국민불복종' 선언한 까닭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09.11.03 10:56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현장] 다시 켜진 서울광장의 촛불... 겨울 바람 속 시국미사
▲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가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수녀와 신자들과 함께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유성호

▲ 용산참사 유가족들과 성직자, 시민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시국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시청 앞 서울광장에 드디어 촛불이 켜졌다. 지난 5월 고 노무현 대통령 노제 이후 처음 있는 일이다.

2일 저녁 8시 30분, 이곳에서는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가 열렸다. 갑자기 찾아온 겨울 추위에 코트와 목도리, 장갑 등으로 중무장한 성직자들과 시민 1000여 명이 한 자리에 모였다.

용산 유가족은 물론 송영길 민주당 의원, 강기갑 민주노동당 대표, 노회찬 진보신당 대표 등 정치인들도 있었지만, 아이들을 데리고 나온 부부나 교복을 입은 청소년들도 눈에 띄었다. 시민들은 "아무도 듣지 않아요, 주님", "더 무섭다 MB플루" 등의 피켓을 들고 있었다.

이날 미사는 애초 저녁 7시에 열릴 예정이었지만, 경찰이 막아선 데다가 서울광장 무대에서 왕궁 수문장 캐릭터 행사가 열리는 바람에 1시간 30분 넘게 늦춰졌다. 경찰은 미사 참가자들을 둘러쌌고, 단식 중인 용산 범국민대책위원회 대표자들을 막아서 마찰을 빚기도 했다.

남대문경찰서 측은 "서울시청이 미사를 불허했고 행사가 집회 형태를 띄고 있다"면서 해산을 요구했지만 진압에 들어가지는 않았다.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소속 신부들이 경찰들 앞에 한줄로 서서 시민들을 보호했다. 김인국 신부는 "경찰이 촛불을 끄면 협조하겠다고 했지만 그런 협조 필요없다고 했다"고 말했다.

성직자들이 '국민불복종' 선언한 까닭

▲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가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수녀와 신자들과 함께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유성호

▲ 김인국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가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수녀와 신자들과 함께 시국미사를 봉헌하고 있다. ⓒ 유성호


▲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시국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이날 미사에서 전종훈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 대표신부는 "문규현 신부님이 단식 10일째 되는 날 쓰러져 돌아가셨다"고 말했다. 여기저기서 시민들이 "정말이야?"라고 놀라자 전 신부는 "하나님의 부르심으로 다시 살아나셨다"고 말했다.

전 신부는 이어 "다 죽어야 하면 죽겠다, 다 죽는 날까지 싸우겠다"고 말했고, 광장에선 "아멘" 소리가 울려퍼졌다. 문 신부는 아직 병원에 입원 중이고 곧 수술도 받아야 한다.

강론을 맡은 김인국 신부는 "2007년 (삼성 특검 당시) 법원이 힘센 자들에게 다 무죄를 줬는데, 철거민들이 망루에 올라간 것은 뭐가 그렇게 잘못이냐"고 따져물었다. 그는 "아버지가 죽었는데 아들에게 6년을 선고하는 이런 미친 놈이 어디 있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우리라도 정신차려야 한다, 이렇게 가면 우리 아이들 다 죽는다"고 위기의식을 드러내기도 했다.

이날 천주교정의구현사제단은 4차 시국선언문을 발표했다. 현 정권은 정부라고 볼 수 없는 '강도집단'이며 국민불복종을 선언할 때가 닥쳤다는 것이다. 사제단은 용산재판과 연이은 미디어법 권한쟁의심판을 언급하며 "특정권력을 위해 복무하는 국가형벌권이라면 그 위임을 철회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했다.

이날 어렵게 성사된 촛불미사는 사제들의 기도, 그리고 유가족에 대한 격려의 박수를 끝으로 밤 9시 30분께 마쳤다. 미사 참석자들은 용산 유가족들에게 "힘내세요"라고 외쳤고, 가족들은 일어나 손을 흔들며 감사의 뜻을 전했다. 전종훈 신부는 미사의 끝을 알리며 "요산 해결될 때까지 함께하실 거죠?"라고 물었다. 찬 바람 속에 촛불을 지킨 시민들의 답변은 "아멘"이었다.

▲ 성직자들과 시민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희생자들의 넋을 기리며 시국미사를 드리고 있다. ⓒ 유성호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는 손피켓을 들고 있다. ⓒ 유성호

▲ 천주교정의구현전국사제단 신부들이 2일 밤 서울광장에서 열린 '죽은 자들과 죽어가는 뭇 생명들을 위한 위령미사'에서 경찰에 둘러싸인 채 용산참사 해결을 촉구하고 있다. ⓒ 유성호


<오마이뉴스> 권박효원/유성호 기자
09.11.02 22:45 ㅣ최종 업데이트 09.11.02 23:25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2519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