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권위 "용산참사 경찰력 행사는 위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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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권위 "용산참사 경찰력 행사는 위법"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02.09 13: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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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판부에 의견 제출... "경찰·농성자 살상 도외시한 무모한 작전"

▲ 지난달 9일 용산참사 희생자 유족들이 서울역광장에서 열린 영결식에서 고인들의 영정에 헌화하고 있다. ⓒ 남소연


국가인권위원회(이하 인권위)가 "용산참사에 대한 경찰력 행사는 위법했다"는 의견을 재판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아무런 조치를 취하지 않으면 사회적으로 '국가에 의한 범죄행위의 불처벌' 현상이 발생하고 법치주의에 심대한 장애가 발생한다"며 엄중한 처벌을 주장했다.

인권위는 9일 "(참사 당시) 경찰의 제1차 및 2차 진입작전은 오로지 농성자들의 체포에만 목적을 두고 있었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날 의견에서 인권위는 "한마디로 용감한 작전이었으나 경찰관과 농성자들의 위해 또는 살상을 도외시한 무모한 작전이었다"고 경찰을 신랄하게 비판했다. 또한 "경찰의 조치는 심히 균형을 잃었으며 당·부당의 수준을 넘어 위법의 영역에 이른다"고 강조했다.

이 같은 의견은 진압 경찰들에 대한 고소 재정신청에 대한 것이지만, 용산 철거민에 대한 재판에도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 두 사건은 모두 서울고등법원 형사7부에 배당되어 있다. 이 중 용산 철거민 재판과 관련, 최근 법원은 검찰의 재판기피 신청을 기각했다.

또한 이번 결정은 인권위 파행 끝에 나왔다는 점에서 더욱 주목된다.

지난해 12월 전원위원회에서 인권위원 11명 중 과반수인 7명이 의견 제출에 찬성하자, 현병철 위원장은 돌연 폐회를 선언했다. 이에 인권단체들과 인권위 노조 등이 각각 성명서를 내고 반발한 끝에 인권위는 다시 전원위원회를 통해 약 두 달 만에 법원에 의견을 제출했다.

파행 끝 선택한 인권... 소수의견 "떼법 조장하는 편파적 판단"

이날 의견에서 인권위는 ▲ 경찰이 망루 진압 당시 경찰특공대원과 소방관에게 시너 및 화염병으로 인한 위험성을 전혀 교육하지 않았으며 ▲ 망루 내 유증기가 가득 찬 상황을 알면서도 작전을 바꾸거나 농성자들을 설득하지 않았다고 밝혔다.

또한 인권위는 "경찰은 경찰관과 농성자들의 위해 또는 살상을 방지·최소화하기 위해 위험 발생을 예견하고, 위험을 방지·회피하기 위한 조치를 취할 주의 의무가 있는데 이를 이행하지 않았다"면서 "경찰 직무집행에 있어서 재량의 범위를 넘어섰다"고 꼬집었다.

인권위는 "심지어 이 진압에 참여한 경찰특공대원마저 (작전에) 동의할 수 없다는 평가를 내리고 있다"고 지적했다. 농성자들의 분신과 방화 등 돌출행동이 예견되는 상황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2차 진입을 시도할 이유가 없었다는 것이다.

그러면서 "화재에 대한 안전대책이 전혀 없었던 경찰들은 동료와 농성자들이 망루 안에 남아 있음에도 불구하고 우왕좌왕하며 자신의 안전을 도모하기에도 여념이 없어 망루를 빠져나오기 바빴다, 그 결과 농성자 5명과 경찰특공대 1명이 사망하는 참사가 발생한 것"이라고 밝혔다.

인권위가 '진압작전 위법'의 주요한 결정 근거로 든 것은 '경찰 비례의 원칙'이다.

헌법 37조(과잉금지의 원칙)에 따르면, 국가는 공익을 위해 국민의 자유와 권리를 제한하더라도 그 본질을 침해하지는 못한다. 하위법인 경찰법(4조) 및 경찰관직무집행법(1조), 경찰장비 사용 규정(3조), 경찰관 직무규칙(4조, 11조) 등도 진압 때 최소한의 수단과 방법을 선택하도록 하고 있다.

한편, 이날 김태훈 인권위원은 "인권위는 일부 경찰관들이나 소방관의 단편적 진술만을 근거로 막연히 공권력 행사가 적법하지 않았다고 단정하고 있다, 진정한 인권옹호기관인 위원회로서는 취할 수 없는 일방적이고도 편파적인 판단"이라면서 소수 반대의견을 냈다.

김 위원은 다수의견에 대해 "'떼법문화'를 조장함으로써 '인권위가 오히려 인권 선진국으로 진입을 방해하고 있다'는 비난을 감수하도록 만들었다"고 불만을 나타냈다. 또한 철거민들의 망루농성에 대해서도 "법치국가인 우리나라에서 어떠한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는 극렬한 불법폭력시위의 전형"이라고 비판했다.

한편 앞서 지난해 12월 용산 유가족과 철거민들은 김석기 당시 서울지방경찰청장 등에 대해 공소제기를 결정해 달라는 재정신청을 법원에 제출했다. 또한 인권위에도 김석기 전 청장을 피진정인으로 하는 진정을 접수했다. 이에 따라 위원회는 그동안 경찰 공권력이 과도한 위법이었는지에 대해 조사를 진행해왔다.


<오마이뉴스> 권박효원 기자
10.02.09 12:08 ㅣ최종 업데이트 10.02.09 12:57
http://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132098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