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과 인권] ‘사랑실천 한양대’의 사랑이 뭘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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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동과 인권] ‘사랑실천 한양대’의 사랑이 뭘까?
  • 김정임(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지부장)
  • 승인 2010.02.22 14:54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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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말에 엄동설한에, 10년 동안 일한 사람을 이유도 없이 해고라니
전국여성노동조합 경기지부 한양대미화원분회 조합원들은 2009년의 마지막 날 용역업체가 바뀌면서 노동조합 활동을 열심히 한 간부들과 조합원 31명이 억울하게 해고를 당했다. 10년, 12년간 한양대학교를 내 집처럼 청소했고 만날 때마다 반갑게 인사하는 학생들을 내 딸, 아들이라고 생각하며 좀 더 깨끗한 환경에서 공부할 수 있도록 정말 열심히 일했다. 2009년 12월 31일 하루아침에 해고통보를 받고 너무 억울하여 작업복을 입은 채 본관 앞에 항의하러 갔다. 본관 앞 경비들은 카드로 문을 열고 닫고 하면서 감금 아닌 감금된 농성이 시작되었다.

음독자살을 시도한 조합원

1월 3일 학생들이 연대한 촛불집회에서 죽을 만큼 억울하다며 최병을 조합원이 음독자살을 시도했다. 아직도 손상된 식도며 위는 회복 중에 있다. 농성에 참석하지 못한 많은 조합원들은 우울증에 시달렸고, 여성 가장이 절반인 우리들은 절박한 심정으로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었다. 엄동설한의 매서운 추위 속에 손발이 얼어터지고 밥을 먹어도 먹는 것 같지 않고 잠을 자도 감기지 않는 눈을 억지로 감은 채 21일째 항의했었다.

한양대는 모든 대화 창구를 거절했으며,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만 하고 있다. 점거농성 중일 때 용역업체와 3차례 간담회를 했으나 그때마다 지부장을 제외한 간담회를 했고 부총장이 왔을 때도 마찬가지였다. 1월 8일 본관 용역경비들과 관제과 총무처 직원들이 지부장을 따돌리고 부총장을 만나게 했으나 그것 역시 생색내기 간담회였다. 비디오 사진을 찍으며 본관 경비, 용역 경비, 관제과, 총무처 직원, 형사, 노동부 직원 등 30여명이 막고서 간담회를 진행했으나 똑같은 답변뿐이었다. “농성을 풀고 나가서 기다리면 다른 업체를 알아봐 주겠다.” 조합원들은 그 답을 받아들일 수 없다고 했다. 원하는 답이 아니었다.

농성기간 중 지역 대책위가 꾸려지고 중재단이 한양대에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한양대는 만나지 않았다. 민주당 김영환, 천정배, 김상희 국회의원, 민주노동당 홍희덕 국회의원 등이 한양대와의 면담을 요구했으나 만나지 않았다. 지역 시의원들도 몇 차례 면담을 요구했으나 단 한 차례도 대화를 하지 않았다.

원청인 학교가 책임져라

1월 20일 점거 농성을 풀고 나와 한양대 서울캠퍼스와 안산캠퍼스를 오가며 정문에서 매일같이 피켓시위를 하고 있지만 50여일이 지나도 한양대는 꿈쩍도 않고 있다. 서울 고려대 미화원문제, 연세대 미화원문제 모두 다 원청인 학교가 해결을 했다. 원청인 학교가 답을 주지 않고는 용역업체는 원청에서 시키는 대로 할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그런데 왜 한양대는 답을 주지 않나? 분명한 이유는 노동조합 탄압이다. 한양대는 지난 2004년 최저임금마저 지급하지 않았던 용역업체를 옹호했으며 노조가 만들어지자 단결을 해치기 위한 방편으로 한 곳이었던 용역업체를 두 곳으로 선정해서 분열을 유도했다. 노조활동이 주춤해지자 2008년에는 최저임금 인상 시기에 200원 인상으로 사실상 임금 저하를 시도했다.

이에 격분한 미화원들은 전원 여성노조에 가입했고 2008년과 2009년 두 해 동안 단체교섭, 조합원 교육 등 제대로 된 노동조합 활동을 시작했다. 한양대는 작정이라도 한 듯 용역업체를 세 곳으로 선정했다. 면접에서 기존 한양대 미화원들을 두고 새로 모집을 하여 인원을 충원했다. 해고된 이유가 뭔지 선정기준이 뭔지 해고되고 나서 용역업체 간담회 자리에서 알게 되었는데 기가 막힌다.

“회사 기밀이라서 애기 할 수 없다", "이력서를 성의 없게 썼다", "인상이 안 좋다", “한양대에 맞지 않는 사람이라서” 등. 10년 동안 일을 잘한다고 상을 받은 사람도 있고 교수와 학생들이 인정하는 일 잘하는 사람들이 해고 대상자라니….

한양대는 노동조합과의 대화를 철저하게 거부해 왔다. 12월 초 이전 용역업체가 계약만료를 통보해 왔기에 노동조합에서는 한양대 관제과에 간담회를 요청하는 공문을 보냈다. 그러나 만날 이유가 없다고 했다. 그래서 총무처에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똑같은 답변이었다. 할 수 없이 총학생회를 찾아가 사정을 얘기했고 학생들이 나서서 간담회가 성사될 수 있도록 했으나 한양대는 총학생회의 의견도 무시했다.

2009년 12월 16일 새로운 용역업체 3곳이 선정되었다. 그러나 한 곳은 2년 동안 한양대 경비를 맡은 ‘애니시큐’라는 업체이다. 조합원들의 얘기에 따르면 6개월 동안 경비들이 청소미화원들의 일지를 작성하여 노동조합 하는 사람과 하지 않는 사람을 분류했다고 한다. 2009년 12월 22일 면접을 보고 12월 30일 퇴근시간에 탈락자에게 전화, 문자로 통보했다. 31일까지 통보조차도 받지 못한 사람들이 있다. 그동안 수차례 노동조합 활동을 하지 말라며 감독과 경비들이 얘기를 했다고 한다. 노동조합 간부인지, 노동조합 교육에 참석하는지 안하는지, 집회에 참석하면 사진을 찍어서 분류를 한 것이다. 경비들은 “아주머니들 노조하지 마세요”, “애니시큐가 얼마나 지독한 놈들인데”라고 했다. 노동조합 간부 다 자르고 또 정년 60세로 자른다고 감독이 말했다.

노조에서는 이미 기존 용역업체와의 단체교섭에서는 65세가 정년이기 때문에 60세 정년으로 하면 불합리하다고 간담회를 요청했으나 한양대는 묵살해 버렸다. 노동부 안산지청을 찾아갔고 그래서인지 정년은 없으나 감원은 있을 것이라고 했다. 한양대에서 감원을 지시한 것이다. 노동조합에서는 감원도 이 시점이 아닌 65세 정년으로 자연 감원을 하면 별 무리 없이 나머지 사람들은 고용승계가 될 수 있다고 했으나, 한양대는 용역업체에 밀어 붙이기를 명했다.

한양대는 용역업체를 계약하는 시점에 노동조합을 없애려 하면서도 원청이 아무런 법적인 책임이 없다며 수수방관만 하고 오히려 용역업체를 두둔하고 있다. 한양대는 새로운 용역업체에 12명 감원과 60세 정년을 지시하고 감원한 돈으로 20% 임금 인상을 시켜 청소미화원들의 프라이버시를 지키게 하라고 했단다. 이는 불법이 아니고 용역업체에 부당하게 해고당한 미화원을 고용시키라고 하는 것은 ‘불법 파견’이라며 애기 할 수 없다고 한다.

금반지를 달라 했나?

지성과 양심의 보류인 대학에서 법적책임이 없다고 일관하는 한양대에 뭐라 해야 할까? 학생들을 키우는 배움의 마당에서 힘없고 가난한 사람을 내몰아치는 게 옳은 교육인가? 유치원도 초등학교도 옳은 일을 하게하고 어렵고 힘든 사람은 도우라고 가르치는 게 학교 아닌가? 법이 없어도 기존 관례가 있고, 관습이 있다. 법이 없다면 기존 관례에 따르면 된다. 10년 동안 고용승계 되어 왔듯이 용역업체가 기존에 일했던 사람을 고용하게 해야 한다. 힘든 사람 도와주는 게 법에 없다고, 책임이 없다는 게 말이 되는가? 한양대는 원청으로서 도의적인 책임을 반드시 져야 한다.

일을 잘못했다거나 나이가 많거나 일을 할 수 없는 사람들이면 이해는 하지만 51세부터 52세, 54세, 60세 등 한창 일할 나이에 그것도 한양대에서 학생들을 위해 10년씩 아주 열심히 일만 한 사람들이다. 수고했다고 말은 못할망정 그렇게 헌신짝 버리듯이 하루아침에 해고를 하고 법적인 책임이 없다고 하고 있다.

조합원들은 임금을 올려달라고 하지 않았다. 다만 내가 일했던 곳에서 일하게 해달라는 것뿐이다. 10년간 일했으니 여행을 보내달라고도 하지 않았고, 금반지 한 돈을 달라고 한 것도 아니다. 같은 학교 정규직 청소미화원과 똑같은 일을 하면서도 2배 이상 차이 나는 임금을 받고 있지만 그만큼 임금을 인상하라고도 하지 않았다. 보험료 공제하고 최저임금 80여만 원을 받고 있다. 이들을 내쫓고 어떤 이득이 있나? ‘사랑실천 한양대’라고 한다. 한양대가 말하는 사랑이 뭔지 묻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