근래 ‘영화 같은 장면들’을 자주 목격하는데, 요즘 가장 재미있던 것은 국가산하기관의 대표가 두 사람이 된 사건이다. 한 사람은 새 장관이 쫓아낸 사람으로서 그 절차와 내용이 잘못됐다는 법원의 판결에 따라 제자리로 복귀한 사람이고, 또 한 사람은 먼저 사람이 쫓겨난 뒤 임명된 사람이다. 그 기관에선 법원 결정이후 두 곳에 기관장 자리를 마련했단다. ‘한 지붕 두 가족’이란 드라마 제목은 들어봤어도 ‘한 기관 두 기관장’이란 얘긴 듣지도 보지도 못했다. 상황이 이쯤 됐는데도 이런 결과를 빚은 장본인인 해당 장관에게선 해결 자세가 전혀 보이질 않았다. 어느 기자가 향후 대책을 물으니 고민한 흔적은 찾아볼 길이 없고 “재밌잖아~”라고 답변했다던가? 이것이 해당 장관으로서 기자에게 사건 관련 코멘트로 내뱉은 얘기라니 코미디도 이런 코미디가 없다. 얼마 전 헌법재판소의 판결이 “과정은 잘못됐지만 그 과정의 결과는 유효하다”라고 하여 수많은 패러디를 양산해 내고 조롱거리가 된 일도 있었지만, 어느 여성 정치인은 다른 사람의 자료를 빌린 뒤 그 내용을 베껴 자기 이름으로 책을 내는 촌극을 벌였다. 조사를 통해 표절이 드러나고 결국 법정판결까지 났는데도 그녀는 “‘법 때문에 억울한 사람들이 많이 생겨날 수 있겠구나’라고 느꼈다”며 끝까지 후안무치하게 발뺌하였다. 더구나 도둑이 제발 저리다고 먼저 소송을 걸었다니 그녀의 인격이 메말라있는 것 같아 참 안됐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태를 호도하는 대처방식과 말솜씨로 보건대 TV 개그 프로 작가로 전직할 것을 권하고 싶다.
총리의 실언과 행보는 또 어떤가. 한두 번이 아니지만 근래에만도 731부대 관련 실언에 이어 영화 ‘아바타’를 집에서 보았다고 말하는 무개념은 개그에 가깝다. 총리실의 홍보담당관은 걸핏하면 총리 발언설명 보도자료를 돌리느라 제 일을 못한다. 대통령은 더하다. 서울시장 시절부터 대통령 선거 유세과정, 당선이후 대통령이 되고 나서도 세종시 건설 계획에 변화가 없을 것이라고 수십 차례나 공언했건만, 이제 그 공약을 무효화시키기 위해 전 국민을 상대로 일전을 불사할 태세다. 같은 당의 의원들에게조차 이해를 구하지 못하면서…. 4대강 문제를 비롯하여 시장 시절부터 보여준 그의 갖가지 말 바꿈 사례를 나열해보면 진짜와 가짜가 쌍곡선을 그리며 난무하여 머리가 아플 지경이다. 그 때마다 국민들은 환호했다가 어느 순간 뒤집어져 가슴에 피멍이 든다. 국가 지도자들이 벌이는 코미디 같은 행태를 보면서 헛웃음 끝에 슬픔이 밀려온다. 블랙 코미디와 희/비극이 범벅이 된 영화를 보는 듯하다. 이 현실이 영화라면 좋으련만….
우리 사회가 독재와 민주화의 가시밭길을 헤쳐 온 것이 불과 3~40년이다. 우리처럼 그리 길지 않은 기간에 극단의 희/비극을 맛보며 사는 국민들도 흔치는 않을게다. 공동선을 지향하는 인간적인 사회, 존경받는 정치, 더불어 공존, 번영하는 민족의 희망찬 미래를 우린 누릴 수 없는 것일까? 차제에 진보개혁세력도 반성해야 한다. 그들은 과거 힘을 합쳐 낡은 법과 제도를 개폐하고 보다 진전된 민주주의와 변화된 시대의 소명을 정착시킬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있었다. 그러나 주어진 기회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하고 주저하고 타협했다. 그리고 갈라졌다. 그들은 자신들만의 울타리 속에서 고정관념과 이상만을 추구하는 근시안적 태도를 고수하며 사람도 이념도, 양립할 수 없는 차이라고 치부하고 배척했다. 넓게 멀리 내다보며 상호 용해되는 가운데 새로운 가치와 비전을 제시하지 못했다. 극우세력과 기득권층은 그 틈을 파고들어 달콤한 신기루로 국민의식을 호도하고 권력을 다시 차지했다. 그 결과 지금 세상은 신공안통치와 미디어 불법장악과 비정규직의 확산 속에 민족의 미래마저 어두운 그림자가 드리우고 있다. 그럼에도 그들은 선거를 앞두고 정략적 이합집산만 할 뿐 백년대계의 큰 틀을 짜는 대동단결의 움직임은 없으니 참으로 답답하다. 부디 우리 사회와 정치를 이끄는 지도자들이 찰리 채플린처럼 시련과 아픔을 웃음과 희망으로 승화시키고 국민들에게 감동과 환호를 선물해 주기를 기대해 본다. 영화에서나 볼 수 있는 꿈이 아니길 빌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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