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칼럼] 조중동을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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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칼럼] 조중동을 보자
  • 곽한왕(천주교인권위원회 상임이사)
  • 승인 2010.03.24 2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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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에 일찍 들어오는 날에는 저녁을 먹고 동네 한 바퀴를 한가하게 돈다. 전에는 집에 와서 책도 보고 나름대로 여가생활을 해보려 했는데 아무 생각 없이 동네를 배회하는 것도 재미가 있다. 이 동네에서 한 30년 살았는데 내가 모르는 곳이 너무 많다. 그래서 갈 곳도 많다.

잘 가는 곳은 옷가게. 이곳 사장님은 전에 PC방을 해서 뭐 좀 벌었다고 하는 분이다. ‘노빠’인 부동산 사장님은 나이가 50대 중반인데 요즘 인터넷 채팅에 빠져서 시간 가는 줄 모른다. 보석상 주인은 조선일보 광팬으로 얼마 전까지 노 전 대통령에 대한 불만을 마구 늘어놓았던, 성질이 있는 분이다. 건강원 사장님은 교우며 구의원인데 요즘 재건축 사업에 엉켜서 구치소에 가 계신다. 마음씨 착한 정형외과 의사는 정세에 해박해서 마구 주장을 하는데 나는 늘 경청하면서 담배를 피운다. 그리고 성당이 두 곳 있어서 자판기 커피를 먹으며 성모님에게 성호를 그으며 내가 기도를 해 주어야 할 분을 기억하며 중얼중얼 하다가 성모상 주변 휴지도 줍는다.

이러다 보면 두 시간이 족히 걸린다. 뭐 운동도 하고 산책도 하고 가끔은 대폿집을 기웃거리다 아는 사람이 있으면 막걸리도 한잔 한다. 옆자리에서 일을 마친 야채 장사 상인은 요즘이 신학기고 경기가 어려워 시민들이 야채 사려고 돼지 저금통을 깨서 지갑이 무겁다고 푸념을 하신다.

내 산책 코스 매장에는 텔레비전이 있고 일간지가 있다. 늘 마주치는 신문이 조중동이고 <경향신문>이나 <한겨레>는 가뭄에 콩 나듯이 있다. 상인들 얘기는 경기가 도통 회복되지 않는다 하고 이명박 정부를 칭찬하는 소리는 듣기 어려운데, 대통령 지지율이 50%나 되는 것이 난 잘 이해가 안 간다. 그래도 힘은 들지만 목 좋은 곳 슈퍼는 그럭저럭 이문이 많다고 한다. 얼마 전까지는 4대강이 주요 화제였는데 요즘은 무상급식에 대한 이야기를 많이 한다. 얼핏 들은 이야기로 인상적인 것은 “하늘을 날아다니는 새도 새끼에게 먹이를 날라다 주는데” 나라에서 하는 무상급식이 왜 그렇게 말이 많은지 모르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그리고 조중동을 들여다보면 모두 6.25 60주년으로 도배를 해 놓아서 우리가 어느 세상에 살고 있는지 혼란스럽다. 아마 6.25 전까지 계속 기사가 나오리라 전망된다. 천민자본주의는 ‘대박’ 나고 신자유주의 여파가 한국사회 깊숙이 와있는 상황에서 6.25 기획기사가 자칭 주류 신문을 도배질 하는 것을 조중동 보지 않는 분들은 모르신다. 구독료가 아까운 분들은 인터넷 판이라도 꼭 보시라고 권하고 싶다.

요즘 조중동과 대통령, 한나라당은 북한의 핵 개발도 부산 여중생 살해 사건도 국제 사회에서 ‘사실상 사형폐지국’이 된 것도 교육계의 비리도 또 무엇도 ‘잃어버린 10년’(나는 ‘민주정부 10년’이라고 한다)에 원인이 있다고 본다는 인상을 지울 수 없다. 그렇지 않다는 사실을 우리는 6.2 지방선거에서 그리고 우리의 일상 활동으로 증명해야 한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흘러간 물레방아의 물은 다시 되돌아오지 않는다는 사실이다. 시대를 역행하는 극우세력은 합리적인 개혁세력에 의해서 그 힘을 상실하는 것을 우리는 역사에서도 배웠고 한국현대사에서도 확인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