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제연대와 인권] 팔레스타인의 “내일보다 나은 오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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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연대와 인권] 팔레스타인의 “내일보다 나은 오늘”
  • 반다(팔레스타인평화연대)
  • 승인 2010.06.24 16: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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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살자 이스라엘을 환대하는 한국에 던지는 질문
5월 31일 이스라엘은 팔레스타인 가자(Gaza)지구로 향하던 ‘자유가자(Free Gaza)호’를 공격했다. 구호 물품을 실은 그 배에 타고 있던 국제 평화활동가들 중 최소 9명이 사망했다. 이스라엘은 구호선에서 무장한 활동가들이 먼저 선제공격을 했다고 주장하면서 '도발적 행위'에 대한 정당방위였다고 말했다.

이스라엘이 구호선에서 발견했다는 '무기'는 면도기, 주머니 칼, 주방용 칼 등이었다. 군용헬기와 무장한 군인들을 향해 구호선에 타고 있던 민간인 평화활동가들이 이것을 들고 선제공격을 했다는 주장이다. 구호선에 타고 있던 한 생존자에 따르면 이스라엘 군인들이 헬기에서 밧줄을 타고 구호선 위로 내려오며 공격할 때 구호선에 타고 있던 평화활동가들과 민간인들은 어깨를 맞대고 손에 손을 잡아서 인간 띠를 만들어 저항을 했다고 한다. 그리고 죽은 평화활동가들은 머리나 가슴에 총을 맞고 숨졌다는 증언이 잇따랐다. 이것은 정당방위가 아니라 표적 살해였다는 것을 짐작할 수 있는 대목이기도 하다.

각 나라에서 이스라엘의 야만적 행위를 규탄하는 시민들의 시위가 이어졌고 비난이 쇄도했다. 하지만 이스라엘은 죽은 평화활동가들이 테러리스트와 연계되었다고 답변했다. 유엔이 진상조상위원회를 구성해서 조사를 벌이겠다고 하자 유엔 안에 반유태주의자가 있는 것 같다며 이 또한 거부했다. 필요하다면 미국이 옵서버로 참여한 자체 진상조사위를 꾸리겠다고 하면서 말이다.

구호선에 대한 공격과 학살로 국제여론이 한창 들끓던 와중인 지난 6월 7일 이스라엘은 가자지구의 바닷가에서 어선을 타고 수영을 하던 4명의 민간인을 학살했다. 이스라엘은 또 다시 그들이 테러리스트였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물론 입증할 근거가 무엇인지에 대한 이스라엘 정부의 이야기는 들리지 않는다.

거대한 감옥, 가자지구

이스라엘이 2008년 겨울 가자지구 공격을 했을 당시, 단 22일 동안 1400여명의 가자 주민이 살해됐고 5000명 이상이 부상당했다. 가자지구에 대한 이스라엘의 지속적 봉쇄와 집단학살은 2007년 팔레스타인 선거 이후 더욱 강화되었다. 이것은 이스라엘에 온건한 입장을 취하고 있는 서안지구 집권 정당인 파타(fatah)와 달리 강경하게 이스라엘 팔레스타인 해방투쟁을 계속하고 있는 가자지구 집권 정당인 하마스(hamas)에 대한 공격이다.

더 정확히는 그런 하마스 정당을 선거에서 높은 지지율로 뽑아 준 가자 주민에 대한 일종의 ‘집단 처벌’인 것이다. 이번 구호선 공격에서도 봤듯이 이스라엘은 가자지구로 음식이나 생필품이 반입되는 것을 몇 년째 봉쇄 하고 있으며, 사람 또한 가자지구 밖으로 나오거나 들어가는 것을 극도로 제한하여 가자지구를 거대한 감옥으로 만들고 있다. 가자지구 반대편에 있는 나머지 팔레스타인 지역인 서안지구의 경우 가자지구처럼 직접적 봉쇄가 강화되어 있지 않은 지역이다. 그곳에 살고 있는 많은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우리도 언제 가자지구처럼 될지 모른다는 불안감을 안고 있다. 이러한 ‘처벌’은 직접적으로는 가자주민을 향한 것이지만 모든 피점령 팔레스타인인들에게 ‘공포’를 자아내기에 충분한 영향을 미치고 있는 것이다. 인도적인 구호 혹은 국제적인 연대로 그 공포와 고립감에 균열을 내는 것은 분명 이스라엘 입장에서 '도발적 행위'일 수 있을 것이다.

이스라엘은 이처럼 팔레스타인을 고립시키며 점령을 강화해 나가는 한편 지난 5월 OECD에 가입하면서 경제적 도약과 외교 관계 강화를 시도하고 있다. 그러나 가자 민간 구호선 공격에 대한 항의의 의미로 니카라과 정부는 이스라엘과 외교를 중단하겠다고 발표했다. 베트남 정부는 6월 중순으로 예정되었던 이스라엘 대통령 방문 일정을 무기한 연기한다고 발표했다. 더불어 스웨덴 항만노조는 이스라엘 선박 선적을 거부하는 집단행동을 하기도 했다.

학살자를 환대하는 한국

그런 와중에 부끄럽게도 지난 6월 8일 이스라엘 대통령 페레스가 경제, 군사, 항공, 우주 전문가 수십여 명과 함께 이명박의 환대를 받으며 나흘간 한국을 다녀갔다. 이명박이 훌륭한 리더쉽을 가진 존경하는 인물이라고 극찬한 페레스는 한국과 경제, 기술 협력의 강화를 기대한다며 전경련과 만찬을 하고 카이스트를 방문하기도 했다. 사실 이미 한국과 이스라엘은 수출입을 하고 있는 관계인데 그것을 더 강화하겠다니 막연한 두려움마저 든다.

텔레비전 뉴스나 신문을 통해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집을 부수고 있는 수많은 사진들을 보면 굴삭기에 '대우' 이름이 쓰여 있는 것을 어렵지 않게 볼 수 있다. 한국의 거리를 뒤덮고 있는 CCTV의 상당수는 방위산업체가 발달한 이스라엘에서 생산된 것이라고 한다. 지난해 팔레스타인에 있을 때 한 집회에 참석했다가 이스라엘 군인이 쏜 최루탄을 잔뜩 맞은 적이 있었는데 한국에서 들여온 최루가스 아닐까라는 의구심을 같이 있던 한국인 친구와 함께 가졌더랬다. 한국과 이스라엘은 무기 거래도 하고 있다고 하니, 그 의구심이 전혀 근거 없는 것은 아닐지도 모른다. 어쩌면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향하는 총구 부품 중에 일부는 한국에서 생산된 것일지도 모른다. 6월 초 한국 방위산업체 기업의 주식이 상승했다고 한다. 이것을 두고 이스라엘 대통령 방한을 앞둔 시점에서 무기 수출이 확대될 것이라는 기대가 주가 상승에 영향을 미친 요소라고 분석한 한 경제지의 기사를 볼 수 있었다. 한국정부는 이스라엘과 경제 뿐 아니라 군사적 거래를 하면서, 그곳 팔레스타인 사람들을 학살하는데 협조자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학살에 공모하지 않을 권리

우리는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학살에 공모하지 않을 권리가 있으며 이를 실현하기 위한 노력을 할 수 있다. 이를테면 예루살렘 거리에서 '안녕하세요'를 외치는 현지 상인들을 어렵지 않게 발견할 만큼 한국의 수많은 기독교인들이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간다. 성스러운 예루살렘을 방문하면서 은연중에 이스라엘을 더욱 친밀하게 느끼거나 점령자 이스라엘 사람들의 관점으로 팔레스타인을 보게 되지는 않을까라는 염려가 들기도 한다. 예루살렘으로 성지순례를 떠난다면 예수님이 소중히 여기라던 이웃중의 하나인 팔레스타인의 삶도 보살펴 보는 것은 어떨까. 또한 예루살렘은 무슬림의 3대 성지 중 한 곳이기도 하다는 점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다. 혹은 세계지도에 없는 이름인 ‘팔레스타인’을 이스라엘 옆에 적어 볼 수도 있다. 우리가 일상적으로 팔레스타인을 생각하지 못하더라도 지난 민간 구호선 공격 사건이나 가자 침공 같은 일이 벌어졌을 때만이라도 신문 국제면에서 쉽게 소비되는 먼 나라의 기사거리로 끝내지 않고 일인시위나 집회 등에 참석해 볼 수도 있을 것이다.

지난주 페레스 방한에 대한 규탄 기자회견을 여러 시민사회단체와 함께 진행하고 도심 선전전을 진행했었다. 물론 경찰의 계속되는 불법 시위 해산 명령과 체포 예고 방송을 배경음악 삼아서. 그러나 이스라엘의 좌파 언론과 아랍 미디어들은 한국의 규탄 시위를 보도했고, 한국에서의 연대 행동이 우리를 기쁘게 했다는 몇 통의 메일이 팔레스타인으로부터 날아들기도 했다. 그 중 한통의 메일은 지난해 팔레스타인에서 머물 때 만났던 19살 마흐무드의 메일이었다. 마흐무드는 인터넷을 통해서 한국의 시위 기사를 봤는데 마음이 따뜻해졌다는 말을 전했다.

전에 마흐무드와 차를 마시다가 팔레스타인에서 산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설명해 달라는 다소 난해한 질문에 그 친구는 짧게 이렇게 답변했다. "내일보다 나은 오늘! (Today is better than tomorrow!)" 장기 점령으로 절망과 무기력함이 스며있는 팔레스타인에게 우리의 작은 행동이 희망의 균열을 만들 수 있을지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