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주민과 인권] G-20에 왜 이주노동자가 희생되어야 하나?
상태바
[이주민과 인권] G-20에 왜 이주노동자가 희생되어야 하나?
  • 정영섭(서울경기인천 이주노동자노동조합 사무차장)
  • 승인 2010.07.21 18:54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요즘 정부에서 G-20 정상회의를 11월 11~12일에 서울에서 개최한다고 떠들썩합니다. 한국 국격과 브랜드 가치가 높아지느니, 부가 경제효과가 얼마에 달하느니, 국제사회에서 위상이 커지느니 하면서 연신 치켜세우기에 바쁩니다. 정부로서는 세계 주요 20개국 정상들이 모여서 경제위기나 금융문제에 대해 논의하는 회의를 유치한 것 자체를 큰 성과로 삼고 싶은 것이겠지요.

그런데 실제로 그러한 정상회의가 우리네 서민들, 평범한 시민들에게 얼마나 와 닿고 있는지는 의문입니다. 성과주의, 개발주의, 경제성장 논리에만 밀려 인권과 환경·생태, 주민 생존권은 항상 뒷전으로 밀려났으니까요. 그러한 결과가 용산 참사이고 4대강 막개발인 것은 이제는 누구나 다 아는 사실이 되었습니다.

하지만 이 나라 정부는 아직도 바뀐 것이 없습니다. G-20을 성공적으로 개최하기 위해 치안 불안 요소를 제거해야 한다면서 이주노동자를 잠재적 범죄자, 잠재적 테러리스트로 취급하고 있습니다. 특히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는 ‘미등록 이주노동자’에 대해서 그러합니다.

G-20에 쫓겨나는 이주노동자

해마다 이들에 대한 집중단속을 해 왔는데, 올해는 G-20을 명분으로 갖다 붙여서 더욱 강도 높은 강제단속을 하고 있습니다. 6월부터 8월까지 법무부, 노동부, 경찰 등이 합동으로 전국 각지에서 공장, 주택, 길거리, 지하철역, 버스정류장 등을 가리지 않고 미등록 이주노동자다 싶으면 무조건 잡아들이고 있는 것이지요. 그 과정에서 무수한 인권침해가 발생해 온 것은 물론이지요. 예컨대 단속 역시 사람을 잡아 가두는 것이기 때문에 적절한 절차를 지키고 권리를 고지해야 하지만 단속반들은 전혀 그런 것을 지키지 않습니다. 다짜고짜 비자를 확인하여 없으면 강제로 수갑을 채우고 단속차량에 싣고는 차량을 다 채울 때까지 돌아다니다가 출입국 사무소로 들어가는 식이지요. 이주노동자들은 마치 쓰다가 버려지는 일회용품처럼 취급되는 것입니다. 6월 초에 수원 출입국에서는 잡혀온 중국 이주노동자에 대해 출입국 직원이 폭행을 행사해서 갈비뼈에 금이 가는 등의 부상을 입는 충격적인 사건도 발생했습니다. 그 노동자는 육체적 정신적 충격을 입었고 이에 대해 법무부 인권국 등에 진정을 해 놓은 상황입니다. 그래서 불법적인 단속을 중단하라는 요구가 수년 동안 지속되어 온 것입니다.

이번에는 벌금도 부활시켰습니다. 미등록 체류 기간에 따라 최대 200만원까지 벌금을 강제로 부과하는 것입니다. 이주노동자들이 무슨 큰돈이 있어서 그만한 벌금까지 내고 출국을 하겠습니까? 그래서 벌금을 내지 못하면 오랫동안 출입국이나 보호소에 갇혀 있어야 하는 실정입니다. 심지어 인천 출입국에서는 체불임금을 출입국 통장으로 받았는데 본인 동의도 없이 벌금을 공제하는 불법적인 일까지 벌어졌습니다. 왜 공권력은 약자들을 이렇게 괴롭히는 것일까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는 기본적 인권도 무시되어야 하는 인간 이하의 존재인가요?

이주노동은 선진국의 책임

사실 미등록 이주노동자 대다수는 정부의 잘못된 정책 때문에 발생했습니다. 지난 시절 ‘노예연수제’로 악명 높던 ‘산업연수생 제도’ 하에서 인권유린과 살인적인 저임금 장시간 노동 때문에 대부분이 사업장을 이탈해서 미등록 신분이 되었지요. 지금도 고용허가제 하에서 여러 가지 제한과 문제점, 열악한 상황들 때문에 미등록 신분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근본적으로는 갈수록 불평등과 빈곤이 늘어가는 세계화된 시스템 속에서 빈국의 이주민들이 개도국이나 선진국의 강력한 출입국 통제 때문에 자유로운 이동이 극히 힘들어서 한 번 이주하면 계속 일을 하고 싶어 하는 것입니다. 자본은 자유롭게 어디든 들어가서 이윤추구 활동을 하는데 노동은 제한되어 있는 것 때문이지요.

미등록 이주노동자들도 똑같은 사람이고 이 사회의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습니다. 노동자로서 생산에 기여하고 일자리를 만드는데 기여합니다. 그리고 소비자로서 상품을 구매하고 세금을 냅니다. 또한 지역 사회에서 주민으로 살아가면서 다양한 사람들과 교류하고 다양한 문화를 교류합니다. 이런 사람들에 대해서 단지 체류기간을 초과하여 일하고 있다고 해서 범죄자로 몰아갈 수는 없습니다. 오히려 3D업종을 내국인들이 기피하여 만성적인 인력부족에 시달리는 중소영세 제조업, 농업, 건설업 등을 밑에서부터 떠받치는 생산인력이므로 기본적인 인권과 노동권은 제대로 보장되어야 할 것입니다.

그런데 G-20에 희생되는 것은 이주노동자뿐만이 아닙니다. 노숙인들이나 노점상에 대한 단속도 강화되고 있습니다. 더욱이 퀵서비스 오토바이에 대한 점검단속도 심해지고 있다고 합니다. 과거에 올림픽이나 각종 국제행사가 있으면 보여주기 식의 이미지 조성을 위해 강제로 거리를 깨끗이 하고 철거민이나 노점상 등 사회적 약자들을 그들의 시선에 보이지 않게 하려고 몰아냈던 악습이 반복되고 있는 것입니다. 특히 이명박 정부는 지방선거 패배와 4대강 사업에 대한 거센 국민적 반대, 연이은 권력 게이트 등으로 인해 국정동력을 상실해 가고 있어서 G-20이라는 국제적 이벤트를 통해 치적을 쌓으려 하고 있고, 이를 위해 사회적 약자들을 희생시키려 하고 있습니다. 이것이 바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후퇴가 아니면 무엇이겠습니까?

G-20은 전 세계 부자나라들이 모여서 경제위기 극복방안이나 금융규제 방안을 논의 한다고 합니다. 그런데 실제로 경제위기 상황에서 평범한 노동자 민중들이 가장 큰 고통을 받았는데 그러한 것을 덜어주는 내용은 별로 논의되지 않지요. 그래서 부자들, 가진 자들만의 잔치라는 비판이 빗발치고 있습니다. 이 선진국들은 제3세계 민중들의 ‘강요된 이주’에도 책임이 있는 나라들이지요. 공공부문 민영화, 농산물 시장 개방, 자원약탈 등을 통해서 제3세계 경제를 수탈한 결과 사람들이 어쩔 수 없이 먹고 살기 위해 대도시로 흘러들게 되고 그마저도 여의치 않으면 무리를 해서라도 국경을 넘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그 책임을 물어도 시원치 않을 판인데 이주노동자들을 희생양으로 삼는 것은 해도 너무한 거 아닐까요?

스스로가 이주노동자라고 한 번 생각해 봅시다. 피부색이 다르다는 이유로 지하철역이나 길거리 어디에서든 경찰 검문에 잘 걸리게 됩니다(인종차별!). 미등록 이주노동자라면 불안해서 잘 나다닐 수도 없지요. 친구를 만나기도 힘들고 물건 사러 시장에 가기도 힘듭니다. 오늘 하루 아무 일없이 지나가기를 매일매일 기도하게 됩니다. 단속 때문에 공장에서 한 번이라도 산으로 도망 가보지 않은 이들이 없습니다. 도망가다가 떨어지거나 굴러서 다치는 사람도 부지기수입니다. 심지어 죽기도 합니다. 이 가슴 아픈 일이 언제까지 계속되어야 할까요?

“불법사람은 없습니다! - No one is illegal!" 이것은 이주민들의 국제 공통 슬로건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