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안탄압과 인권] 공안정국 없는 공안탄압을 보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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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안탄압과 인권] 공안정국 없는 공안탄압을 보며
  • 박래군(인권운동사랑방 활동가, 인권재단 사람 상임이
  • 승인 2010.07.21 18: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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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6월 29일 한국진보연대 사무실과 그 후원단체인 진보사랑 사무실, 그리고 한충목 씨를 비롯한 3명의 전·현직 간부에 대한 압수수색이 국정원과 경찰청 보안수사대에 의해 전격적으로 단행되었다. 3명은 국정원과 홍제동 보안분실로 체포, 연행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확인된 바는 국정원 등이 한국진보연대의 모든 활동에 대한 이적성 혐의를 두고 수사를 진행하고 있어 이적단체 구성 혐의를 적용받을 것이란 예상이 유력했다.

이에 따라 진보단체들은 긴급하게 모임을 갖고, 하반기 공안탄압이 시작되었으며 이에 따라 전면적인 탄압에 맞서는 전면적인 대응태세를 갖추어야 한다는데 의견을 같이 했다. 일순간 긴장이 조성되었다. 그렇지만 연행되었던 3명 중 한 씨를 제외한 2명은 구속영장실질심사에서 풀려났고, 한 씨에 대한 수사에서도 합법적인 절차를 밟아서 북한 인사들과 남북 사이의 회담을 한 것 외에는 다른 혐의를 두고 있지 않음이 확인되었다. 그러자 다시 공안탄압 대책기구를 구성하기 위한 논의는 힘이 빠져 버렸다.

이런 해프닝 같은 일은 사실 이번만이 아니었다. 지난 2008년 촛불집회가 스러져갈 때 경찰청 보안수사대가 사노련의 주요 간부 7명을 전격 체포했을 때도 그랬다. 곧 이어 남북공동선언실천연대에 대한 간부들의 체포와 압수수색이 진행되었으므로 공안탄압이 본격화되는 것으로 인식되었다. 그러나 사노련 간부들은 두 차례의 구속영장 청구가 법원에 의해서 기각되어 풀려나고 말았다. 즉 대형 국가보안법 사건을 중심으로 한 공안탄압 국면은 조성되지 않은 것이다.

저강도 공안탄압

하지만 공안탄압은 집요하게, 광범위하게 진행되고 있다. 이명박 정권의 공안탄압은 저강도-맞춤형 탄압으로 진행되는 특징을 갖고 있다. 이전의 공안정국에서는 공안기관들이 대대적인 체포와 구금을 단행하는 고강도 탄압이었고, 이를 통해 정권은 국면의 전환을 꾀하고는 했다. 이에 대응하는 진보진영도 여기에 맞춰 대규모의 대책기구를 만들었고, 그것은 그 국면이 지나면 해소될 것들이었다.

그렇지만 저강도로 일상화된 공안탄압에는 위와 같은 방법으로 대응할 수가 없게 된다. 2008년 촛불집회에 참가했다가 연행된 시민들은 약 1천5백 명이었다. 그중에서 1천 명 가량이 약식 기소되어 벌금형을 받았고, 그중 8백 명 가량은 정식재판을 청구하여 진행 중에 있다. 그리고 촛불집회에 단순 참가한 가벼운 혐의를 받고 있음에도 집과 사무실 등을 압수수색하고, 회사까지 찾아가 근무 여부를 확인하고는 했다. ‘촛불자동차연합’ 회원들은 자동차를 갖고 촛불집회에 참가한 이들을 돕는 일을 주로 했음에도 이들에게는 운전면허취소 처분까지 내렸다. 그리고 인터넷을 뒤지고 핸드폰을 뒤져대는 등 감시는 일상화되어 버렸다. 촛불집회 시민들에 대한 추적은 지금까지도 계속되고 있고, 2년이 지난 지금도 경찰에 소환되는 일이 있다.

또 공안탄압은 맞춤형 탄압이기도 하다. 이명박 정권에서는 정부 각 부처가 공안기관화 되어 버렸다. 국세청의 세무조사, 정보통신위원회의 삭제 명령만이 아니라 문광부의 예술단체나 예술가들에 대한 탄압이 동원되었고, 이 과정에서 버티는 이들에 대한 과거 행적 뒤지기, 모욕주기, 징계와 해고, 고소․고발 등의 법적조처까지 정부가 동원할 수 있는 방법이라면 치사한 방법까지 깡그리 동원되었다. 적용 법률도 집시법이나 국가보안법만이 아니라 형법의 각 조항들, 통신비밀보호법, 전기통신사업법, 선거법 등 모든 동원 가능한 법률도 찾아내 적용했다. 성폭행 범죄조차도 공안을 위한 도구였으므로, 성폭행범에 대한 전자발찌에다 화학적 거세까지 거침없이 동원되고 있는 상황이다.

이처럼 전통적인 공안탄압을 일탈한 이런 탄압을 뭐라 규정할 수 있을까. 사회는 더욱 불안해지고 누가 그랬듯이 위험사회의 경향을 띠고 있는데, 정권은 치안을 강화하는 것이 아니라 이를 빌미로 시민들의 자유를 제한하고, 억압을 강화한다. 이제 정부로서는 당연히 해야 할 의무인 치안이 정치적 반대자의 의견을 억압하기 위한 공안에 합쳐진다. 치안문제도 공안적 대응으로! 이게 지금의 공안탄압의 본질은 아닐까. 결국 ‘신자유주의 경찰국가’의 본 모습이 온전히 드러나는 상황을 우리는 보고 있다.

공포의 일상화, 감시의 내면화

오는 11월 중순에 서울서 열리는 G20 정상회의를 정부는 신자유주의 경찰국가의 모습을 완성하는 계기로 삼으려는 것 같다. 벌써부터 노숙인들을 거리에서 쓸어내기 위해 불법적 절차들을 동원하여 시설에 격리하고,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대대적인 단속에 돌입했다. 10월 1일부터 한달 보름동안 발효될 ‘G20 경호법’은 군대마저 동원해낼 수 있다. 공포의 일상화를 통한 표현의 자유 억압, 촘촘하고 치밀한 감시체제를 동원한 자기검열의 시스템을 보다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는 계기로 G20을 활용할 것이다.

이제 일시적으로 조성되는 공안정국은 없다. 공포의 일상화, 감시의 내면화로 치닫는 공안탄압이 저강도-맞춤형으로, 지속적으로 민주주의와 인권의 근간들을 부정하며 경찰국가로 만들어갈 것이다. 인권운동이 대면하는 이명박 정권의 이런 공안탄압에 대한 새로운 발상과 지혜, 이에 맞는 대응체계 수립이 절실히 요구되는 때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