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빈곤과 인권] 민/생/보/위와 함께 최저생계비 확 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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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곤과 인권] 민/생/보/위와 함께 최저생계비 확 올려!
  • 최예륜(빈곤사회연대 사무국장, 민생보위)
  • 승인 2010.08.24 11: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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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바닥을 향하는 최저생계비

올해로 시행 10년을 맞은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는 대한민국 국민 누구나 소득이 최저생계비 이하이면 최소한의 생계보장을 국가적으로 지원하겠다는 취지로 도입된 제도이다. 하지만 제도 시행 10년 동안 낮은 최저생계비와, 부양의무자 기준 및 과도한 소득재산기준 등 제도의 한계로 수많은 빈곤층이 사각지대에 내몰려 있다.

최저생계비는 이 사회에서 살아가기 위한 최소한의 인간다운 삶의 기준이다. 또한 150만 명이 넘는 수급자뿐만 아니라 수많은 가난한 이들의 복지 수급의 기준선이 되고 있다. 최저생계비는 최소한의 인간적인 생활을 위한 기준이자 한국 사회의 빈곤선으로 기능한다. 하지만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은 지속적으로 낮아졌다. 1999년 도시근로자 평균소득의 40.7%였다가 2008년에는 30.9%까지 떨어진 것이다. 지금까지 떨어져왔던 최저생계비의 상대적 수준을 회복하려면 물가상승률만을 고려해서는 도저히 불가능한 상황이다. 그러나 2009년에 결정된 2010년도 최저생계비 금액은 물가상승률에도 미치지 못해 오히려 삭감된 결과를 낳았다. 2010년 최저생계비는 제도 도입 이래 최저치인 2.75% 인상되어 1인 가구 50만 4344원, 4인 가구 136만 3091원이다.

최저생계비 하루 체험에 참여한 한나라당 차명진 의원은 6300원 하루 식비로 평소에 안 먹던 ‘저질 인스턴트 식품’ 맛을 보더니, 황제처럼 식사했다는 망언을 하기도 했다. 하루 살고 돌아갈 편안하고 안락한 집과 차와 안정된 소득이 있는 ‘의원 나으리’에겐 하루 체험이 하루 버티기이면 족하겠지만 쥐꼬리만한 수급액을 받으며 빈곤의 감옥에 갇힌 수급자들에겐 매일 지속되는 일상이고, 최저생존을 감내하는 버티기다. 이번 이명박 정부 내각 개편과정에 국무총리로 내정된 김태호 내정자 식 '155만원 황제생활' 비법이라도 전수받지 않는 한, 제도가 명시하고 있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삶’이란 도저히 불가능한 지경이다.

중생보위의 최저생계비 계산법 = 장바구니에 가난한 이들의 삶을 구겨넣기

한국 사회의 빈곤선인 최저생계비가 이토록 낮은 데에는 최저생계비 결정과정 자체에 문제가 있기 때문이다. 올해는 실 계측조사를 통해 2011년 최저생계비가 결정되는 해로, 현재 중앙생활보장위원회는 8월 24일 전원회의를 열어 최저생계비 최종 결정을 하고 발표할 것으로 보인다. 최저생계비의 결정은 ‘국민의 소득, 지출 수준과 수급권자의 가구유형 등 생활실태, 물가상승률 등을 고려’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이를 위해 보건복지부는 최저생계비 계측조사를 3년에 한 번 실시하도록 하고 있으며 중앙생활보장위원회를 통해 심의, 의결토록 하고 있다. 현행 최저생계비는 인간이 생존을 위해 필요한 최저한의 수준을 의미하는 절대빈곤개념의 계측방식을 통해 결정된다. 장바구니에 생필품을 모아두고 가격을 매겨 생계비 액수를 계산하는 ‘전물량방식’이 그것이다. 문제는 장바구니에 무엇을 넣을 것인지 뺄 것인지 전문가가 자의적으로 판단할 수밖에 없고, 정말 극단적인 장바구니 생필품 가격도 결국 예산에 맞춰 재조정된다는 점이다. 실제로 2004년 계측 당시에도 조사자인 보건사회연구원이 150만원 안(4인가구 기준)을 제시했으나, 예산에 맞춰 112만원으로 결정된 바 있다. 이러다 보니 다음 계측 해인 2007년에는 조사를 통해 나온 최저생계비 안 자체가 낮아졌다. 불과 6.6%(물가상승률 포함)의 인상안을 제시했고 결정된 인상율은 1인가구 6.2%, 4인가구 5.0%로 드러났다. 계측과정조차 투명하게 공개되고 있지 않고, 정부 입장에 서 있는 연구자에 의해 자의적 조정이 가능한 것이 지금의 최저생계비 결정 방식의 한계다.

이런 한계를 많은 사회단체들이 제도 도입 당시부터 줄기차게 지적해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도 시행 10년을 맞는 올해에도 결정방식에 큰 변화는 없을 것으로 예상된다. 복지부는 이미 내년도 국민기초생활보장제도 관련 예산을 올해와 비슷한 수준으로 편성했기 때문이다. 정부는 우리의 삶을 결정하는 최저생계비를 우리의 의견을 전혀 배제한 채 전문가가 자의적으로 결정하고 있다. 주거비 8만 7천원으로 전국 어디에서 월셋방을 구할 수 있단 말인가? 4인 가족이 한달에 2만 4천원으로 두 번씩이나 외식할 수 있다는 계산은 도대체 어떻게 가능한가? 속옷 두 벌로 2년을 버틴다는 것을 자기 문제로 상상해보았는가? 전 국민의 90% 이상이 가지고 있는 휴대전화는 수급자에게는 사치품인가? (2007년 휴대전화 비용을 최저생계비 항목에 포함할 것인가 제외할 것인가가 쟁점이 되었으나, 중생보위는 ‘국민 정서를 고려하여’(!) 결국 필수품 항목에서 배제했다.) 초등학생 자녀 두 명이 한 개의 칼과 가위로 2년을 버티며 미술시간이 겹치지 않기를 기도하며, 반팔 셔츠 두벌로 2년을 나며 학교에서, 동네에서 차별받고 멸시받지 않길 기대하는가? 중생보위의 이러한 논리는 수급자들을 친지방문도 못하고 외출도 거의 하지 않는 존재로 치부하며 신문구독도 하지 못한 채(신문구독료도 필수품비용에서 제외되어 있다), 세상과 등지고 빈곤의 담장 안에서 멍하니 텔레비전을 쳐다보는 무기력한 존재로 설정하고 있다. 이런 기가 막힌 우격다짐이 이제는 제발 반복되지 않아야 할 것이다. 언제까지 수급자들을 빈곤의 감옥에 가둔 채, 빈곤탈출의 희망을 이야기하고 자활 가능성을 운운하는 행정을 지속할 것인가?

상대빈곤선 도입! 현실적인 최저생계비 결정을 촉구한다

이는 최저생계비 결정과정에서 무엇보다도 수급 당사자의 삶의 실상과 목소리를 반영하고 있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기초생활권리행동’은 여러 노동-사회단체, 수급 당사자와 함께 모여 우리의 목소리로 최저생계비 요구안을 마련하고 최저생계비 현실화! 상대빈곤선 도입을 촉구하기 위해 ‘민생보위’(민중생활보장위원회)를 구성하게 되었다. 민생보위는 최저생계비 실 계측 해를 맞아 7월 8일 결성 기자회견을 가졌고, 7월 15일 토론회, 8월 12일 ‘최저생계비 생존자 증언대회’ 등을 개최했다. 빈부격차가 날로 심각해지고 있는 지금, 민생보위는 평균소득의 40% 수준으로 최저생계비를 끌어올릴 것을 요구한 바 있다. 적어도 제도 도입 당시인 99년도의 상대적 수준을 회복하고, 한국 사회의 빈곤과 불평등을 해소하기 위한 첫걸음을 떼야 한다는 절절한 외침이다. 1인가구 61만7천원, 4인가구 162만원으로 지금보다 약 20% 인상된 금액을 최저생계비 기준선으로 정할 것을 주장하고 있다. 이는 수급가구의 실태조사를 통해 실생활에서 발생하는 적자분을 감안하여 설정한 것이며, 최저생계비로 현실을 살아가는 가난한 이들의 최소한의 생존권 요구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