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찰과 인권]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의 문제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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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과 인권] 경찰관직무집행법 개정안의 문제점
  • 이호중(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천주교인권위원
  • 승인 2010.08.24 11: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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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 4월 27일 국회 행정안전위원회를 통과한 경찰관직무집행법(이하 ‘경직법’) 개정안은 불심검문, 유치장 수용자 처우 등에서 경찰의 권한을 대폭 강화하고 있다. 행안위에서 여야합의로 대안을 마련한 것인 만큼 국회 본회의 통과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하지만, 2008년 촛불집회 등 각종 집회․시위의 현장에서 그리고 쌍용자동차 파업 등의 현장에서 보듯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이 매우 심각한 상태로 치닫고 있는 상황에서 경찰이 치안강화를 빌미로 하여 불심검문의 권한을 한층 강화하고자 경직법 개정을 추진하고 있는 상황은 너무나도 우려스럽다. 지금은 오히려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시민의 통제를 강화해야 할 시점인데 말이다.

경직법 개정안은 많은 내용을 담고 있는데, 그 중에서 인권침해의 대표적인 독소조항은 불심검문의 강화, 소지품검사 및 차량검색의 강화 그리고 유치장 수용자 처우의 문제를 꼽을 수 있다.

불심검문 권한의 강화의 문제

먼저 불심검문의 개정내용을 살펴보자. 개정안은 불심검문을 ‘직무질문-신원확인-동행요구’의 3단계로 나누어 규정하고 있다. 불심검문시 경찰관은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고 신분증이 없는 경우에는 지문채취나 연고자연락 등의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도록 하였다. 신원확인이 교통에 방해가 된다든가 현장에서 신원확인이 어려운 경우에는 동행요구도 가능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현재 불심검문이 ‘질문과 동행요구’로 규정되어 있는 반면에, 개정안의 불심검문의 핵심은 경찰이 불심검문대상자의 신원을 확인할 수 있는 권한을 확보하는데 주안점을 둔 것이 특징이다.

지금까지 경찰은 불심검문시 신분증 제시를 요구하는 경우가 허다했지만, 냉정하게 보면 현행 경직법상 불심검문에서 신분증 제시 등 신원확인을 요구할 법적 근거는 없다. 신분증 확인은 단순히 용건이나 이름을 묻는 정도의 불심검문보다 당사자의 기본권에 대한 침해강도가 훨씬 크기 때문에 현행 주민등록법은 엄격하게 “피의자로서 범죄혐의가 있는 경우”에 한하여 신분증 제시를 요구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비해 불심검문은 범죄혐의를 전제로 하지 않는다. 그 만큼 대상자의 범위도 광범위할 수밖에 없다. 개정안은 결국 경찰이 불심검문에서 시민들에게 무차별적으로 신분증 확인을 요구하겠다는 것이다. 그러나 경찰의 무차별적인 신원확인은 그 자체로 경찰권의 과잉행사에 해당하여 정당화되기 어렵다고 보아야 한다.

경찰의 신원확인 권한의 남용에 대한 우려와 비판이 제기되자, 경찰청은 개정안에 “대상자는 본인의 의사에 반하여 증서의 제시를 강요당하지 아니한다”는 규정을 신설하겠다는 의견을 내놓은 바 있다. 경찰관의 신분증 제시 요구가 임의조치이고 시민들은 이에 응할 의무가 없다는 점을 분명히 규정하여 남용 여지를 없애겠다는 것이다. 이는 당연하고도 필요한 규정처럼 보이지만, 보다 근본적으로 경찰의 신원확인 권한을 규정하는 것 자체가 문제임을 분명히 인식할 필요가 있다. 불심검문이 아무리 강제성이 없는 임의조치라 하더라도, 우리 시민들이 누차 경험하였듯이, 불심검문이 행해지는 현장은 대개 강압적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으며 많은 시민들은 그 강압적 분위기 때문에 경찰의 신분증 제시 요구를 쉽사리 거절하기 어려운 것이 우리의 현실이기 때문이다. 또한 행선지 등을 질문하는 것에 비해 신분증 확인은 공권력행사의 차원이 다르다는 점도 중요하다. 신분증 확인은 성명, 주민등록번호, 주소 등 개인정보를 고스란히 노출시키도록 하는 조치이기 때문에 인권침해의 강도가 매우 크다는 점에서 그것이 임의조치라는 것만으로 쉽게 정당화되어서는 안 된다.

더구나 개정안에 의하면, 경찰은 신분증 제시 요구로 신원확인이 안 되면 연고자연락이나 지문채취의 방법으로 신원을 확인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고 이를 위해 경찰서 등에 임의동행을 요구할 수도 있게 된다. 이러한 규정들을 보면, 개정안이 통과될 경우 앞으로 신원확인에 대한 경찰의 집요한 추궁과 압박이 있을 것임은 누구나 쉽게 짐작할 수 있다.

불심검문은 늘 임의성과 강제성의 경계에서 행해지게 마련이다. 불심검문시 신원확인이라든가 더 나아가서 지문채취까지 가능하도록 하는 것은 경찰권한의 강화 및 경찰직무의 편의성만을 도모하는 것일 뿐이며, 시민들에 대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다분한 만큼 개정안에서 반드시 삭제되어야 한다.

소지품검사 및 차량검색 강화의 문제

경직법 개정안은 현재 ‘흉기소지여부의 조사’로 한정되어 있는 소지품검사의 요건과 범위를 확대하고 차량검색의 근거규정도 신설하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흉기뿐만 아니라 ‘위험한 물건’까지 소지품조사의 범위가 확대된다. 차량검색의 경우 “무기, 흉기, 마약 등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의 적재 여부 등”을 조사할 수 있도록 차량수색의 근거규정도 새로이 마련된다. ‘위험한 물건’이라든가 ‘공공의 안전에 위해를 끼칠 수 있는 물건’ 등의 개념이 모호하고 광범위하다는 비판이 대응하여 경찰청에서는 소지품검사 및 차량검색의 범위를 “무기, 흉기, 폭발물”로 한정하여 규정하겠다는 입장을 밝힌 바 있다. 검색의 범위를 제한하는 것은 바람직하다. 하지만, 소지품검사와 차량검색의 요건이 너무 광범위하게 규정되어 있는 점이 더욱 심각한 문제을 안고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소지품조사)라든가 “범인 검거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는 때”(차량검색)라는 포괄적인 요건 하에서 경찰은 사실상 아무런 제약 없이 시민들의 소지품이나 차량 내부를 조사할 수 있게 된다. 이러한 요건은 너무 추상적이고 포괄적이어서 경찰의 무차별적인 검색이 허용될 위험이 매우 크다. 상대방의 의사에 반하여 조사할 수 없다는 규정을 둔다고는 하지만, 경찰실무상 ‘사실상’ 강압적인 수색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농후하다. 결국 경찰의 자의적 판단에 따라 영장 없는 수색을 광범위하게 허용하는 결과가 될 수 있다는 점에 문제의 심각성이 있다. 개정안의 소지품검사나 차량검색의 규정은 영장주의원칙을 훼손한 인권침해의 소지가 매우 크다고 말할 수 있다.

현재 무차별적으로 시행되는 소지품검사 및 차량검색을 필요최소한도로 제한하도록 엄격한 규정을 둘 필요는 있다. 이 때 경찰권의 남용 여지를 차단하기 위해서는 소지품검사는 ‘흉기소지 여부’에 대한 검사로 한정하고, 차량검색의 경우 ‘차량을 이용한 중대범죄를 저질렀다고 의심할 만한 상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로 엄격하게 한정하여 규정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다.

유치장 수용자의 처우

현행 경직법 제9조는 유치장 설치의 근거규정만을 두고 있으며 유치인의 권리 및 처우에 대해서는 구체적인 내용을 규정하고 있지 않다. 「형의 집행 및 수용자의 처우에 관한 법률」(이하 ‘행형법’) 제87조는 유치장을 미결수용실로 보아 미결수용자 처우규정을 준용한다는 식으로 간단하게 규정하고 있을 뿐이고, 실제 유치장 수용자는 경찰청 훈령인「피의자 유치 및 호송규칙」에 의해 규율되고 있어, 유치인의 처우와 권리보장은 현재 미흡한 부분이 많은 상태에 있다.

경직법 개정안은 유치장 수용자의 권리제한에 관하여 일부 규정을 신설하고 있지만, 그 내용은 경찰의 직무편의를 도모하는 것일 뿐 과연 유치장 수용자의 인권보장에 관심이 있는지조차 의심스러운 지경이다. 경직법 개정안에 규정된 내용을 보면, 유치장 수용자의 인권보장 수준이 행형법상 미결수용자의 경우보다 현저히 열악해질 우려가 있다. 일례로, 유치장 수용시 경찰관은 “접견․서신, 그 밖의 유치인의 권리”를 고지하도록 규정하고 있으며 경찰청은 여기에 “변호인선임권”도 고지대상에 포함시키겠다는 의견을 제시하고 있다. 그러나 행형법 제17조와 비교해 볼 때, “청원, 「국가인권위원회법」에 따른 진정, 그 밖의 권리구제에 관한 사항”이 고지대상에서 제외되어 있는 것은 문제가 있다. 또한 유치인에 대한 신체검사 규정도 요건이 광범위하고 신체검사의 한계나 구체적인 방법 등이 규정되어 있지 않아 남용의 우려가 매우 크다. 유치인에 대한 수갑․포승 등 경찰장구의 사용에 대해서도 “유치인의 안전과 유치장 내의 질서유지를 위하여 필요하다고 인정되는 상당한 이유가 있을 때 그 사태를 합리적으로 판단하여 필요최소한도에서 수갑․포승 등의 경찰장구를 사용하거나 강제력을 행사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이것도 행형법상 수갑․포승 등 보호장비의 사용요건과 비교해 볼 때 그 사용요건이 대폭 확대되어 있어 인권침해의 위험이 있다. 이미 헌법재판소와 국가인권위원회에서는 유치인에 대한 수갑․포승 등의 계구사용은 도주, 폭행, 소요 또는 자해나 자살의 위험이 분명하고 구체적으로 드러난 상태에서 이를 제거할 필요가 있을 때 필요최소한의 범위에서만 허용된다는 결정을 내놓은 바 있으므로, 유치인에 대한 수갑․포승의 사용요건을 규정하려면 그와 같은 엄격한 요건을 명확히 규정하도록 해야 할 것이다.

유치장도 구금시설이기 때문에 음식 등 물품지급, 접견, 서신, 전화, 의료, 운동 등 유치장 수용자의 기본권보장은 구치소의 미결수용자 수준이거나 그 이상이 되어야 한다. 근본적으로는 유치장이라는 구금시설은 폐지되어야 하며, 유치장이 존재하는 한 유치인의 처우에 대하여는 별도의 법률을 마련하는 것이 바람직하다. 경직법 개정안처럼 몇 개 규정을 둔다고 해서 유치인에 대한 열악한 처우와 인권침해의 문제를 해결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많은 국민들이 경찰의 공권력 남용에 대한 통제의 필요성을 절실하게 느끼고 있다. 이러한 국민들의 체감과는 정반대의 방향에서 치안강화를 명분으로 하여 경찰의 권한을 더욱 강화하려는 것이 이번 경직법 개정안의 요체이다. 개정안의 내용을 전반적으로 평가해 보면, 경찰권한의 강화 및 경찰직무의 편의성을 도모하는 데에만 치중되어 있는 반면에, 그로 인한 법치주의의 훼손과 인권침해의 문제에는 너무나도 둔감한 것이어서 마치 인권의 시계를 거꾸로 돌려놓는 것 같은 느낌이다. 우리는 지금 경찰국가, 신공안정국으로 가는 길목에 서 있다. 이번 경직법 개정안은 당장 철회되어야 마땅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