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벌과 인권] 보호감호 부활로는 흉악범죄 막을 수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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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벌과 인권] 보호감호 부활로는 흉악범죄 막을 수 없다
  • 이상희(변호사)
  • 승인 2010.09.16 15: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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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무부가 2010년 8월 25일 자문기구인 형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가 작업한 형법 총칙 개정안을 발표했다. 우려했던 대로 2005년 온갖 사회적 논쟁을 일으키면서 사라졌던 보호감호제도를 ‘부활’시켰다. 법무부는 애써 ‘부활’이 아니라 ‘전혀 새로운 개념’의 보안처분이라고 하나 조금만 들여다보면 전혀 새로울 것이 없다.

▲ 8월 25일 법무부 주최로 열린 ‘형법 총칙 개정 공청회’ [출처] 법무부


보호감호가 폐지되었던 이유

보호감호는 상습성이 있고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사람들을 형벌 집행과 무관하게 일정 기간 사회로부터 격리하는 제도이다. 근대시민사회에서 상습적인 재산범죄가 사회문제로 등장하자 사회방위와 교정 이데올로기의 명분으로 고안된 것인데, 이 제도를 처음 시행한 영국은 보호감호처분을 받은 사람들이 대다수 사회에 적응하지 못하거나 무능력하여 경미한 범죄를 반복적으로 행하는 ‘불량자들’임을 확인하고 1967년 보호감호제를 폐지했다.

한국의 경우 1980년 쿠데타로 정권을 잡은 전두환 신군부가 권력 찬탈에 대한 비난을 무마하고자 약 6만 명의 사람들을 검거하여 삼청교육을 실시했는데, 삼청교육 만료시한이 다가오면서 이들의 사회복귀를 막을 목적으로 보호감호제를 도입했다.

이렇게 도입된 보호감호제도는 25년 동안 반인권적 처우로 끊임없이 위헌 논란을 일으켰다. 우선 국가인권위원회가 2003년 진행한 실태 조사 결과, 많은 수의 피보호감호자(보호감호처분을 받은 사람)가 불우한 환경으로 청소년 시기부터 누적적으로 범죄를 저질러 수회의 전과가 있지만, 단순 재범인 경우가 많고 범죄 성향도 공격성과 폭력성을 드러내지 않았으며 피해 정도도 경미한 것으로 나왔다. 이는 보호감호가 우리 사회에 성가신 ‘사회 부적응자’와 ‘무능력자’를 일정 기간 격리하는 기능을 해왔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그리고 보호감호는 징역형과 마찬가지로 피보호감호자를 일정 공간에 격리하고 신체의 자유를 제한하였는데, 이는 ‘이중처벌 금지원칙’(동일한 범죄에 대하여 거듭 처벌받지 않는다)에 위반되는 것이었다. 이처럼 보호감호는 제도 자체와 집행상의 반인권적 처우로 많은 저항을 불러일으키다가 결국 2005년 8월 폐지되었다.

흉악범죄는 정말 증가했나?

그런데 5년 만에 법무부가 숱한 인권 논쟁을 일으켰던 보호감호제도를 부활하려고 하고 있다. 법무부는 보도자료를 통해 범죄율 증가를 강조하면서 보호감호제도를 “보호감호시설에 수용하여 감호 교화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훈련과 근로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로, 출소자의 재범방지와 사회복귀를 촉진”하기 위한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그리고 누범, 상습범 폐지를 전제로 보호감호를 재도입하되, 대상 범죄를 방화, 살인, 상해, 약취유인, 강간에 한정하겠다고 한다.

그러나 정부 통계에 따르면 보호감호제를 재도입할 만큼 2005년 보호감호제도 폐지 이후 흉악범죄가 증가했다고 볼 여지가 전혀 없다. 우선 5대 강력사범(폭력사범, 흉악사범, 성폭력사범, 약취유인사범, 방화실화사범) 통계를 보더라도 접수되는 사건이나 실제 재판까지 이어지는 사건 수가 줄어들고 있다.



그리고 살인, 강도, 보복행위 등 엽기적인 방법으로 사람의 신체에 유해를 가한 범죄의 경우에도 검사가 기소하여 실제 재판까지 이어지는 사건수가 사회보호법 폐지 전보다 더 늘었다고 할 수 없다(참고로 통계청은 2009년에 범죄율이 증가한 이유를 유가상승, 미국발 경제위기에서 기인한 환율급등 등으로 보고 있다).



새로운 개념의 보안처분?

법무부는 이번에 도입될 보호감호는 ‘새로운 개념의 보안처분’이라고 하면서, 피보호감호자를 “보호시설에 수용하여 감호 교화하고 사회복귀에 필요한 직업 훈련과 근로를 부과할 수 있는 제도”라고 발표했다.

그러나 2005년 8월 사회보호법이 폐지될 당시 작성된 국회 법사위 심사보고서에 의하면, “보호감호가 사회보호 목적을 위해 피보호감호자를 사회와 단절되어 수용하고 사회와의 교류를 제한하여야 한다는 것을 전제로 한 이상 형벌보다 차별화된 재사회화 효과를 가시적으로 보여준다는 것은 처음부터 실현가능성이 낮다”고 보았다. 격리를 통해서는 재사회화의 효과를 거둘 수 없다고 본 것이다.

실제 2010년 8월에 있었던 법무부 공청회에서 보호감호 부분을 발제한 교수는, 새로 도입될 보호감호에 대하여 “재범의 위험성이 있는 범인을 격리시켜 사회를 보호하는 것을 본질적 특성으로 하는 만큼, 이것을 교화교정처분으로 얼버무리지 말고 순수한 안전처분, 보안처분으로 순화시켜서 사회적 위험성이 현저하거나 높은 대상범죄자군에 대해서만 적용할 필요가 있다”고 함으로써, 보호감호가 재사회화와 무관한 ‘격리’ 처우라는 것을 밝히고 있다.

보호감호는 반인권적이라는 이유로 이미 폐지되었다. 성폭력 등 흉악범죄에 대하여 50년까지 선고할 수 있도록 법을 개정한 상황에서, 또 다시 사람을 격리하는 보호감호는 이중처벌로서 반인권적이라는 비판을 면할 수 없다.

법무부 자문기구인 형법개정특별심의위원회가 2007년부터 형법 개정 작업을 하였다고 하지만, 형사법학회조차 논의내용을 알 수 없을 정도로 폐쇄적으로 운영되었다. 이런 상황에서 ‘형벌과 보호감호의 성질과 목적이 다르다’는 이론에 집착하여, 실제 보호감호제도가 우리 사회에서 어떤 의미를 갖고 어떻게 인권을 침해할 수 있는지 제대로 논의조차 하지 않고 개정 작업에 들어간 것은 심히 우려스러운 일이다.

25년 동안 보호감호가 우리 사회에서 특정인들을 어떻게 배제하여 왔는지 뼈아프게 경험했다. 많은 사람들의 눈물과 아픔이 녹아든 그 경험이 무의미하게 사라지지 않기를 바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