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좀비기구, 식물위원회 됐다"...국가인권위 자문위원 61명 동반사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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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좀비기구, 식물위원회 됐다"...국가인권위 자문위원 61명 동반사퇴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1.15 13: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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줄사퇴 파문 확산...대규모 집회 포함한 직접행동 불사
국가인권위원회 사태 파문이 걷잡을 수 없이 커지고 있다. 문경란, 유남영 상임위원들의 사퇴에 이어 조국 비상임위원이 사퇴하더니 15일 인권위에서 위촉한 전문위원, 자문위원, 전문상담위원 등 61명이 사퇴서를 제출했다.

모두 현병철 위원장이 남아있는 한 인권위원회에 기대할 게 없다는 판단에서 나온 결정들이다.

인권위 전직 위원과 전국 660개 인권시민단체들이 현 위원장의 사퇴를 촉구하고, 인권위 내부 직원까지 수장을 비판하고 나선 상황에서 또다시 인권위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는 전문위원 등이 현 위원장에게 등을 돌린 셈이 됐다.

이번 동반 사퇴 규모도 인권위 위촉위원 중 약 3분의 1에 해당되는 인원으로 사실상 인권위 기능이 마비될 것으로 보인다.

▲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전문위원, 자문위원, 상담위원 61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회로 부터 위촉받은 직의 사퇴를 선언하고 있다.ⓒ 양지웅 기자


이들은 인권위 1층 로비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통해 "현병철 위원장은 국가인권위원회를 떠나고, 인권위는 제자리로 돌아오라"며 이번 사태의 해결은 현 위원장의 사퇴만이 유일한 길임을 강조했다.

이들은 현병철 위원장 취임 이후 인권위를 "좀비기구, 식물위원회, 고사위원회"로 꼬집고 "독단적인 조직 운영과 정부 눈치 보기로 일관하며 인권위가 제 역할을 할 수 없도록 마비시키고 있다"고 혹평했다.

현 위원장이 지난 국회 운영위원회 감사에서 사퇴할 뜻이 없고, 특히 자신의 사퇴 촉구 배경을 일부 세력의 흠집내기를 보는 인식을 보이면서 파문을 키웠다는 분석이 나온다. 또한 파문이 가라앉기도 전에 청와대가 인권 문외한으로 평가받는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한 것도 현병철 위원장 체제를 고수하겠다는 뜻으로 풀이돼 반발이 커졌다.

이들은 "두 상임위원의 동반사퇴라는 초유의 사태가 벌어졌을 때에도 균형있는 판단을 하기 위해 신중을 기했다"면서 "그러나 현병철 위원장이 국감에서 그토록 뻔뻔하고 오만한 모습으로 일관하는 것을 봤고, 여기에 화답하듯 역시 인권과는 전혀 거리가 멀고 편향된 정치적 활동만을 해왔던 김영혜 변호사를 상임위원으로 내정하는 청와대의 독선을 확인했다"며 사퇴의 배경을 밝혔다.

이들은 "우리는 현 위원장의 즉각 사퇴, 인권위원장을 비롯한 인권위원 인선을 위한 올바른 인선시스템의 마련, 인권위 독립성 강화를 강력하게 요구하며 국가인권위원회로부터 위촉받은 모든 직을 동반 사퇴한다"고 말했다.

▲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전문위원, 자문위원, 상담위원 61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회로 부터 위촉받은 직의 사퇴를 선언 후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사퇴서를 전달하러 가고 있다.ⓒ 양지웅 기자


기자회견에 참석한 인권위 정책자문위원 권미혁 한국여성민우회 상임대표는 "인권위가 제역할을 하도록 하는데 자부심을 느껴왔는데 상임위원이 물러나고 자문위원으로서 자괴감을 느꼈다"며 사퇴의 변을 밝혔다.

인권위 정책 자문위원인 이수호 전 민주노총 위원장 역시 "현 위원장으로 바뀌면서 반인권적인 일들이 벌어졌다"며 "아무런 의미가 없는 직을 내던지기로 했다"고 말했다.

인권위 자유권전문위원인 이호중 교수(서강대 법학전문대학원)는 "지난 1년동안 인권위는 용산참사 과잉진압 등 철저히 인권의 문제에 침묵으로 일관했고, 정권의 눈치를 보는데 급급했던 것이 현실"이라며 "임명권자인 이명박 정부의 반인권적 정책에 대해서도 우려할 수 밖에 없다. 현 위원장 사퇴만이 해결이다"고 못박았다.

이들은 기자회견을 마치고 인권위 13층 현병철 위원장실로 향했지만 사퇴서 접수를 거부해 손심길 사무총장에게 사퇴서를 제출했다.

인권단체 관계자는 "개인적으로 사퇴하겠다는 분도 많았고, 내부에서 싸워보겠다며 사퇴를 보류한 위원도 많다"고 전했다.

이날 사퇴명단에는 명진 전 봉은사 주지 스님(정책자문위원), 손숙 전 환경부장관(정책자문위원),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위원(정책자문위원), 박석운 민주언론시민연합 공동대표(고용차별전문위원) 등이 이름을 올렸다.

한편, 인권단체들은 현 위원장이 버티기로 일관한다며 대규모 집회를 포함한 직접행동도 불사한다는 계획이다.

인권단체들은 16일 청와대 앞에서 현 위원장을 사퇴하는 기자회견을 열고 김영혜 변호사에게 상임위원직 수락 거절을 요구하는 서한을 전달할 예정이다. 또 17일 오후 2시 인권위 앞에서는 전국인권단체들이 참여하는 대규모 집회를 열 계획이다.

▲ 국가인권위원회 위촉 전문위원, 자문위원, 상담위원 61명이 15일 오전 서울 종로 국가인권위원회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국가인권위회로 부터 위촉받은 직의 사퇴를 선언 후 현병철 인권위원장에게 사퇴서를 전달하러 가고 있다.ⓒ 양지웅 기자



<민중의소리> 이재진 기자 besties@vop.co.kr
기사입력 : 2010-11-15 12:50:02 최종업데이트 : 2010-11-15 12:5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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