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회 '세계장애인의 날'에 인권위는 '업무정지'
상태바
18회 '세계장애인의 날'에 인권위는 '업무정지'
  • 천주교인권위
  • 승인 2010.12.03 13:59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인권위 파행 더 이상 두고 볼 수 없어 사무실 봉쇄"
출근한 인권위 직원들과 고성 오가기도
▲ '제18회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장애인계활동가들이 인권위를 점거하고 긴급 기자회견을 열었다.


2일 국가인권위원회(위원장 현병철, 아래 인권위) 다섯 개층을 봉쇄하고 점거하고 농성에 들어간 중증장애인 등 활동가 150여 명이 3일 이른 10시 '인권위 현병철 위원장 사퇴와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정' 등을 촉구하는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3일은 열여덟 번째 세계장애인의 날이다.

전국장애인차별철폐연대 박경석 상임공동대표는 "우리가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인권위를 마비시키려는 이유는 인권위가 한국의 인권을 오히려 후퇴시키고 있고 사회적 약자들 목소리를 대변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그 책임은 현병철 위원장에게 있는 만큼 자진 사퇴해야 할 것"이라고 위원장 사퇴를 촉구했다.

또한 박 상임공동대표는 "장애인의 활동을 보조해주기는커녕 장애인의 권리를 약화시키는 장애인활동지원법을 올바르게 제정하고, 빈곤층을 사각지대로 내모는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폐지를 촉구한다"라고 강조했다.

인권운동사랑방 명숙 활동가는 "농성에 들어간 지 한 달이 다 돼가는데 현 위원장은 정부 눈치만 볼 뿐 인권단체들의 목소리는 무시하고 있다"라며 "세계장애인의 날을 맞아 그동안 사회에서 투명한 존재로 살던 장애인들이 뭉쳐 존재감을 보여주고 있으니 이 기회에 인권을 왜곡하는 인권위원장에게 힘을 보여주자"라고 강조했다.

서울장애인차별철폐연대 이원교 공동대표는 "한 나라의 인권을 지켜야 할 인권위 직원은 오히려 장애인을 상대로 폭언을 일삼고 있는 상태"라며 "지금의 투쟁이 당장 어떤 결과를 보여주지는 못하더라도 훗날 역사의 평가를 받게 될 것이며, 인권의 가치가 무엇인지 우리가 보여줘야 할 것"이라고 역설했다.

대구장애인차별철폐연대 노금호 집행위원장은 "어젯밤부터 인권위 직원이 우리에게 보여준 항의와 저항을, 위원장과 파행 운영 중인 인권위에 제기했으면 인권위 사태가 여기까지 오지 않았을 것"이라고 일침을 가하고 "인권위 직원들은 반인권적 태도를 그만두고 우리와 함께 인권위 살리기 투쟁에 동참했으면 한다"라고 제언했다.

부산장애인차별철폐연대 최영아 공동대표는 "인권위를 축소할 때 인권위 직원들과 함께 서명전을 하면서 싸웠는데, 지금은 인권위 직원들과 싸워야 하는 상태니 마음이 아프다"라면서 "인권위 9주년에 오히려 소수자들의 인권이 길바닥에 내팽개치는 이 상황을 그냥 보아넘길 수 없으니 끝까지 싸우겠다"라고 강조했다.

▲ 출근을 막자 인권위 직원과 중증장애인 활동가 사이에 한때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한편, 8층부터 12층까지 인권위 각 층을 점거한 참가자들은 이른 8시 반부터 출근하려는 직원들과 크고 작은 마찰을 빚었다.

“신분증만 가지고 나오면 되는데 출근을 왜 막느냐”라는 직원들과 “인권위가 제 기능을 못하고 있는데 우리 투쟁에 동참해달라”라고 외치는 활동가들 사이에서는 실랑이가 오갔다.

9시 반쯤에는 엘리베이터에서 내리려는 직원을 활동가들이 막는 과정에서 인권위의 한 직원이 휴대전화로 활동가 얼굴을 채증해 사진을 지우는 문제로 고성이 오가기도 했다.

10시 기자회견을 앞두고서는 인권위 직원 20여 명이 9층 쪽문으로 진입을 시도해 소화기 등을 뿌리며 마찰을 빚었다. 이 때문에 소방관이 출동했다가 곧 돌아갔으며 10시 40분쯤에 활동가들의 제지로 결국 직원들은 사무실을 나갔다. 하지만 직원들은 간헐적으로 계속 진입을 시도하며 정오 현재에도 점거농성 중인 활동가들과 계속 언성을 높이고 있다.

인권위는 계단쪽 엘리베이터만 남겨둔 채 모든 엘리베이터의 운행을 하지 않고 있다.

‘장애인활동지원서비스 권리확보를 위한 공동투쟁단’과 ‘현병철 인권위원장 사퇴촉구 인권시민단체 대책회의’는 3일 늦은 3시 인권위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겠다고 밝혔다. 현재 광주와 부산 지역 인권위원회도 활동가들이 일주일 넘게 점거농성에 들어간 상태다.

▲ 엘리베이터 앞을 지키며 사무실 봉쇄에 들어간 활동가들

▲ 출근을 막는 과정에서 인권위 직원이 활동가 얼굴을 휴대전화로 채증해 사진을 지우는 문제로 고성이 오갔다.

▲ 한때 9층으로 직원들이 진입을 시도해 활동가들과 언쟁을 벌였다.


▲ 참가자들은 현병철 위원장 사퇴외에 장애인활동지원법 개악 개정과 국민기초생활보장법 부양의무자 폐지 등을 촉구했다.





<비마이너> 박현진 기자 luddite420@beminor.com
2010.12.03 12:25 입력 | 2010.12.03 13:12 수정
http://www.beminor.com/news/view.html?section=1&category=3&no=118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