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론과 인권] 종편 개국 카운트다운,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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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과 인권] 종편 개국 카운트다운,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자
  • 추혜선(언론개혁시민연대 활동가)
  • 승인 2011.11.25 16: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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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월 초 ‘조중동매’ 4개 종편채널은 매체설명회를 개최했다. 타 언론의 취재 기자까지 출입을 막고 진행한 매체설명회에서는 상상할 수 없는 일들이 벌어졌다. 광고주만을 대상으로 마련된 이들 행사는 단순한 프로그램 설명회 자리가 아닌 광고특판 자리였다. 전자제품에나 어울릴 예약판매와 할인, 패키지 판매라는 말이 난무했고 기자와 피디(PD), 아나운서가 나와서 광고주 앞에서 쇼하고 절까지 했다. 광고주를 ‘주님’으로 통칭한다는 말도 나왔다. 이들은 시청자가 아닌 광고주에게 가장 먼저 신고식을 한 셈이다.

광고주 앞에서 춤추고 절하던 새파란 기자와 PD가 누비고 고발해야 할 현장은 다름 아닌 광고주이다. 광고를 하는 기업들이 소비자를 속이거나 대기업 자본의 횡포로 서민들의 생계가 위협받으면 비판의 칼날을 겨누어야 할 기자와 PD를 매체설명회에 동원하는 것이 종편의 가감 없는 모습이다. 죽은 저널리즘이 유령처럼 시청자들의 목을 겨누고 주머니를 털어 조중동매 사주의 금고를 채우게 될 것이다. 종편의 시작이 카운트다운에 들어간 가까운 우리의 현실이다.

날치기로 출발한 종편

엠비(MB)정권은 방송을 장악함과 동시에 정권 창출에 부역해 온 조중동 방송을 출범시키기 위한 날치기로 출발했다. 종합편성채널의 출범은 자신들만의 권력을 위한 미디어 사유화의 도구임을 노골적으로 드러내며 각종 특혜를 부여했다. 날치기 미디어법을 기반으로 한국방송(KBS), 교육방송(EBS)과 함께 의무송신지위를 획득했고 중간광고, 황금채널 배정, 방송발전기금 유예, 광고 직접영업 등 각종 규제완화 정책들이 일사천리로 진행됐다. 종편채널을 무리하게 선정해 놓고 특혜로는 모자라 수신료 인상을 추진하다 이른바 ‘도청정국’ 이라는 희대의 미스터리 극을 남기고 말았다. 수신료는 미디어 생태계를 유지하는 중요한 재원이다. 텔레비전을 가지고 있는 국민 누구나가 전기료에 합산해서 내야하는 준조세로 인식되고 있다. 수신료 인상은 건강한 논의와 절차를 거쳐 사회적 합의로 되어야 하는 게 법 논리를 떠나 상식이다. 그러나 MB정권은 수신료 인상의 목적을 종편의 안착을 위해 필요한 방송광고 시장의 조정으로 접근한 것이다.

종합편성채널 사업자인 조중동매 신문사는 신문시장의 약 70%를 점유하고 있다. 우리 사회 여론 지형을 지배하고 있는 이들 신문사에게 방송뉴스를 허용한다는 것은 소수의 미디어그룹이 여론을 독과점하는 길을 합법적으로 열어 준다는 의미이다. 보수 획일화가 이뤄져 여론다양성을 심각하게 위축시킬 거라는 우려가 지배적이다. 이와 함께 시청자들의 직접적인 피해도 예상된다. 4개의 종편이 치열한 생존 경쟁에 몰리면서 낮은 비용으로 높은 시청률을 올리기 위해 보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콘텐츠를 내보내게 될 것이고 결국 프로그램 질 저하로 이어질 것이다.

미디어의 다양성과 민주화

시청자의 입장에서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반가운 일이다. 채널선택권이 확대되고 볼거리가 풍성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한정된 방송광고 시장의 현실 속에서 채널이 과도하게 늘어나면 경쟁을 동반할 수밖에 없다. 우리 사회 민주주의를 유지하는 미디어의 다양성은 시청자의 삶을 직접적으로 반영하면서 이뤄진다. 지역, 종교 등의 소수 취약 채널을 정책적인 지원을 통해 유지하게 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2012년 대 전환기를 앞둔 지금, 화두는 미디어 생태계 복원과 민주화다. 종편으로 상징되는 MB정권의 미디어사유화 정책으로 인해 미디어의 주인인 시민(국민)은 미디어를 빼앗겼고 주머니를 열어야 하는 소비자로 전락했다. 너무나도 당연한 ‘미디어주권’이 또다시 엄청난 대가를 치르고 쟁취해야 하는 투쟁의 산물이 됐다. 황폐한 미디어 생태계를 복원하는 힘은 ‘미디어주권’을 외치는 시민에게 있고 미디어를 장악한 MB정권을 심판하는 주체도 시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