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대와 인권]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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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대와 인권]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할 것이다.
  • 이상수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지회장)
  • 승인 2012.08.31 0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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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정평화대행진 연대 후기

지난 7월초 급작스레 전국 순회 투쟁일정이 있다는 이야기를 들었다. 그 순회 투쟁은 SKY 공동 행동단 동지들과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동지들이 함께 약 1주일간 진행하는 것이었다. 조금은 생소하고 낯설기도 했다. 평소 사회적 문제에는 관심이 많은 편이지만 서로 다른 형태의 투쟁을 하는 사람들이 함께 전국 순회를 한다면 무엇인가 조금 불편할 것만 같았다. 비정규직 투쟁을 수년간 진행하면서 사회적 이슈로 떠오른 노동문제를 제외한 사회문제에 대해서는 안타까움과, 함께 하지 못한 미안한 마음은 항상 가지고 있지만 함께 한다는 것을 잘 생각해보지는 못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그렇다고 함께 전국 순회 투쟁을 진행한다는 것이 싫은 것은 아니었다. 새로운 것을 알 수 있는 기회라 생각하였고 그 결과는 아주 만족스러웠다. 강정마을, 쌍용자동차, 용산, 현대자동차 비정규직이 투쟁하는 것은 모두 삶의 존엄성을 지키는 것이었다. 즉, 모든 현장의 투쟁대상에는 국가와 천박한 거대 자본이 있는 것이다. 서로 간의 다른 투쟁이 아니라 무엇을 위해 투쟁을 하든지 간에 같은 투쟁을 전개하고 있는 것이다.

사람이 아픈 것은 똑같다

전국 순회를 다니며 함께 이야기를 나누면서 느낀 것은 사람이 아픈 것은 똑같다는 것이다.

국가와 자본이 가지는 탐욕에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이, 쌍용자동차 정리해고자들이, 용산 철거민들이,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이 탄압 받고 짓밟히고 있는 것이다. 이것은 곧 국민 모두가 가지는 아픔인 것이다. 여름 휴가 이후 현대자동차 비정규직 노동자들은 파업에 돌입하기로 되어있었고 지금은 파업 수위를 높여 전면 파업에 돌입한 상태이다. 파업을 준비해야 할 시기에 제주 강정마을에 간다는 것이 쉽지 않았지만 그래도 우리는 제주 강정마을에 갔다. 그것은 바로 우리 비정규직 노동자를 착취하는 현대자동차 자본을 상대로 투쟁을 하듯이 제주 강정마을 주민들 역시 국가와 건설 자본을 상대로 투쟁을 하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속에는 평화라는 아름다움을 찾는 이들이 있었기 때문이다.

생명과 아름다움이 깨지는 해군기지 건설현장은 참혹했다

고등학교 때 건설현장의 막노동 알바를 하고 친구들과 여행을 다녀온 이후 20여 년 만에 제주를 찾았다. 이번에 제주에 간 것은 20년 전과는 다르게 평화를 외치러 간 것이었다. 아니, 처음에는 제주해군기지 건설을 반대한다는 단순한 생각으로 제주에 갔다. 하지만 평화대행진을 하면서 같이 참여한 사람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강정마을 주민 분들의 이야기를 들으며 조금씩 마음속에는 ‘평화’라는 단어가 자리 잡기 시작하였고 잠시 시간을 내어 강정마을에 다녀온 뒤로는 더욱 애잔한 단어로 다가왔다. 강정마을에 갔다. 사진과 동영상을 통해서만 보았던 강정마을의 해군기지 반대 노란색 깃발 물결과 소박한 해안마을의 모습들, 강정천, 눈물이 나올 것 같은-공사장 펜스에 가려진 출입금지 구역의-구럼비 바위, 그 속에 살고 있는 주민들의 모습을 보았다. 아름다움이 깨지는 공사장의 모습은 상상했던 것 보다 더 참혹했다.

국가는 국민을 위해 존재해야 하지만 강정마을의 주민들은 국민이 아니었다. 소박하게 내 땅과 앞바다에서 평화롭게 살고 싶고, 해군기지가 아니라 평화를 노래하고 싶다는 주민들의 소망은 국가와 삼성, 대림 자본에 의해 처참히 무너지고 있었다. ‘민군 복합형 관광미항’이라는 허울 좋은 문구로 국민들에게 사기를 치고 해군기지로 인하여 지역 경제가 발전된다고 거짓말을 해가며 건설 자본의 배를 불리우고 미국의 전진기지 건설로 국민들을 위험을 빠뜨리고 있는 것이다. 하지만 그 속에서 해군과 경찰, 용역들이 합작하여 폭력적으로 진압하고 주민들이 범법자로 낙인 찍혀도 결코 포기할 수 없는 것이 바로 삶에 대한 사랑, 바로 오랜 시간 평화롭게 살아왔듯이 이후에도 평화롭게 살고 싶다는 강정마을 주민들의 간절함이 가슴속에 너무나 깊이 다가왔다.

눈에 보이는 제주풍경의 아름다움 속에 함께 그려지는 제주도민의 아픔

평화대행진 기간 동안 함께 걸으며 아름다운 제주의 풍경을 보면서 수많은 생각에 잠겼었다. 그리고 눈에 보이는 아름다움 속에 제주도민의 아픔이 같이 그려지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자연스레 접하게 된 4.3항쟁의 아픔이 지금의 강정 마을 주민들의 아픔과 같은 것으로 다가왔다. 당시 제주 주민 10명 중 1명이 죽음을 당한 역사의 아픔과 수백명의 주민들이 연행되고 범법자로 내몰린 지금의 강정 마을 주민들의 아픔은 많이 다를 것이 없다고 본다. 국가가 제주도민을 버린 것이다. 지금 역시 국가가 강정 주민을 버린 것이다. 단지 미국의 전초기지를 위해서, 삼성․대림 건설 자본의 이익을 위해서 버린 것이고 너무나 당연하고 단순한 삶의 요구에 국가는 폭력으로 답하고 있는 것이다.

제주 강정마을은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강정 마을의 평화는 반드시 이루어질 것이다. 사회의 정의가 살아있고 평화를 사랑하는 국민들이 있는 이상 강정 마을의 평화는 반드시 올 것이고, 수년 동안 강정 마을의 외로운 투쟁이 이제는 전국적으로 싹트고 있다. 평화 대행진을 통하여 그 사실들을 확인할 수 있었다. 쉽게 찾아가기 어려운 제주라는 섬에 수많은 사람들이 망설임 없이 평화를 기원하며 찾아갔다. 1주일간의 무더위와 폭풍우 속을 걷는다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정이었지만 피하지 않고 평화를 염원하고 제주도민과 함께 한다는 즐거움에 많은 사람들이 함께 하였다. 부모와 자식이 함께, 연인들이 함께, 친구들과 함께, 동료들과 함께, 아니면 혼자서라도 같이 하고자 하였다. 너무나 아름다운 모습이 아닌가. 이러한 힘으로 제주 강정 마을은 반드시 평화를 되찾을 것이고 평화의 상징이 될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에서 소외받고 쫒겨나고 버림받는 것을 용납하지 말자

떨어져 있어도 함께 할 것이다. 제주에서의 평화대행진이 끝났다고 해서 끝이 아니라 이제 다시 시작이다. 비정규직 노동자로서 이 땅의 차별 받는 비정규직의 설움을 없애겠다고 덤볐듯이 제주 강정 마을의 투쟁 역시 국가로부터 배척당한 주민들의 삶을 안 이상 자그마한 것이라도 함께 할 것이고 주위의 동료들과 같이 할 것이다. 더 이상 이 땅에서 소외받고 생존의 땅에서 쫒겨나고 버림받는 것을 용납하지 말자. 국가의 권력이 무섭다고 한들, 자본의 탐욕 속에 나오는 폭력이 아무리 거세다고 한들, 국민들의 정의로움과 평화를 향한 열망을 넘어서지는 못할 것이다. 반드시 승리할 것이다.

강정 마을의 평화, 쌍용차 정리해고자들의 복직, 용산 철거민의 생존권 사수, 비정규직 철폐... 이 모든 아픔이 이제는 없어지고 모두가 행복해지는 그날까지 서로를 의지하고 믿고 함께 나아가자.

“강정 마을 주민 여러분 힘내시고, 반드시 강정 마을의 평화는 찾아 올 것입니다. 해군기지 결사반대! 강정마을 사랑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