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N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공식 방한의 의미와 한국 인권옹호자 현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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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N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 공식 방한의 의미와 한국 인권옹호자 현황
  • 황필규 (공익인권법재단 공감 변호사, 천주교인권위원
  • 승인 2013.05.31 17:5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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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8년, 세계인권선언 제정 50주년을 맞아 UN은 ‘인권옹호자 선언’을 채택하였다. 이 선언은 전 세계 인권옹호자들이 보복이나 위협 없이 안전한 환경에서 활동할 수 있도록 돕고, 사회 전체가 인권을 존중하고 증진할 권리와 책임을 가질 것을 촉구하기 위함이었다. 이후 2000년부터는, 인권옹호자의 활동과 상황에 대해 조사하고, 이들을 보호하는 역할을 수행하기 위해, 유엔 차원에서 특별대표 혹은 특별보고관이 임명되었다. 2008년 3월 임명된 현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인 우간다 출신의 세카기야 특별보고관은 우간다 고등법원의 판사로 재직하며 아프리카 최대 규모의 인권위원회인 우간다 인권위원회 설립에 앞장선 바 있다. 그는 2008년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으로 임명되기까지 우간다, 잠비아, 아프리카 연합, 영연방의 인권위원회 및 국가의 인권 관련 기구의 설립과 발전을 도왔다. 이 특별보고관이 오는 2013년 5월 29일부터 6월 7일까지 한국을 공식 방문한다.

일상적인 의사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집요하고도 전방위적인 통제가 강화된 한국사회

한국의 인권 상황, 인권옹호자의 상황은 총체적인 위기를 맞고 있다. 특히 2008년 보수적인 정권이 집권하면서 방송, 언론뿐만 아니라 인터넷, 노조에 대한 통제와 감시가 극단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정부에 비판적인 시민사회를 무력화시키고 관변단체들을 재정적으로 지원하면서 일상적인 의사표현과 집회결사의 자유에 대한 집요하면서도 전방위적인 통제를 점차 강화하고 있다.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임에도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방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법제도 관행이 인권옹호자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최근 인권옹호자에 대한 낙인과 분리(전문시위꾼)를 통한 인권옹호자 탄압이 최근 5년간 거세어졌다는 것의 반증이라고 볼 수 있다.

“최근 한국 인권옹호자에 대한 탄압의 특징은 첫째 업무방해 적용과 손해배상 청구, 과도한 벌금 부과 등 인권옹호자에 대한 경제적 제재를 가하는 경향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둘째, 인권옹호자에 대한 광범위한 불법사찰이다. 사찰행위는 인권옹호활동을 위축되게 만들뿐 아니라 개인의 일상을 일거수일투족 감시하고 기록(문서, 영상)하기 때문에 사생활 침해로 인한 심리적 후유증이 매우 크다. 이러한 불법사찰은 국가기관에서만이 아니라 대기업 등에서도 행해지고 있다. 셋째, 한국에서 주요 정부정책에 반하는 경우, 인권옹호자에 대한 경찰의 물리적 폭력은 매우 심해져 인권옹호자가 사망하기도 한다. 한편 이러한 공적 폭력 외에도 일상적으로는 노동자, 평화활동가에 대한 경비업체에 의한 사적 폭력이 커지고 있다. 하지만 정부는 이에 대해 처벌하거나 예방하는 등 적극적 조치를 취하고 있지 않다. 넷째, 정부는 안보프레임을 이용해 정부 정책을 비판하거나 평화활동을 하거나 성소수자 인권옹호활동을 하는 사람들은 한국사회의 안전을 위협하는 세력으로 낙인찍거나 종북주의자라는 식으로 왜곡하여 탄압하고 있다. 이러한 인권옹호자에 대한 탄압은 실정법을 이용하거나 여론몰이를 통한 백색테러의 양상을 띤다. 국제인권기구가 20여년 가까이 한국정부에게 폐지를 권고한 국가보안법을 악용한 정부의 공식적 탄압과 보수적 단체들을 앞세운 여론 몰이와 공격이라는 두 축으로 드러난다. 다섯째, 한국에서 인권옹호자들을 탄압하는 실정법이 국가보안법이나 집회시위에 관한 법률과 같은 정치적인 주요 법률 외에도 형법상의 공무집행방해 조항, 업무방해 조항, 일반교통방해 조항, 경범죄처벌법, 노사관계법, 기부금품법 등 여러 법률 조항을 악의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여 인권옹호활동을 처벌하고 있다. 여섯째, 해외 인권활동가들을 강제추방하거나 입국 금지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일곱째, 정부의 국가인권위원회 흔들기로 국가인권위원회가 인권옹호자의 권리를 보호하는 역할을 방기하여 효과적인 국가인권기구로 활용되고 있지 못하다.”(명숙, ‘한국 인권옹호자 탄압의 주요 경향’, 2013 한국 인권옹호자 실태 보고대회, 2013.5.6.)

한국이 유엔인권이사회 상임이사국임에도 인권옹호자 특별보고관이 방한한다는 것은 그만큼 한국의 법제도 관행이 인권옹호자를 보호하고 있지 못하다는 의미

그 동안 한국의 인권상황과 관련하여 특별절차를 통해 다수의 진정이 접수된 바 있고, 세 차례의 유엔 특별보고관의 공식 방문이 있었다. 1995년 6월 25일부터 30일까지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 2006년 12월 5일부터 12일까지 이주민의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 2010년 5월 5일부터 15일까지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방문이 그것이다. 특히 공식 방문의 경우 특별보고관이 다루고 있는 의사표현의 자유나 이주민의 인권과 관련하여 한국정부에 대한 포괄적이고 구체적인 권고가 이루어졌다. 특별절차의 경우, 국내법적인 효력이 있는 유엔헌장에 기초한 절차이고, 유엔인권이사회가 설립된 이후에는 한국의 경우 그 설립 시부터 지금까지 줄곧 이사국의 지위를 가지고 특별절차의 설치와 운영에 동의하는 의사를 피력해왔다. 따라서 유엔인권조약기구의 권고 마찬가지로 특별보고관의 권고는 ‘항구적인 세계평화와 인류공영에 이바지함’(헌법 전문)을 목적으로 하는 헌법의 국제 협력 정신을 존중하여야 한다는 점에서 국내적으로 이행되어야 하고 설사 법적 구속력이 없다고 하더라도 그 취지를 살릴 수 있도록 노력하여야 함은 당연하다고 하겠다.(헌재 89헌가106 결정 참조).

그러나 한국정부는 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 나서면서 2006년, 2008년, 2012년 세 차례에 걸쳐 제시한 ‘자발적 공약’ 그 어디에도 특별절차의 권고에 대한 언급은 없다. 또한 이주민의 인권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공식방문과 관련한 포괄적인 권고가 이루어진 이후에 작성된 제1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외국인’ 부분에 이에 대한 내용은 전무하고, 의사표현의 자유에 관한 특별보고관의 공식방문과 관련 포괄적인 권고가 나온 이후에 수립된 제2차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의 ‘언론․출판․집회․결사의 자유’ 부분도 마찬가지이다. 그 계획의 ‘구성’에 있어서나, 과제 중 하나로 내세우고 있는 ‘국제인권규범의 이행’에 있어서도 특별절차의 권고는 전혀 고려되어 있지 않다. 또한 굳이 국가인권정책기본계획을 논하지 않더라도 정부는 특별절차 권고의 이행에 대해 진지하게 언급한 사례조차 없다. 특별보고관의 공식방문은 관련 인권문제에 대한 국제기준에 입각한 포괄적인 평가와 권고가 이루어진다는 의미가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위와 같은 정부의 태도에 변화가 없는 한 특별보고관의 공식방문이 국내 인권상황에 큰 영향이 미치기는 어렵다.

한국정부는 유엔인권이사회 이사국으로서, 특별절차의 권고에 대한 성의 있는 답변과 이행 계획을 제시해야 한다

우선 정부는 유엔인권이사국으로서 유엔헌장에 입각한 특별절차를 어떻게 바라보는지, 그리고 그 권고에 대하여 이를 고려하기 위한 어떠한 노력을 기울여왔는지 혹은 기울이려고 하는지를 밝혀야 하고 이러한 이야기가 공론의 장에서 이루어질 수 있도록 하여야 한다. 둘째, 정부는 특별보고관의 방문과 더불어 그동안 특별보고관에게 이루어진 진정 사례들을 종합적으로 정리하고, 아직 진행 중인 사례에 대해서는 신속하고 성의 있는 답변을, 이미 종결된 사례에 대해서는 필요한 후속조치를 마련하여야 한다. 또한 방문 직후부터 포괄적인 권고가 담긴 공식방문보고서가 나오는 시기까지 기자회견 등을 통해 지적된 사항, 공식방문보고서에 담긴 사항 등에 대하여 정부는 그 입장과 관련 권고의 이행 계획을 제시하여야 한다. 특별보고관이 공식방문 기간에 한국 인권상황을 가감 없이 충분히 파악할 수 있도록 하는 활동이 일단 중요하겠지만 인권옹호자의 방한을 한국의 인권을 조금이라도 개선시킬 수 있는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계기로 만들기 위해서 인권옹호자들에게 요구되어지는 역할은 그 이상일 수밖에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