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전 60년, 이제는 ‘평화’를 외쳐야 할 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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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전 60년, 이제는 ‘평화’를 외쳐야 할 때
  • 한광희 (시민사회단체연대회의 총무부장)
  • 승인 2013.07.30 21: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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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7일, 정전 60년을 맞아 시민사회진영에서는 그 동안 ‘정전체제’ 아래에서 긴장과 대결로 점철되어 왔던 한반도 상황이 ‘평화체제’로 전환되는 전기를 마련할 수 있길 바라며 <정전 60년 휴전에서 평화로: 한반도 평화정책 보고서 발표회>, <시민평화마당 ‘평화 바캉스’>, <정전 60년, 한반도 긴장완화와 평화실현 시민문화제 ‘전쟁 대신 평화를, 평화에게 기회를’> 과 같은 다양한 행사를 준비하고 있다. 그리고 평화를 행사의 주요한 화두로 던지고 있다.

정전 60년, 그리고 평화! 우리는 지금 왜 ‘평화’를 이야기해야만 하는 것일까?

1953년 7월 27일은 3년 간 한반도에서 지속되어 왔던 한국전쟁을 마무리 지은 역사적인 날이다. 하지만 협정의 당사국이었던 연합국 측과 북한 및 중국 측은 종전 또는 평화협정이 아닌 정전협정(국제연합군 총사령관을 일방으로 하고 조선인민군 최고사령관 및 중국인민지원군 사령원을 다른 일방으로 하는 한국 군사정전에 관한 협정)을 맺음으로써 전쟁의 재발 가능성을 완전히 제거하지 못했다. 협정 체결의 당사국으로 한국이 제외된 이유는 당시 이승만 대통령이 '중국군 철수, 북한의 무장해제, 유엔감시 하의 총선거' 등을 주장하면서, 협정서명을 거부했기 때문이다.

이후 한국은 ‘정전체제’가 부과한 '안보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군사적으로 한미동맹을 선택하였다. 한국과 미국은 동맹의 틀 속에서 북한을 적으로 규정하고, 군사적 우위를 유지하기 위해 첨단무기를 한국에 배치하고, 정기적으로 합동훈련을 실시하고 있다. 또한 한국은 징집제를 통해 상시 전력을 유지 시키고, 막대한 예산을 투입하여 최신 무기 구입에 열을 올리고 있다. 이에 북한은 비대칭전력으로써의 핵과 장거리 미사일 개발을 통해 대응을 해오고 있다. 결국, 한국은 막대한 인적, 물적 자원을 투입하여 '안보불안'을 해소하려고 했지만 북핵이라는 새로운 '안보위협'과 직면하게 되었다.

또한, 우리 사회는 지난 60년 동안 ‘정전’이라는 ‘체제’ 아래에서 생산된 ‘안보’, ‘반공’, ‘빨갱이’, ‘국가 보안법’ 등과 같은 가치, 규범, 제도 속에서 수많은 희생과 사회적 갈등을 겪어 왔다. 권위주의 정부에 맞서 민주주의를 외치던 청년들에게, 삶의 터전을 잃고 싶지 않아 미군기지 건설을 반대하며 저항하던 농민들에게, 자연을 보전하과 마을의 전통을 지키고 싶어 했던 강정마을 사람들에게, 국가권력의 부정부패를 지적하며 촛불을 들었던 시민들에게 이 사회는 그들을 ‘종북’, ‘빨갱이’라 규정짓고, 냉소를 보내며, 폭력을 가하고, 구속했다.

전면적인 군사충돌이 제거됐을 뿐인, 완전하지 못한 평화

이처럼 ‘정전’이 지난 60년간 고착되면서 유지시킨, ‘전면적인 군사충돌’만이 제거된 완전하지 못한 ‘평화’가 미친 부정적인 영향은 한 사회가 사회 전반의 이슈에 대해 상식적인 문제제기 조차 하지 못하게 만들 만큼 우리 사회에 깊고도 넓게 퍼져있다. 따라서 우리에게는 전쟁의 위협이 제거될 뿐만 아니라 이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적극적인 상태로서의 평화’가 필요하다.

그렇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실체로서의 ‘평화체제’란 무엇일까? 우리 정부에서 정의하고 있는 한반도 평화체제란 “첫째, 정전협정을 대체하는 평화협정을 체결하여 법적으로 한반도의 전쟁상태가 종식되고 둘째, 남북한을 비롯한 관련국 상호 간에 정치적•군사적 신뢰가 구축되어 법적•제도적 및 실질적으로 한반도에 공고한 평화가 보장되어 있는 상태”(외교부 홈페이지)이다. 이 상태(전쟁의 위협이 제거된 상태)만으로는 우리 사회가 필요로 하는 적극적인 상태로서의 평화를(사회적으로 ‘정전체제’가 부과한 부정의와 갈등이 제거되고, 사회의 상식과 정의가 복원된 상태) 달성할 수는 없지만, ‘적극적인 평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기반을 제공할 수 있을 것이다.

사회 구성원들의 상식과 정의가 바로 설 수 있는 ‘적극적인 상태로서의 평화’가 필요하다

하지만 현재 한국은 ‘평화체제’ 논의의 선결 과제로 북핵문제가 해결되어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는 가운데, 북한은 “경제건설과 핵무력건설”을 앞세운 ‘병진노선’을 표방하고 있기 때문에 실질적인 논의가 이루어지기는 매우 힘든 상황이다. 또한, ‘평화체제’가 한반도에 정착되기 위해서는 '북핵 문제 해결을 포함한 남북한 간의 군사적 신뢰 구축', '북미, 북일 관계 정상화', '한미동맹관계 재조정 및 유엔연합사 존폐문제' 등과 같이 국가 단위에서 해결해야 할 수많은 과제들이 쌓여 있다.

현실적으로 존재하는 수많은 난제들 앞에서 시민들의 평화의 외침은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 것일까? 우리 각자의 생각과 의지가 모여 국가의 정책과 의지를 만들어 내는 것이라면, 어쩌면 ‘정전체제’의 고착과 ‘평화체제’로의 이행에 대한 국가의 의지 부족은 국가를 구성하고 있는 우리 개개인의 평화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이지는 않을까?

정전체제 고착은 우리 개개인의 평화에 대한 무관심의 결과는 아닐까

올해 초, 우리는 근래에 경험해 보지 못했던 높은 수위의 안보딜레마를 경험하였다. 그리고 힘을 통한 평화유지와 이에 따른 군사적 긴장의 고조가 한반도를 살아가고 있는 우리 모두를 위한 답이 아님을 직접적으로 느낄 수 있었다. 이제는 우리 모두가 앞장 서 '전쟁에게 평화를, 평화에게 기회'의 손길을 내밀어 보는 것은 어떨까?

이 땅의 온전한 평화와 상식과 정의가 통하는 사회를 위해 우리 모두 평화를 외치자!